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21조를 지켜내자.”

세계인권선언 60주년(10일)을 앞두고 민주수호촛불탄압저지를위한비상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과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가 9일 2008년도 판 ‘표현의 자유 선언문’을 발표했다. 표현의 자유 선언문은 10일 ‘2008 인권선언문’ 발표에 앞서 각론 성격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들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못박은 대한민국 헌법21조가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맞이하여 진행된 '표현의 자유 선언' 기자회견의 모습
사회를 맡은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촛불집회는 특정한 집회 시위를 넘어 거리에서 창발적인 표현문화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시민들은 스스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외치고 있는데 제도적인 측면은 시민의 권리의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선언문 발표 취지를 밝혔다.

황순원 국민행동 상황실장은 ‘2008년 표현의 자유 현황’과 관련해 “1948년 세계인류는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모색을 진행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분단과 독재를 유지한 채 인권을 말살하는 국가보안법이 제정됐다”면서 “국가보안법은 60년이 넘도록 녹슬지 않고 무차별한 칼날이 휘둘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어청수 경찰청장을 임명해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살인적으로 대응했다”며 유모차부대를 비롯한 네티즌들을 무차별 소환하고 집회참가자(촛불자동차연합 회원 25명)에 대해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등 촛불 보복을 단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실장은 경찰이 집회의 자유를 억압한 사례로 보수단체의 대북삐라 살포를 패러디한 미술인들의 반MB삐라 살포 퍼포먼스가 경찰에 저지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보수단체에서 북으로 보내는 삐라 살포는 경찰들의 보호 속에서 진행되고 있으나 8일 광화문에서 진행된 이명박을 반대하는 내용의 삐라 살포는 2분도 지나지 않아 경찰들에 의해 압수당했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정권에 유리한지 아닌지에 대한 이중 잣대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이명박 정권은 공안기구와 최시중-신재민-구본홍을 필두로 진행되는 언론장악을 통해서도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세계인권선언문이 발표된 지 60년이 지나면서 인권의 발전된 개념과 운동의 성과들을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촛불집회를 경유하며 새롭게 만들어 봐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고 2008인권선언문 발표 취지를 설명했다. 박래군 활동가는 “앞으로 청소년인권, 이주노동자 인권 등 다양한 인권선언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늘 발표된 표현의 자유 선언문은 대한민국헌법 21조에 해당된 것으로 확장된 인권개념을 포함하여 18개 조로 나뉘어 작성됐다.

표현의 자유 선언문 11조는 “일반 시민의 표현의 자유는 인터넷에서 최대한 보장이 되어야 하며 국가 권력에 의해 위축되어서는 안된다”고 새롭게 규정한 조항이다. 7조는 “현행 집회, 시위를 제한하는 법률은 폐지되어야 한다”며 집시법 폐지를 명시했고 “경찰을 비롯한 공권력은 오로지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8조 언론의 자유에서는 “편집권의 보장과 취재원의 보호, 개인 미디어의 권리까지 포함되어야 한다”며 “언론에 의한 명예훼손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17조는 “전쟁의 선동, 인종주의의 선동, 소수자에 대한 차별 선동 등 반인권적 표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표현의 자유를 무조건 허용하지는 않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박래군 활동가는 “인권위 앞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는데 이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선동으로 표현의 자유에 포함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북침을 하자”는 선동 역시 평화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로 볼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 이날 상영된 영상의 장면
방송통신융합 시대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심의제도에 대한 새로운 방향도 제시됐다. 발표를 맡은 김지현 미디액트 활동가는 “시민이 비영리적 목적으로 생산하고 배포하는 콘텐츠는 영리적 콘텐츠와 구분하여 심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활동가는 “비영리 시민참여 콘텐츠라도 불법적 표현에 대해서 심의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사전심의가 아닌 사후심의로 진행되어야 한다”며 “행정기관이나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법해석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제안했다. 비영리 시민참여 콘텐츠에는 네티즌의 각종 인터넷 게시물을 비롯해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 공동체라디오, UCC, 소형영화 등이 포함된다.

