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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광고 논란’에 대한 한겨레21의 정신승리한겨레 한계 고스란히 드러나…“광고 게재 반대했다” 알리바이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11.12 14:36

한겨레는 박근혜 대통령과 교육부가 주도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하게 비판하는 언론 중 하나다. 지난달 교육부가 국회에 ‘뒤통수’를 치면서 시작한 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꾸준히 보도하고 있고, 이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매일 같이 전하고 있다. 한겨레가 싣는 칼럼과 언론사 차원의 주장이라고 할 수 있는 사설에서도 국정화 반대 뜻은 확고하다.

이런 신문이 교육부로부터 3천만원을 받기로 하고 10월19일자 신문 1면에 국정화 의견광고를 게재했다. 이를 두고 많은 비판과 비난, 성토가 쏟아졌다. 경향신문이 “광고도 지면의 일부”라며 정부광고를 게재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강도는 세졌다. 경향신문의 행동은 청와대,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등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곳으로부터 받을 ‘불이익’을 감수한 것이다.

교육부가 여론전을 본격화하던 때에 한겨레 일부 독자들은 한겨레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일종의 ‘결기’를 보여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한겨레는 광고를 게재하기로 결정했다. 스텝은 여기서부터 꼬였다. 일부 독자들이 공개적으로 ‘한겨레신문을 절독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겨레 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신문지부·지부장 최성진)은 광고 게재 직후 성명을 내고 회사의 결정을 비판했다.

내부 반발과 독자들의 항의에 한겨레는 10월26일 내부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이튿날 한겨레는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며 “우리와 다른 의견이라는 이유로 광고를 싣지 않는 것은 이런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 편협한 언론으로 비칠 수 있다는 위험도 감안해야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정화 의견광고를 게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영무 대표이사는 11월3일에도 이 같은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한겨레는 ‘기사와 광고는 별개’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겨레 출판국이 발행하는 한겨레21은 최근 한겨레신문의 교육부 의견광고 게재 논란의 전말과 해외사례를 다룬 기사를 내보냈다. 한겨레21은 그간의 사정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회사가 내세운 ‘기사-광고 분리’ 원칙을 ‘신뢰 확보’ 층위에서 분석하며, 언론학자들의 의견도 전달했다. (▷바로가기: 한겨레21 <광고와 기사의 거리>)

미디어스 취재 결과와 한겨레21 기사 등을 종합해 사실관계를 복기하면 이렇다. 애초 교육부 1차 광고는 10월16일자 초판에 실려 있었다. 한겨레21은 이를 확인한 편집국 간부들과 한겨레 노동조합 간부들이 ‘게재 철회’를 요구해 편집국 간부 회의, 경영진 회의 등이 열렸다. 편집국 간부와 경영진 다수의 의견은 “‘의견광고’이니만큼, 명백한 허위사실이나 명예훼손이 없는 한, 한겨레 논조와 다르더라도 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광고-기사 분리’ 원칙이다.

이 대목에서 한겨레21 김효실 기자(미디어팀 소속)는 ‘광고-기사 분리’ 원칙은 19세기 후반 황색저널리즘이 득세하던 상황에서 언론의 소유주와 경영진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제시한 것이라며 “결국 광고-기사 분리 원칙은 미국 민주주의·자본주의에 대한 존중에 기반해 신문·광고 판매 수익을 함께 높이기 위한 경영 전략이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기자는 기사 말미에 한겨레에 비판적인 의견을 전하며 “아직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서 한겨레 내부에서의 논쟁은 이미 끝이 났다. 10월16일 이후 한겨레의 일관된 입장은 “이번 교육부 의견광고는 게재 금지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광고게재 기준’에 따르는 것을 대원칙으로” 국정화 광고를 실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여러 차례 해명을 통해 한겨레 경영진은 자신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런 만큼 한겨레 경영진이 약속한 △광고 게재 기준 보완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의견광고 검토 사내 기구 정비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개입하고 감시하는 게 중요하다.

언론사 내부에서 ‘자기비판’ 기사를 쓰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스스로를 비판하는 기사에서 올바른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처절하거나 냉정한 태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겨레21의 기사는 10월27일 한겨레의 입장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영무 대표이사를 인터뷰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시도를 보여주지도 못했다. 기사의 결론은 고작 ‘논쟁이 지속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런 식이면 한겨레21의 보도는 ‘한겨레 기자 일부는 광고게재에 반대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벗기 힘들다. 일종의 ‘자기 정당화’에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한겨레는 11일 페이스북 공식계정으로 이 기사를 소개했는데, 위와 같은 이유로 독자들은 대부분 한겨레에 비판적인 반응이다.

김효실 기자는 기사 뒤에 ‘뒷얘기’를 붙였다. 한겨레21이 이 기사를 쓴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김 기자는 “자신의 일인데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써야 하는 ‘유체 이탈’의 취재”를 맡았다. 그는 10월26일 토론회에서 비애와 무력감을 느꼈다고 썼다. 그리고 회사가 강조하는 원칙에 ‘불’을 지르는 방화범이라고 썼다. ‘돈 앞에 장사 없다’고 하지만 ‘언론이라면 독자 앞에서도 장사 없어야 한다’고 썼다.

물론 한겨레21이 이번 사태를 기사화하고, 한겨레가 페이스북을 통해 이 기사를 홍보한 것은 박수를 보낼 만한 일이다. 그러나 확실한 자기비판이 아니라면 이 정도 수준의 기사는 한겨레 일부 기자들의 정신승리밖에는 안 된다. 김효실 기자와 그가 속해있는 디지털팀의 김완 팀장, 그리고 저널리즘 전문가로 명성이 높은 안수찬 편집장이 이런 것을 모를 리 없다. 이렇게 가정을 해보자. 며칠 뒤 한겨레신문 1면 하단에 또 교육부 광고가 실린다. 이미지는 박근혜 대통령이고, 문구는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한겨레21은 윤전기를 멈춰 세울 것인가.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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