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1일 백혈병 등 직업병 피해자 30명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언론은 ‘8년간 끌어온 삼성전자 사업장 직업병 문제는 본격적인 해결 국면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삼성은 피해자들에게 △삼성전자에 대해 일체의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합의서와 관련한 모든 사실을 일체 비밀로 유지하며 △이를 어길시 수령한 보상금을 반환하겠다는 ‘확약’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수령 확인증’을 공개하며 “고 황유미님 가족, 고 박지연님 가족 등에게 개별적으로 접촉해서 산재신청 포기 등을 조건으로 수억 원을 제시하면서 회유했던 지난 시기 삼성전자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혹 삼성전자는 또 다시 직업병 문제를 은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은수미 의원이 공개한 ‘수령 확인증’을 보면, 삼성은 피해자 본인이나 (가족 등) 후견인에게 “본인은 삼성전자주식회사에 대하여 일체의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약합니다” “본인은 본 합의서와 관련한 모든 사실을 일체 비밀로 유지하며, 본 합의서 내용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 “본인은 본 합의서의 내용 위배시 회사로부터 수령한 금원을 반환할 것을 확약합니다”와 같은 조건을 제시했다. 삼성은 보상금을 받기 전에 ‘수령 확인증’을 제출할 것을 수령 조건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 삼성이 직업병 피해자 및 가족에게 발송한 수령확인증 (자료=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실)

이를 두고 은수미 의원은 “오늘 공개한 ‘확인 수령증’을 통해서 우리는 삼성의 진실을 보았다”며 “이와 같은 내용은 이미 보상위원회가 만든 ‘약관’ 제12조 ‘신청자의 의무’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예상은 가능했다”며 “그러나 실제 신청자들에게 보상을 하면서 비밀유지와 금원 반환을 강제한 ‘수령 확인증’에 놀라움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은수미 의원은 “삼성은 경제적으로 절박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신속한 보상’이라는 미명하에, 스스로 약속했던 조정위 권고안 이행을 뒤로 하고, 구체적인 보상 기준과 내용을 비밀로 하면서 ‘사회적 약속’을 스스로 파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삼성과 피해자, 시민단체들이 합의해 구성한 ‘삼성반도체 직업병 조정위원회’는 올해 7월 보상-대책-사과를 3대 과제로 설정하고 공익법인을 설립해 직업병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자는 방안을 삼성에 권고했다. 그러나 삼성은 올해 9월 보상위원회를 일방 발족했다. 삼성은 보상위원 중 회사와 노동자 대표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은수미 의원은 삼성이 △직업병 잠복기를 일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보상위원회가 삼성의 자문기구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있으며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지 않고 보상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이 민형사상 문제제기를 보상 조건으로 내걸은 것은 직업병의 산재 인정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이고 이는 불법적이라는 게 은수미 의원 지적이다.

은수미 의원은 “삼성이 진정으로 직업병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보상 기준과 내용 등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해야 하고, 보상을 빌미로 모든 것을 비밀에 붙이도록 하고, 나아가 민‧형사상 이의제기를 하지 않도록 적시하고 있는 ‘수령확인증’ 서명강요를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반올림에 제보된 삼성 직업병 피해자는 220여명이고 이중 74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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