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가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주신 씨의 병역기피 의혹을 반론 없이 보도해 논란이 인 가운데, MBC 측은 “해당 보도에 대한 비판은 공정성 여부 잣대가 아니라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라며 “기사의 취지에 맞춰 최대한 박원순 측을 배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논란과 비용이 커지는데 박주신 씨가 왜 귀국해서 다시 MRI를 안 찍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도 발언했다. 정부여당 추천 함귀용 심의위원도 “(공인)박원순 시장이 ‘스트레스 받으니 못나온다’ 이런 소리나 하고 앉아있다”며 박원순 시장 측을 비난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심의소위(위원장 김성묵)는 14일, MBC <뉴스데스크>의 9월 1일 “박원순 시장의 아들 주신 씨의 병역기피 의혹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라며 “주신 씨의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한 의사들이 현재 8개월째 재판 중인데 이번에는 시민단체가 주신 씨를 고발하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내용의 보도(▷링크)에 대해 심의했다.(▷관련기사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기피 의혹 MBC 보도…함귀용 심의위원 “이 정도 보도도 못하나”)

그 결과, 방송심의소위는 MBC <뉴스데스크>와 관련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 제2항 위반으로 ‘의견제시’ 제재를 확정했다. ‘의견제시’는 행정지도 중에서도 가장 낮은 단계의 제재이다. 당초 야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재허가시 감정요인이 되는 법정제재 ‘주의’(벌점1점)를 주장했으나 합의를 위해 제재수위를 낮췄다. 심의과정에서 당초 민원인이 제기했던 제14조(객관성)과 제20조(명예훼손금지) 조항 적용은 제외되는 등 논란이 예상된다.

MBC, “박원순 시장 배려해 기사 자체에 문제가 없다…비판은 정치적 잣대”

이날 방송심의소위는 MBC 측에서 직접 의견진술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의견진술차 출석한 MBC 보도국 오정환 취재센터장(부국장)은 “해당보도는 양승오 박사의 주장이라기보다는 검찰이 새로이 수사할 때 수사대상을 정리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박원순 시장 아들 주신 씨 병역기피 의혹)보도로 큰 정치적 파장이나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보지 못했다. 기사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 9월 1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MBC 오정환 취재센터장은 심의대상인 9월 1일자 보도와 관련해 “통상적인 수사착수 보도와 비교해 박원순 측 의견이 예외적으로 많이 들어갔다고 생각한다”며 “박원순 시장 측에서 인터뷰를 응하겠다고 했다면 안 실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뷰를 거절하면서 보도가 나가면 상당히 강력한 대응이 있을 것이며 ‘방송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오정환 취재센터장은 “저희들이 볼 때 9월 1일 보도는 균형에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데 2일 보도(▷링크)는 (서울시의)기세에 눌렸다랄까, 그게 불공정하다면 불공정한 보도”라고 덧붙였다. MBC <뉴스데스크>는 서울시 측에서 1일자 보도에 대해 브리핑을 하자 뒤늦은 2일에서야 서울시의 반론을 보도했다. 그런데, 오정환 취재센터장은 오히려 뒤늦은 반론격 보도가 공정성을 위반하고 있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MBC 오정환 취재센터장은 이어 “외람되지만 9월 1일자 보도에 대한 비판은 공정성 여부가 잣대가 아니라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라며 “1일 보도는 ‘병역 기피 논란이 일자 주신 씨는 2012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공개적으로 MRI를 찍었고 병원은 두 곳의 MRI 사진은 동일인의 것이라고 밝혀 논란은일단락됐다’고 돼 있다. 그리고 박원순 시장 주장도 일견 타당해 보이고 해서 양 측 주장하는 것에 대해 핵심을 실었다고 저희는 믿고 있다”고 해명했다. ‘논란은 끝나는 듯했습니다’라는 문구 이전의 서술이 박원순 시장 측의 핵심적 주장을 담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MBC 오정환 취재센터장은 “(1일자 보도가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한다면)2일 서울시 반박 보도 또한 균형이 맞지 않다고 비판해야하는 게 아니냐, 그런데 2일자 보도에 대해서는 비판하는 분들이 없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MBC 오정환 취재센터장은 ‘검찰에서 새로이 수사를 착수했다며 팽팽히 입장이 갈리는 사안에 대해 양승오 박사의 주장만 보도한다면, 시청자들이 볼 때 양 박사의 주장이 옳다고 오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는 지적에는 “주관적 판단인 것 같다”고 일축했다. 그는 “보도에서 ‘양측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라고 했다. 저희들은 기사 취지에 맞춰 최대한 박원순 시장 측을 배려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사회적 논란과 비용이 커지고 있는데 박주신 씨가 귀국해 법정 MRI를 안 찍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MBC 오정환 취재센터장은 끝으로 “방통심의위의 결정은 보도 하나의 잘잘못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한국 언론이 처한 상황과 맞물려 언론 자율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외람되지만, 기가 막혀 캡처를 한 것이 2일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기자회견을 했고 그 뉴스가 네티즌이 가장 많이 본 기사였다는 점이다. 다음과 네이버 메인에 하나도 나와 있지 않은 뉴스를 찾아 본 것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국 언론은 제대로 보도를 안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1일 보도가 잘못이라고 판정한다면 저희는 이미 위축돼 있는 상황인데 중압감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진술을 마쳤다.

