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K리그의 시즌 막바지, 특히 K리그 챌린지의 순위 싸움은 치열합니다. 선수 한 명이 있고 없고에 따라 바뀔 수 있는, 두텁지 못한 선수층을 둔 각 팀들로선 카드 한 장에 예민할 텐데요.

지난주, 대구FC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후반 팽팽한 동점 상황에서 나온 이종성의 두 번째 경고는 퇴장으로 이어졌고 경기도 결국 졌습니다. 경고누적으로 인한 퇴장 탓에 출전정지 징계까지 당하며, 다가오는 주말 수원과의 맞대결도 부담이 커졌는데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동영상 분석을 통해 이날 경기 첫 번째 경고를 감면, 출전정지 처분을 풀었습니다.

▲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의 사후분석 결과 대구 이종성(왼쪽)의 출전정지 징계가 감면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News1
25일 경기를 뛸 수 있게 된 이종성의 상벌위원회 사후징계. 하지만 사후징계로 벌이 더해진 경우가 더 일반적입니다. 같은 25일 경기에서 서울 이랜드의 주전급 수비수이자 윙어인 김민제는 사후징계로 뛸 수 없습니다. 충주와의 10일 맞대결에서 상대 선수의 발목을 밟았던 반칙이 퇴장성 반칙으로 인정되며 2경기 출전정지가 됐죠.

희비가 엇갈리는 이 같은 사후징계 시스템. 대부분의 경우 비디오 분석을 통해 이뤄지는데요.-그 비디오 분석의 중요한 자료가 될 중계방송을 하는 입장에서 늘 더 예민하게, 또 신경 쓰게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지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K리그 사후징계 제도. 경기 중에 놓쳤거나 제대로 보지 못한 반스포츠적인 모든 행위에 대해 비디오를 근거로 추가징계가 가능합니다. 또 심판들의 판정에 대해서도 면밀한 분석을 통해, 그 신뢰감을 더하고 억울한 피해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는데요. 이는 경기수준을 더하는 것은 물론, 경기의 안전과 선수들의 보호에도 큰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 올 시즌 K리그 챌린지에서 가장 강력했던 사후징계는 이정협에게 부상을 안긴 배효성이었죠.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News1
공중볼 과정에서 반칙은 이미 경고가 있던 배효성의 퇴장으로 이어졌고, 사후 비디오 판독을 통해 징계는 더해집니다. 누적퇴장으로 이미 1경기 출전정지가 이뤄졌던 배효성은 당시 모두 6경기를 뛸 수 없었습니다. 이런 제도가 모든 오심이나 부상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같은 상황의 반복을 줄이는 효과는 분명해 보이는데요.

사후징계라는 제도는 심판들도 스스로의 부족함을, 놓친 부분을 인정한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큽니다. 권위만을 강조하기보다 다양한 고민과 더 큰 완성을 향해가는, 더 좋은 축구의 합리적 내일을 만드는 시도라 여겨집니다.

오늘 하지 못한 것들을 내일 잘 정리하고 바로잡는 시도, 사후징계. 그 꾸준한 노력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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