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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견해’ 수집하는 건 SK만이 아니다‘스마트폰’으로 이용자 위치와 성향 채집하는 빅브라더, 파괴적 감시자들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11.10 16:10

자본과 권력은 이용자의 정보를 캐내기(mining)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다. 청와대 비서실과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등에 오피니언 마이닝 시스템을 제공한다는 업체가 있을 정도다. SK플래닛이 일으킨 파문은 ‘그들의 관심사’를 드러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정보는 민감할수록 가격과 가치가 올라간다. ‘십 년 뒤에는 이동통신서비스가 공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그만큼 ‘사업자가 이용자로부터 수집·활용하는 정보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는 조건 때문에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플랫폼사업자를 포함한 ‘자본’은 이미 ‘빅브라더’다. 이들이 우리의 삶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노동조합이 제작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있다고 가정하자. 노조는 앱을 앱스토어나 T스토어, 구글플레이 같은 플랫폼에 올릴 것이고, 조합원들은 앱을 내려 받아 보안이 유지되는 조합 소식을 전해 듣고 조합원 게시판 등을 이용해 의견을 수렴할 것이다. 그런데 플랫폼사업자인 애플, 구글, SK플래닛이 이 앱을 내려받은 사람들의 명단과 같은 정보를 수집한다고 가정해보자. 노조나 특정 조합원을 대상으로 수사하는 경찰이나 검찰, 국가정보원이 사업자에 감청에 협조하거나 자료를 내놓으라고 요청하면 그야말로 노조는 풍비박산이 날 것이다.

이는 극단적인 가정이니, 이번에는 비근한 예를 들어 보자. 카드회사와 금융회사들로부터 ‘결제장소’ 정보를 제공받아 주변에 있는 맛집을 추천하는 앱과 같은 경우다. 유료방송사업자인 KT는 가입자의 IPTV 시청정보를 초 단위로 수집하고 있다. 데이터홈쇼핑사업자, 일명 ‘T커머스’는 실시간시청정보와 구매이력을 분석해 이용자 맞춤형 방송을 내보낸다. 여기까지는 초보적인 수준이다. 애플이나 구글 같은 자본은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초민족’ 단위에서 수집 중이다.

   
▲ @Pixabay

SK텔레콤의 계열사인 SK플래닛은 지난 6월 T스토어 가입자들에게 이용약관 변경을 통해 ‘개인적 최적화된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가입자의 △사상 △신념 △노동조합 및 정당의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 △유전정보 △범죄경력자료 등의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사실을 고지했다. SK플래닛 백창돈 홍보팀장은 9일 밤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그와 같은) 정보를 수집한다는 게 아니고 (앱 이용현황을 분석하며) 그런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한 것”이라며 해명했다. 결국 SK플래닛 같은 플랫폼사업자가 스스로 ‘내게는 그럴 능력이 있다’고 고백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도 읽지 않는’ 이용약관을 변경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은 모바일 디바이스가 일반화되고 IT인프라가 크게 발전한 오늘날 기업들 사이의 유행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의 지적대로 “현재 인터넷, 특히 모바일에서 이뤄지는 이용약관 변경이나 개인정보 수집항목 변경 동의 절차는 이용자들이 구체적인 내용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일괄적 동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비자에게 정보를 받아내 사업망과 수익구조를 구축하는 것은 요즘 같은 시대에 사업자의 필수적인 미션이다. 자본의 이 같은 전략은 언제 어디서든 할인과 혜택을 원하는 소비자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용인되고, 수용되고 있다.

사업자가 손쉽게 긁어모은 ‘빅데이터’는 모두에게 ‘보물창고’가 된다. 출·퇴근, 일정 관리, TV 시청, 노조 활동까지 ‘스마트폰’으로 하는 시대, 사업자는 이용자의 위치정보부터 정치적 성향까지 민감할 수 있는 정보를 빼낼 수 있다. SK만 이용자의 정보를 마이닝하는 게 아니다. SK플래닛 홍보팀장은 “구글만큼만 한다”고 했다. 모든 플랫폼사업자가 ‘이용자 맞춤 서비스’를 하기 위해 정보를 쌓고 있다. 문제는 사업자가 이용약관 변경 동의라는 수를 쓰는 찰나에 사업자와 수사기관이 ‘파괴적 감시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업자의 권한을 정하고, 규제해야 한다. 가입자가 자신의 정보를 스스로 통제할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내 귀에 도청장치’는 망상이었지만 ‘내 손에 파놉티콘’ 시대는 현실이다. 수용해서는 안 된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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