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주신 씨의 병역기피 의혹을 보도를 둘러싼 MBC와 방통심의위 여당추천 심의위원들의 발언들을 들으며 다시 한 번 ‘언론자유’란 무엇인가하는 오래된 물음을 들춰낼 수밖에 없었다. MBC의 보도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그동안 언론계가 축적해온 이론과 경험이 무력화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1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견진술차 출석한 MBC 보도국 오정환 취재센터장(부국장)은 자사의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기피 의혹 보도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라면서 “기사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의 ‘병역 기피 논란이 일자 주신 씨는 2012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공개적으로 MRI를 찍었고 병원은 “두 곳의 MRI 사진은 동일인의 것”이라고 밝혀 논란은 끝나는 듯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박원순 시장 측을 배려한 것”이라는 것이 MBC의 설명이다. 박원순 시장 측의 핵심 주장이 들어갔기 때문에 공정성이 충분히 지켜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해당 기사의 강조점은 누구나 알 수 있듯 ‘듯했다’로 끝나는 이 문장의 뒤에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을 MBC가 과연 ‘아니다’, ‘몰랐다’라고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MBC의 “기사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MBC는 오히려 이 보도가 있은 다음 날 서울시 측의 반론성 브리핑을 보도한 것에 대해 “균형이 맞지 않다고 비판해야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도 방통심의위 심의가 “언론 자율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MBC 보도가 잘못이라고 판정한다면 위축된 상황에서 중압감이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의 자유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MBC 측 진술의 핵심이다.

▲ 9월 1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정부여당 추천 심의위원들 주장도 다르지 않았다. 함귀용 심의위원은 “대한민국 언론사들이 보도도 못하느냐”며 “공인이라면 이 정도 비판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BC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면서 방송에 내지 말라고 했다. 이거 한번 진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라며 “인터뷰에 정당하게 응하던지 안했으면, 그에 대한 판단은 시청자들에게 맡기면 되는 것이지 보도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고대석 심의위원 또한 “고위공직자는 아무리 검증해도 모자라지 않는다. 이 보도에 문제를 삼은 것은 언론자유에 대한 도전”이라고 거들었다. ‘언론에 재갈을 물린다’라는 표현은 편향적으로 조성돼있는 언론환경을 비판하는 대표적 수사다. 서울시가 이에 대한 인터뷰를 거절하면서 반론을 담당 기자에게 보냈지만 누락됐는데도 방통심의위에서 이는 거론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MBC가 이런 표현을 쓸 수 있는지 의문이다.

방통심의위는 MBC <뉴스데스크>의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 보도를 “공인에 대한 검증보도”로 규정하고, 이를 비판하는 것은 “정치적 잣대”에 의한 것이며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는 행위”라는 하나의 완성된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있었다. ‘자가당착’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언론 환경 악화에 일조하고 있는 이들이 ‘언론자유’를 논하고, 자신과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가진 존재에 대한 ‘흠집내기’가 어느 순간 ‘공인에 대한 비판’으로 둔갑한 것은 차라리 웃기는 코미디의 한 장면이다. 이들의 말이 얼마나 모순되는지는 한국사회 언론지형을 좌우할 열쇠를 누가 틀어쥐고 있는가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훼손하고 있는 주체는 ‘권력자’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방통심의위의 구조는 익히 잘 알려져 있듯 청와대 3명(위원장 포함), 국회의장 3명, 관련 상임위(미방위) 3명의 추천에 따라 9명으로 구성된다. 현재 △방통심의위 박효종 위원장(전 서울사범대 윤리교육과 교수)과 △함귀용 심의위원(변호사), △조영기 심의위원(고려대 인문대학 북한학과 부교수)은 청와대가 추천한 인사들이다. 이들과 함께 새누리당이 추천한 △하남신 심의위원(전 SBS 논설위원)과 △김성묵 부위원장(전 KBS 부사장), △고대석 심의위원(대전MBC 사장) 3인 등 과반을 넘는 인사들이 방송프로그램 공정성 등에 대한 심의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추천한 △장낙인 상임위원(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초빙교수), △박신서 심의위원(전 MBC PD), △윤훈열 심의위원(현 동국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은 늘 소수의 위치다.

언론자유 하락 공모자들이 ‘언론자유’를 말하고 ‘흠집내기’가 공인에 대한 검증?

