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부산, 부산MBC, KNN이 오는 23일로 예정된 해군 관함식을 동시생중계하기로 했다. 방송사가 해군 관함식을 생중계한 것은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져 ‘애국적 편성’을 결정한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부산지역 방송3사 노동조합은 이 같은 결정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부산지부, MBC본부 부산지부, KNN 지부는 19일 방송 3사가 해군 관함식을 1시간 동안 생중계하기로 한 소식을 전하며 회사의 편성방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3사 노동조합은 “올림픽 같은 국제적인 행사에서도 이 같은 방송 편성은 거의 사라진 지 오래”라며 “졸지에 지역 시청자들만 지상파 3사의 일사불란한 편성으로 인해 시청권을 박탈당할 처지에 놓였다. 각 회사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생방송을 강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3사 노동조합에 따르면, 애초 해군본부는 KBS에 중계를 외뢰했다. KBS는 인력과 장비 부족을 이유로 MBC와 KNN에 협조를 요청했다. 수상한 대목은 여기서부터다. 3사 노조는 “통상적으로 방송 장비와 인력을 지원해주는 선에서 협업의 규모가 정해지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KBS 총국장과 MBC, KNN 사장이 만난 이후로 무슨 이유인지 3사가 동시에 생중계를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3사의 중계차들이 잡은 현장 그림을 KBS에서 취합해서 나머지 두 개의 방송사로 보내주면 그것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것”이다.

3사 노동조합은 “이 같은 방식이라면 그 시간대에 시청자들이 어느 채널을 선택하더라도 똑같은 프로그램을 봐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며 “아무리 취약한 오후 시간대라 하더라도 동시 생중계를 한다면 거기에 걸맞은 이유나 명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해군 관함식은 군 70주년을 기념하고, 외국의 군함들이 더 와서 규모가 크다는 것 뿐, 2003년을 처음으로 이미 두 번이나 열린 행사다. 처음 열리는 것도 아닌데 방송 3사가 다 들러붙어서 동시 생방송을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방송사가 단독으로도 관함식을 생중계한 경우가 한 차례도 없다”고 지적했다.

노동조합은 “지금의 상황은 시청자들에게 대놓고 보기 싫으면 케이블TV나 종편을 보라고 내모는 것과 별 다르지 않다”며 “가뜩이나 어려워지고 있는 지역 지상파의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 지역 지상파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감히 내릴 수 없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지역 시청자들을 지상파에 묶어 둘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해도 시원찮을 때에 북한에서나 있을 법한 군사 열병식 동시 생방송이라니… 부끄럽고 참담할 뿐”이라고 회사의 편성 결정을 비판했다.

이들은 “방송은 국민의 것이다. 방송사는 국민의 알권리와 즐거움을 위해 봉사하는 것에 전파를 위임받아 사용할 뿐”이라며 “작금의 행태는 지역 시청자들의 방송주권을 무시하는 명백한 월권이다. 지역 시청자들에게 조금의 염치라도 있다면 당장이라도 해군 관함식 동시 생중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