함귀용 심의위원, “사회적 쟁점이 되면 다시 공개 검증하면 되지…공인이라면 비판 감수해야”

정부여당 추천 심의위원들과 야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MBC <뉴스데스크>의 박원순 시장 아들 주신 씨의 병역기피 의혹 보도에 대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위반 여부를 둘러싸고 대립을 이어갔다.

정부여당 추천 함귀용 심의위원은 “MBC 보도는 새로이 고발되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그걸 보도하기 위해 양승오 박사 측도 박원순 시장 측도 접촉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량은 50대 50으로 똑같이 할 수 없는 것이고 중심 스토리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게 중요한데, 여기에는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기피 의혹이 확산될 조짐이라고 했다”며 “재판 중인 사건이 있고 주신 씨가 MRI는 자생한방병원에서 찍었는데 그 후, 병역비리 의혹을 의사들이 있는 혜민병원에서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부분은 오히려 사실과 다른 부분이지만 박원순 시장 측에 유리하게 (보도)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함귀용 심의위원의 주장이 맞다면 오히려 MBC <뉴스데스크>는 제14조(객관성)를 위반한 것이 되지만 그는 ‘객관성’ 위반은 없다는 논리를 폈다.

함귀용 심의위원은 “연세 세브란스에서 MRI 사진이 동일인이라고 밝혀 논란이 끝났다”며 “그런데, 양승오 박사가 기소유예에 불복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시민단체에서 새로이 고발해서 수사를 착수했다는 그동안의 사실을 객관적으로 쓴 것”이라고 MBC를 감쌌다. 이어, “MBC는 오히려 (2일)박원순 시장 측에서 무슨 얘기를 했다는 등 공정성이 들어있지 않은 보도를 했다. 기자로서 어떻게 이런 보도를 할까 싶은 보도”라고 덧붙였다.