MBC <뉴스데스크>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기피 의혹 보도가 큰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방통심의위에서 행정지도 중 가장 낮은 ‘의견제시’로 의결된 것 또한 정부여당 추천 심의위원들이 다수가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일, 야당추천 장낙인·박신서 심의위원이 끝까지 법정제재 주장을 고수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마도 다수결에 따라 해당 보도는 ‘문제없음’으로 결론이 났을 것이다. (▷관련기사 : MBC “박원순 아들, 귀국해 MRI 다시 안 찍는 것 이해 안 돼”)

그런 방통심의위가 정부여당 추천 인사들에 의해 명예훼손 관련 제3자 심의요청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을 개정하려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그동안 △KBS <뉴스9> 이승만 정부의 일본 망명 보도(주의), △KBS <개그콘서트> 메르스 비판 민상토론(의견제시), △KBS <뿌리 깊은 미래> ‘남녘’ 표현 등(경고) △KBS <뉴스9> 문창극 보도(권고), △JTBC <뉴스9> 다이빙벨 보도(관계자징계) 등 또한 정치적 심의라는 비판이 일었음에도 정부여당 추천 심의위원들에 의해 과도한 제재를 받아왔다. 반대로 야권 인사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폄훼한 TV조선과 채널A 등의 방송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여전히 솜방망이 제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방통심의위는 2008년 출범시 부터 끊임없이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기관으로 비판받아왔다. 프랭크 라뤼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또한 한국 방문 후 발간한 보고서에서 방통심의위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 바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추천을 받은 다수 위원들의 정치적 심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상황에서, 이들이 MBC 보도에 대한 비판에 대해 “언론의 자유에 재갈을 물린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연 설득력이 있는가?

MBC 뉴스를 비판하는 이들은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기피 의혹을 보도했다는 사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50대 50이라는 기계적 중립을 지키라고 얘기는 것도 아니다. 뉴스를 전함에 있어서 MBC가 최소한의 공정성을 유지하려 했는지 의문이라는 얘기인 것이다. 이 보도에 의해 누군가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해당 리포트는 박원순 시장 입장에 대한 최소한의 반론이 반영되지 않았다.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고 MBC가 보도한 바와 같이 2012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공개신검까지 진행됐다. MBC와 정부여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시민단체가 주신 씨를 고발하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새로운 상황이 발생해 충분히 보도의 가치가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재차 강조하지만 뉴스의 구성에 있다. 고발한 시민단체가 어떤 곳인지, 그 내용이 어떤 것인지, 이게 왜 중요한지, 그에 대한 박원순 시장의 입장은 어떤지 등으로 보도가 구성됐다면 최소한의 ‘공정성’ 논란은 일지 않았을 것이다. MBC의 당시 보도는 시민단체의 고발 내용과 검찰의 수사가 아니라 그동안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해왔던 양승오 박사의 주장(‘40대 MRI’, ‘석회화’ 등)이 주가 됐고, 그에 대한 전문가와 박원순 시장 측의 반론 또한 이미 수차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하지 않았다. “기사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MBC의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보도가 과연 ‘공인에 대한 검증’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 또한 의문이다.

MBC가 ‘언론 자율성’과 ‘위축’, ‘중압감’을 거론하는 것 또한 마뜩찮은 부분이다. MBC는 그동안 사내에서 ‘보복인사’, ‘징계’, ‘유배’ 등으로 자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사업장이다. 언론이 위축된다는 주장을 MBC가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MBC는 그동안 자사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한 매체들을 상대로 줄곧 소송을 제기해왔다. 이것이야 말로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을 MBC가 모를 리 없다. 방통심의위에서의 MBC 진술만 보면 과연 스스로 ‘중압감’을 느끼고 있는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오히려 MBC 보도로 인해 2015년 국감에서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기피 의혹이 재차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일이 벌어졌지 않은가. 스스로 뉴스의 영향력과 그로 인한 보도의 책임, 신중함에 대해 더 고민해야할 때다.

언론의 자유는 언론계 종사자라면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해야 할 영역이다. 분명한 것은 현재로서는 방통심의위와 MBC가 ‘언론자유’를 함부로 입에 올리면 안 되는 조직이 됐다는 비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는 두 조직의 과제로만 남겨둘 일이 아니다. 시민사회와 양심있는 언론계 종사자들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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