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는 이제 잠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구에서 펼쳤던 1·2차전에서 1승씩을 나눠가진 두 팀. 홈으로 돌아온 두산도, 잠실에서 강했고 우승도 많이 맛봤던 삼성도 이 잠실을 기다렸을지 모르겠는데요.

지금 펼쳐지고 있는 한국시리즈 3차전은 정말 중요합니다. 사실 한국시리즈 같은 단기전에는 늘 오늘 경기가 ‘정말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만, 우승으로 가는 첫 번째 분수령이라고나 할까요? 1·2차전은 어느 정도 예상에 맞게 승패를 나눠가졌으니 말입니다

▲ 오늘부터 펼쳐지는 3~5차전까지는 잠실구장 두산 홈경기. 하지만 삼성도 낯설지 않죠.
시리즈가 더 이어지면 6·7차전은 다시 대구로 향하는 메이저리그 스타일의 시리즈가 펼쳐집니다. 이 같은 시스템은 바로 두 팀의 한국시리즈였던 2001년 시리즈 이후 가능해졌습니다. 당시 정규시즌 1위팀이었던 삼성은 홈에서 한국시리즈 1·2차전을 치른 뒤 다시는 홈에 오지 못했죠.

이런 시스템이야 지금도 흔히 펼쳐지는 중립지역에 의한 결말입니다만, 상대팀인 두산의 홈구장이 ‘잠실’이었다는 점에서 문제는 발생합니다. 중립구장조차도 사실상 두산의 홈인 탓에 삼성은 3차전부터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잠실에서만 경기를 치렀습니다. 두산은 홈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기회를 얻었고, 놓치지 않았습니다.

당시 한국시리즈 시스템의 역차별 문제는 뜨거웠고, 결국 제도는 다소 변경이 이뤄집니다. 2002년부터는 잠실이 홈인 팀이 있을 경우 1·2,6·7차전을 1위팀 홈, 3·4·5차전은 플레이오프 승자팀 홈에서 치르기로 했습니다.

올 시즌에도 이 같은 시스템으로 치르는 한국시리즈. 삼성이 홈에서 우승세리모니를 펼친 두 번은 모두 이 같은 시스템이었죠. 중립지역 경기가 마지막으로 가능했던 2015년은 끝내 중립지역 경기가 없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과연 시리즈는 다시 대구에서 이어질까요? 아니면 그 어떤 팀이라도 잠실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시리즈의 가장 익숙한 풍경으로 마무리될까요?

공교롭게도 정규시즌 1위팀이 우승을 놓쳤던 세 번의 기억은 모두 잠실구장으로 결말 지어집니다. 1989년 빙그레를 상대로 우승을 거뒀던 해태도, 1992년 역시나 빙그레를 상대로 챔피언을 차지한 롯데도, 앞서 언급한 2001년의 두산도 모두 언더독의 반란으로 차지한 우승. 그 모든 순간은 바로 ‘잠실’이었습니다.

물론 삼성이 차지한 일곱 번의 한국시리즈 역시, 두 번의 대구구장을 제외하면 다섯 번이나 잠실에서 우승 세리모니를 가졌는데요. 과연 올 시즌의 잠실 마지막 경기인 5차전은 어떤 풍경이 될지 궁금해집니다. 두산은 홈으로 왔다는 안도감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2년 전 잠실에서 삼성에게 1승 2패로 우위를 내주고 우승도 내줬습니다. 4년 연속 우승을 이어온 삼성은 당시 1패가 유일한 ‘잠실구장 한국시리즈’의 패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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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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