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전적 1승 2패, 혹은 2승 1패라는 길목은 사실 그리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한국시리즈 전적 1승 1패에서 3차전을 차지한 팀의 우승 확률은 92%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3번의 1승 1패 뒤 3차전 중 한 번의 무승부를 제외하면 11번이나 3차전을 차지한 팀이 우승했습니다.

하지만 야구에선 이 같은 통계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매우 감성적인 스포츠라고도 생각되는데요. 2013년의 한국시리즈가 그러했죠. 1승 3패의 상황에서 누구도 하지 못했던 우승을 만들었던 팀, 삼성!

▲ 2013년 한국시리즈의 풍경과 묘하게(?) 혹은 당연히 닮아 있는 두 팀의 경기
포스트시즌이면 익숙하게 등장하는 두 팀이 단골무대라 할 잠실에서 펼친 오늘 4차전, 밤 경기. 한국시리즈 취재의 또 다른 추억은 바로 추위라 할 수 있는데요. 그 추위 사이에서 펼쳐지는 서울의 밤도 오늘이 마지막, 내일까지 한국시리즈는 잠실에서 이어지지만 내일 5차전은 이번 한국시리즈 유일의 낮경기로 펼쳐집니다.

만약 이후로도 승부가 이어지면 다음 주 월요일과 화요일 경기가 펼쳐집니다만, 이 경기들은 또 다시 대구의 밤입니다.

최고의 야구장이라 할 순 없을 서울 잠실구장. 하지만 우리 프로야구에 있어 그 상징성과 가치는 부정할 수 없는 곳, 10월 마지막 밤을 하루 앞두고 잠실구장의 마지막 밤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이 밤 경기 이후 삼성의 우승은 그 어느 때보다 위기에 놓인 것처럼 보이고, 두산의 우승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듯 보입니다.

▲ 5차전을 삼성이 이긴다면 또 반격, 역습, 저력과 같은 단어가 삼성과 함께하겠죠?
야구 기사를 쓰며 또 다른 이들의 기사를 보며 스스로도 반성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들. 그날그날 결과에 따라 극단에 이르는 방향성과 마치 이 한번의 패배(혹은 승리)로 시리즈 전체를 결정짓는 접근... 토요일 저녁에는 또 어떤 결말을 마주하게 될까요?

처음에는 그저 지치고 빨리 끝나길 바랐던 이번 한국시리즈, 그 끝이 다가올수록 조금은 더 보고 싶다는 마음도 드는군요.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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