또한 “독립적인 민간자율 심의기구가 사전에 등급을 부여하거나 사후에 관리를 할 수 있지만 방송사, 포털 등 사업자 일방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위원회, 이용자위원회 등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의사결정 구조 하에 결정되어야 한다”며 “전편에 대한 심의가 아니라 신고나 불만요청 제기에 따른 일부 심의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표현의 자유 선언 기자회견에서는 촛불집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보여주는 영상이 상영됐다. 선언문 낭독은 촛불연행자모임의 네티즌 ‘오만과잡소리’가 맡아 눈길을 끌었다.

한편,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이 되는 10일 청계광장에서는 오후2시 2008 인권선언선포 기자회견을 비롯해 오후6시에는 인권선언 촛불문화제가 열린 예정이다.


[2008 표현의 자유 선언문]

“헌법 제21조를 지켜내자”
- 2008 표현의 자유 선언 -

‘표현의 자유’는 사상․양심․종교의 자유와 같은 내면의 자유를 포함하며, 이를 외부적으로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말한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필수적인 권리이며, 집단적으로, 또는 개별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폭력을 동반하거나 증오범죄, 전쟁을 선동하는 등 공동체를 위협하는 행위가 아닌 한 적극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사회는 민주사회가 아니며,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표현의 자유가 아무런 제한 없이 보장되고 실현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2008년 한국사회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촛불집회와 시위, 행진에 대한 강경진압을 일삼았고, 평화적인 시위 참여자에 대한 연행과 구속을 과도하게 진행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벌금의 부과와 과도한 수사,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등의 방법으로 촛불 집회 참여자들의 입을 봉쇄하여 왔다.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사상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봉쇄하여 한국을 국제사회에서 인권침해 국가로 분류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존속하고 있으며, 국가보안법에 의한 구속, 기소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안기관들이 개인의 감시와 사찰, 통제를 지금도 자행하고 있는 가운데 더욱더 개인들의 의사표현을 감시, 처벌할 수 있는 각종 법안들이 집권여당과 정부에 의해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인터넷 공간에 대한 억압도 강화되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가 실행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사이버 모욕죄’까지 도입되려 하고 있다. 핸드폰에 대한 감청도 추진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 상의 표현 행위에 대해서 임시 삭제 명령을 내리고 이를 준수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또한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방송사의 프로그램들이 강압적인 수사를 받았고, 이를 이유로 방송사는 감사원의 감사를 받았다. 언론사에 대한 정부의 장악이 노골화되면서 해당 언론사의 종사자들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가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진행되고 있고, 권력과 자본에 의한 통제와 장악이 가능하도록 언론 관련법을 개악하려 하고 있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는 풍전등화의 위협 앞에 떨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후퇴되고 있음을 우리는 본다. 표현의 자유가 봉쇄되면 그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서 공포가 지배하게 되고, 침묵만이 미덕으로 받아들여진다. 부정과 비리가 만연하고, 불의가 정의로 둔갑되는 사회로 가게 된다. 아직도 ‘좌파’로 매도하면서 건전한 의사표현을 가로막는 마녀사냥이 가능한 사회가 한국사회이며, 이런 마녀사냥을 조장하는 정치권력과 그에 결탁한 보수 세력들의 차별적이고, 인종주의적, 권위주의적 억압이 횡행하는 사회를 우리는 보고 있다.

우리는 사상의 자유로부터 개인의 표현의 자유, 그리고 집단적인 의사표현인 집회․결사의 자유, 그리고 정치적인 의사표현에 이르기까지 국제인권기준과 헌법이 보장하는 수준의 표현의 자유가 어떤 제약 없이도 보장되어야 한다. 국가안보와 공공질서의 유지라는 명분은 단지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기 위한 핑계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표현의 자유의 전면적인 확보를 위해,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집회․시위․언론․출판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세력들에 반대하고, 그에 저항해 나갈 것임을 선언한다.

1. 우리는 세계인권선언,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인권조약,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며, 이 자유를 아무런 제약 없이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이 선언과 조약과 헌법에서 규정하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필수적인 자유이자 사회구성원의 양보할 수 없는 권리다.

2. 사상의 자유는 주류 사상에 대한 허용이 아니라, 비주류, 소수의 사상에 대한 인정이다. 비주류, 소수의 사상이 주류의 그것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억압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국가보안법이 조건 없이 폐지되어야 한다.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표현의 자유를 증진시키기 위한 우리의 의무다.

3. 양심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유엔에서 각국에 입법으로 보장할 것을 권고하는 사안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며, 수감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모두 석방되어 시민권을 회복해야 한다.

