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자 <동아일보> 26면 횡설수설에는 ‘표류하는 문화예술위’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내용인즉슨 “문화예술위원회 1기위원장을 비롯해 2기위원장 역시 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하고 있는 기금운용기준을 위반해 54억원의 손실을 초래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퇴진당했다”는 것이다.

▲ 8일자 <동아일보> 26면 기사
칼럼은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금 배분은 문예진흥원을 통해 ‘관’의 주도로 진행됐으나 지난 정부에서 문화예술위를 신설해 예술인들 스스로 지원대상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변경”했는데, 이것 때문에 동티가 났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의 변경으로 결국 좌파 성향의 위원들이 임명됐고 그로 인해 ‘편중 지원’이 문제가 됐었다”며 “기금 운용을 잘 모르는 예술인들이 위원회 책임을 맡은 뒤 기금통장의 잔액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칼럼은 “해임된 김정헌 위원장은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54억원을 날려버렸다”고 덧붙이고 있다.

재밌는 칼럼이다. ‘문화예술위원회’를 ‘문화부’로 바꾸고 ‘김정헌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유인촌 문화부 장관’으로 바꾸면 어쩜 그렇게 딱 들어맞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럼 이제부터 동아일보의 ‘횡설수설’ 칼럼을 내 맘대로 ‘논리정연’으로 바꾸어 재구성해 봤다. 조만간 동아일보에 이런 칼럼이 실리길 바라면서….

논리정연 : “표류하고 말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논란에 휩싸였다.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공공기관장을 해임한 것도 모자라 문화부 재량으로 이용할 수 있는 스포츠 토토 적립금을 베이징올림픽 연예인응원단에 2억1천만원 가량을 지원했고 그 중 숙박비에만 1억1천만원이 넘게 사용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뿐만 아니라 문화부에서 관광기금을 투자해 70억 가까이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의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하여 공공기관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법으로 지난 2007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그렇지만 유인촌 장관이 문화부로 오면서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과 김정헌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목해 스스로 물러날 것을 종용했다. 각계에서 이와 관련해 반대가 심했으나 지난 5일 김정헌 위원장에 대해 일사천리로 해임을 결정했다. 유인촌 장관의 코드인사 ‘이론’은 그럴 듯해 보였으나 바로 그 안에 함정이 있었다.

실제로 이명박 정권의 코드인사에 따라 문화부를 운영해보니 유인촌 장관은 자신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에게 ‘주인 없는 돈’을 챙겨주기에 바빴다. 친분에 의한 절차가 생략된 베이징올림픽 연예인 응원단에 대한 ‘편중 지원’이 도마에 올랐다. 국민체육진흥법 제29조에 따르면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스포츠 토토 수익금 중 10%(체육진흥투표권 사업 적립금)를 재량껏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국민의 세금인 것을 감안한다면 사용에 문제가 없지는 않다. IOC 선수위원을 만들기 위해 문대성 선수에게 문화부에서 2억원을 지원한 것도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결국 누가 파워를 갖고 있느냐로 지원대상이 결정됐다. 결실을 기대하기 힘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문화에 대해서 잘 모르는 유인촌 장관이 문화부에 대한 책임을 맡은 뒤 스포츠 토토 적립금 잔액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응원단 지원으로 문제가 된 스포츠 토토 적립금 350여억 원 중 유인촌 장관이 취임 두 달 만에 124억원이나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대로 가면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적립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한다.

유인촌 장관은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70억원을 날려버렸다. 그것도 해임한 김정헌 위원장과 같이 ‘금융기관 선정기준’의 C등급으로 규정한 금융기관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 최대 피해자는 예술인들이다.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어느 곳보다 먼저 한파가 들이닥치는 곳이 문화계이다. 사람들이 문화비 지출부터 줄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믿는 구석이 문화부인데 이마저 결딴나면 이 겨울을 어떻게 버틸까. 예술인들은 침울하다.

실제 문화부는 김정헌 위원장의 해임 근거로 C등급 금융기관에는 기금을 예탁할 수 없음에도 불구, 올 들어 1월과 5월 메릴린치증권 등에 총 200억원을 예탁해 54억여원의 평가손실을 발생한 점을 부각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된 등급 역시 감사원이 사후적으로 A, B, C 등급으로 나눈 것으로, 문화부 역시 C등급 금융기관에 투자해 70억원을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헌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그렇다면 기금 책임자와 문화부 장관도 해임해야 한다는 논리인가?”라고 말했다. 또한 “국민연금처럼 큰 연기금기관들 역시 손실액이 무려 8조5천억에 달한다”며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라고도 반박했다.

결국 문제는 유인촌 장관이 문제 삼은 ‘코드인사’였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공공기관의 장에 코드인사를 심고 있는 것은 삼척동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김정헌 위원장은 “문화부 예술국 과장이 청와대에서 뽑은 인적자료와 한나라당 당원 2명의 이력서를 들어와 이들을 뉴서울골프장의 감사와 전무로 뽑아줄 것을 부탁했다”며 인사청탁이 있었음을 공개했다. 이렇듯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자리 역시 같은 궤에 있다.

동아일보는 ‘표류하는 문화예술위’ 칼럼에서 “기금 운용을 잘 모르는 예술인들이 위원회 책임을 맡은 뒤”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이는 곧바로 유인촌 장관에게 적용할 수 있다. ‘문화’가 뭔지도 모르는 유인촌이 문화부장관으로 와서 우리나라 ‘문화계’는 어두운 터널로 접어들었다. 문화의 기본은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에 있다. 키를 맞추기 위해 삐쭉 솟은 싹을 자르는 것은 문화다양성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인터넷 확산에 대해 “사실 불특정 다수의 힘이 너무 크다”며 사이버 모욕죄와 인터넷 실명제 강화를 이야기하는 문화부 장관은 이를 모르는 것 같다.

“그동안 방송이 공공성, 공정성의 기능만 주로 강조돼왔다면 앞으로는 산업적 측면도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민영미디어렙 도입, 신문·방송 겸영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문화부 장관이 ‘문화’를 논한다는 것이 오늘날 한국사회 문화다양성 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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