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제한에 표적기사로 맞서며 신경전을 벌이다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의 연합뉴스 방문으로 일단락이 된 두 회사의 실제 합의 내용이 공개됐다. 핵심은 ‘연합뉴스에 대한 정부 지원을 정당화하는 학회 세미나를 머니투데이가 취재해 비중 있게 보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머니투데이 소속 기자들은 경영진의 지시를 거부했고, 홍선근 회장은 돌연 ‘연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는 이를 ‘약속 파기’로 보고 자사 기자들에 홍선근 회장의 비리를 계속 취재하라고 지시했다.

사건을 복기해보면 이렇다. 9월18일 머니투데이는 계열사 더벨이 주최한 컨퍼런스 현장을 찾은 연합뉴스TV의 취재를 제한했다. 연합뉴스는 이날 머니투데이의 취재제한을 강하게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냈고, 이후 십여 건의 기사를 통해 머니투데이 및 계열 매체의 광고협찬 영업실태와 운영실태 등을 폭로했다.

▲ 연합뉴스TV 리포트 갈무리

머니투데이는 ‘일방적인 비방’이라고 반박했으나 홍선근 회장은 10월6일 연합뉴스 박노황 사장을 찾아가 사실상 ‘백기투항’ 했다. 이후 연합뉴스는 머니투데이 관련 취재를 잠정 중단했다. 두 대표이사 간 합의 직후, 머니투데이는 자사 계열 언론에 ‘연합뉴스에 대한 정부 지원을 비판하는 과거 기사를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 머니투데이 계열 소속 기자들은 홍선근 회장의 일방적 합의와 편집권 침해에 반발했다. 이에 홍 회장은 기자들에게 사과했고 10월14일 “연내에 모든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가 머니투데이 관련 취재를 중단하고, 머니투데이 경영진이 편집권을 침해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언론계 안팎에서는 ‘동업자정신에 의한 종전’이 아닌 ‘거대 뉴스통신사의 야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머니투데이 계열 매체 소속의 한 기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회사에서 연합뉴스에 대한 정부 지원을 정당화하는 행사를 취재하라고 지시했고 기자들은 취재를 거부하기로 했다”고 전한 바 있다.

▲ 홍선근 머니투데이 대표이사 회장 (사진=머니투데이)

미디어스 취재결과, 양측의 합의 내용에는 머니투데이 입장에서 ‘굴욕적’인 내용이 포함돼있는 걸로 밝혀졌다. 사실상 머니투데이가 ‘자아비판’이나 다름없는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이창섭 편집총국장 대행은 19일 “머투는 연합 주관 언론학회를 취재하고 최영재 교수의 발표를 비중 있게 보도하기로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어찌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홍 회장의 비리에 대해서는 계속 취재를 해야 합니다”는 내용의 글을 내부에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창섭 총국장대행이 언급한 행사는 지난 17일 한국언론학회 가을정기학술대회 중 ‘연합뉴스 특별세션’이다. 최영재 교수(한림대 언론정부학부장)는 이날 △국가기간뉴스통신사와 민영뉴스통신사의 역할과 활동영역을 구분하고 △연합뉴스에 대한 공적 지원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며 △뉴스1과 뉴시스 등 민영뉴스통신사는 협찬 위주의 수익구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는 3건의 기사로 이 주장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최영재 교수는 연합뉴스 기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연합뉴스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2012년부터는 연합뉴스TV 시청자평가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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