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의 공간은 지난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이 치러졌던 잠실구장만 대형야구장입니다. 오늘부터 펼쳐질 3차전의 공간 목동구장은 10,500명, 플레이오프 1차전이 펼쳐질 창원 마산구장은 11,000명입니다. 한국시리즈가 시작되는 대구구장은 가장 작은 규모로 10,000명 관중만 입장해도 만원이 되죠.

공교롭게도 대전구장을 제외한 모든 1만 명대 야구장이 함께하고 있는 올 시즌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흥행과 수익을 고민하는 입장, 이를 테면 KBO의 마음으로는 잠실구장의 경기가 더 많길 은근히 바랄 텐데요. 일단 플레이오프의 규모를 위해서라도 많은 경기가 이어지길 바라는 여러 야구계의 입장들.

▲ 한국시리즈가 익숙한 잠실구장은 두산이 없어도 가능하죠. 두산의 가장 최근 한국시리즈는 2013년.
준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이어지면 두산의 홈구장인 잠실구장을 다시 찾게 됩니다. 두산이 5차전까지 가는 승부 끝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면 일단 두산의 홈경기는 3경기 정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산에서 1·2차전을 치른 뒤 3·4차전을 잠실에서 치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런 경우 잠실야구장은 올 포스트시즌에서 치를 수 있는 최대인 8경기를 모두 치를 가능성이 생깁니다.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두산이 진출하고, 4차전 이상까지만 플레이오프가 이어진다면 어느 팀이라도 가능한 잠실 8경기. 물론, 한국시리즈 최종전을 감안했을 때 가능한 숫자인데요. -두산이든 어느 팀이든 한국시리즈 세 경기가 가능한 잠실이죠.- 한국시리즈가 7차전까지 가는 경우는 역대 8번에 불과했습니다. 쉽진 않은 상황이지요.

반대로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이 리버스 스윕에 성공한다면, 그리고 한국시리즈가 4차전 이내 끝난다면, 잠실은 단 한 경기 준플레이오프 5차전을 끝으로 더 이상 포스트시즌을 치를 수 없습니다. 입장수익에서 분명 차액이 커지겠죠?

입장수익 혹은 잠실구장의 상징성이라는 측면을 떠나 보더라도 잠실경기가 많은 한국시리즈를 원하는 입장이 있습니다.

▲ 2013년 삼성은 2002년에 이어 두 번째로 잠실팀을 상대, 홈구장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할 수 있었죠.
바로 두산이 올라올 경우, 삼성의 일정이 6·7차전은 올 시즌을 끝으로 떠나는 ‘대구시민운동장’ 경기로 치러진다는 점! 대구팬들에게는 오랜 역사의 구장과 마지막 이별을 하는 가장 좋은 풍경이 되지 않을까 여겨질 터, 선수단의 바람이야 홈에서의 우승보다 더 빠른 시점에서 우승을 결정짓고 싶다는 마음이 당연히 더 크더군요.

어찌됐던 많은 우승의 순간이 잠실이라는 점은 아쉬운 풍경이었는데요. 올 시즌 이후로는 잠실 연고팀이 아니라면 볼 수 없을 풍경, 그렇다면 또 두산이 아닌 팀들이 올라올 때 더 가능한 풍경, 여러 가지 관점에서 이번 포스트시즌의 ‘잠실구장’은 참 애매한 점이, 독특한 점이 많습니다.

중립구장이라는 규정의 마지막 해, 포스트시즌의 시작부터 함께한 공간 잠실구장! 과연 2015 포스트시즌은 잠실에서 모두 합쳐 8번의 경기를, 앞으로 6번을 더 치를 수 있을까요? 아니면 단 세 번의 매치, 앞으로 단 한 번의 잔치로 끝날까요? 오늘밤부터 그 답을 향해갑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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