4. 헌법의 정신에 따라 국교는 인정할 수 없으며, 특정 종교를 편들거나, 특정종교를 핍박하는 정치권력은 인정할 수 없다. 종교에 대한 선택과 개종 등의 자유는 제한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

5. 의사표현은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자유롭게 표명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안보, 공공의 안녕질서, 국익 등을 이유로 평화적인 의사표현이 가로막힐 수 없다.

6. 헌법 제21조 1항과 2항의 규정대로 모든 사람은 검열과 허가 없이 언론․출판과 집회․결사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대한민국의 국적을 갖지 않은 이들이 이 자유를 제한 당하는 것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법률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7. 현행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법률은 폐지되어야 한다. 집회․시위현장에서 경찰은 물러나야 하며, 경찰을 비롯한 공권력은 오로지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봉사의 역할에 충실하여야 한다. 다만, 집회․시위가 폭력적인 방법으로 행해지거나 파괴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법률에 의하여 공권력은 이를 제지할 수 있다.

8. 언론에 대한 정치권력과 자본의 지배는 인정될 수 없다. 모든 사람은 자유롭게 언론의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편집권의 보장과 취재원의 보호, 개인 미디어의 권리까지도 포함되는 것이어야 한다. 언론에 의한 명예훼손은 형사처벌이 아니라 그 피해에 대한 민사적 배상절차를 통해 해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9. 대중매체는 특유의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구조로 일반 시민의 참여를 가로막아 왔다. 일반 시민이 대중매체에 접근하고 참여할 권리는 표현 수단에 대한 마땅한 권리로서 적극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대중매체는 다양한 사상들이 자유롭게 토론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정보를 독점하거나 왜곡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여서는 안 된다.

10. 표현물에 대한 심의는 사전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며, 사후에 이루어지더라도 명확한 법률에 따라 최소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행정기관이 자의적으로 법률을 해석하여 불이익을 줌으로써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여서는 안 된다. 특히 일반 시민의 표현물에 대한 심의는 시민사회의 자율적 판단에 우선적인 기회를 주어야 한다.

11. 인터넷은 그 밖의 다른 표현 수단을 갖지 못하는 일반 시민들에게 소중한 의견 발표의 공간이며 다른 시민들과 소통하는 공간이다. 일반 시민의 표현의 자유는 인터넷에서 최대한 보장이 되어야 하며 국가 권력에 의해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범죄행위를 저지를 것이라고 단정하여 실명 사용을 국가적으로 강제하거나 개인정보의 보관을 의무화하여서는 안 된다.

12. 모든 사람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학교 교과서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배제되어야 하며, 교과서 집필자는 자유롭게 자신의 학문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집필할 수 있어야 한다. 교과서의 검인정제도는 궁극적으로 폐지되어야 한다.

13. 입법․사법․행정 등 모든 국가기관은 국민을 포함한 모든 시민들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서 정보공개를 최소한도로 제한해야 한다. 비밀에 대한 과도한 제한은 철폐되어야 하며, 비밀을 공개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되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내부 고발자는 적극적으로 법률로 보호해야 한다.

14. 모든 사람은 다양한 정보와 사상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고 다양한 정보와 사상을 만들고 전달할 권리가 있다. 누구나 저작권을 이유로 공정한 정보의 이용을 제한받아서는 안 되며 자신의 저작물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다.

15. 결사의 자유에는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와 정당을 결성할 권리 등을 포함한다. 모든 사람은 이들 결사의 자유를 아무런 제한 없이 누려야 한다. 정치권력과 자본은 자주적인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면 안 된다. 자유로운 결사를 통해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보장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며,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

16. 위와 같은 표현의 자유를 향유함에 있어서 장애인들이 소외받지 않도록 국가와 사회는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장애인들은 국가와 사회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차별을 시정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17. 위와 같은 표현의 자유는 전쟁의 선동, 인종주의의 선동, 소수자에 대한 차별 선동 등 반인권적 표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인권에 반하는 표현의 자유는 해당 관련자에 대한 폭력을 낳을 수 있음을 우리는 우려한다.

18. 모든 사람은 자신의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것에 대해 저항할 수 있으며, 타인이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억압당하는 것에 대해서도 연대할 의무가 있다.

2008년 12월 9일
선언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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