함귀용 심의위원은 “박원순 시장이 전 국민을 상대로 희대의 사기극을 벌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런데 세브란스 신검이라는 것이 장소와 극소수의 사람들이 참여했고 MRI기사의 당시 행적이 의혹 투성이라는 점에서 공개신검이 확실한가, 확신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MRI가 찍힌 시간 또한 “2시 18분에 들어가는데 2시로 찍혀있다”며 “세브란스에서는 기계 착오라고 하고 있는데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재판부도 주신 씨를 불러 다시 한 번 신검을 해보자는 것인데 안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함귀용 심의위원은 박원순 시장에 대해 “MBC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면서 방송에 내지 말라고 했다. 이거 한번 진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라며 “인터뷰에 정당하게 응하던지 안했으면, 그에 대한 판단은 시청자들에게 맡기면 되는 것이지 보도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회적 쟁점이 되면 다시 공개 검증을 받으면 되지, 그걸 가지고 ‘나에 대해서는 언터처블’이라고 한다면 박원순 시장 관련 보도는 쓸 수가 없게 된다. 공인이라면 이 정도 비판은 감수해야 할 몫”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야당추천 심의위원들이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양승오 박사는 자기 의학적 소견으로 홀로 외롭게 싸우고 있다”며 “그런데 박원순 시장 측은 ‘스트레스 받으니 못나온다’ 이런 소리나 하고 앉아있다. 그런 과정을 대한민국 언론사들이 보도도 못하느냐”라고 퇴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대석 심의위원 또한 “이렇게 기사를 구성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수 있느냐”며 “1분 20초밖에 안 되는 방송뉴스에서 앞의 20~30초를 들여 논란에 대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왜 반론을 안 실어줬느냐’고 하면 4분 30초 기사를 만들어야 하느냐. 고위공직자는 아무리 검증해도 모자라지 않는다. 이 보도에 문제를 삼은 것은 언론자유에 대한 도전”이라고 ‘문제없음’을 주장했다.

장낙인·박신서 심의위원, 법정제재 ‘주의’ 제재 주장…정회 후, 급격히 ‘의견제시’로 합의

반면, 야당 추천 장낙인 상임위원은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주신 씨의 병역기피 의혹은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다”라면서 “‘제3자의 것을 촬영했다’, ‘옆방에서 촬영한 것을 바꿔치기 했다’는 등에 대해서도 이미 불가능하다고 보도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40대의 MRI’라고 하는 양승오 박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의학적으로 다른 증언들이 나왔다. (병역기피 의혹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아시아근골격학회 또한 회신을 통해 ‘동일인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어렵다’라고 밝히고 있다”며 “박원순 시장 측의 반론이 아니더라도 의학적으로 다른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면 이를 같이 보도해야 공정성을 갖춘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낙인 상위원은 “조선일보 전문기자 또한 ‘바꿔치기 하려면 10명 정도의 인원 필요한데, 지금과 같은 사회에서 모두 입을 다물고 있을 만한 것인가’라고 쓴 칼럼도 있다”며 “새로운 사실을 보도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반론들이 나온 상황에서 양승오 박사의 주장만 3~4차례 언급한 것을 보도하는 것은 문제”라고 법정제재 ‘주의’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야당 추천 박신서 심의위원 또한 “(인터뷰가 불가능했다면)기존 나와 있는 반론이라도 기자 멘트로 나타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동조했다.

이렇듯 여야 추천 심의위원들 간 제재수위를 두고 팽팽히 갈리자, 또 다른 여당 추천 김성묵 소위원장은 “주의와 문제없음의 간극이 크다”며 “국민들의 알권리 측면에서 MBC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조금은 일방의 주장을 보도한 게 아닌가. 의결보류를 하던지, 머리를 맞대 합의를 도출해보자”고 요청했다.

함귀용 심의위원의 퇴장으로 20여 분간의 정회 끝에 방송심의소위 심의위원들은 MBC <뉴스데스크>와 관련해 ‘의견제시’ 제재로 급격하게 합의했다. 함귀용 심의위원은 “두 분(장낙인·박신서) 같은 시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공정성’에 대해서는 해당 된다고 해서 의견제시까지는 합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장낙인 상임위원과 박신서 심의위원은 “합의한다면 동의하겠다”고 제재수위는 급격히 낮췄다. 김성묵 소위원장은 “MBC 보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전원합의로 ‘의견제시’로 결정하겠다”고 MBC에 대한 제재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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