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홍선근 회장과 연합뉴스 박노황 사장이 지난 6일 만나 ‘종전’에 합의한 직후, 머니투데이가 계열 언론에 “연합뉴스에 대한 정부 지원을 비판한 과거 기사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머투 계열 뉴스통신사인 뉴시스와 뉴스1 소속 기자들은 성명을 내고 홍선근 회장의 ‘백기투항’과 기사 삭제 지시를 비판하며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이미지=연합뉴스TV 갈무리)

앞서 머니투데이는 지난달 18일 계열사이자 ‘자본시장 전문지’를 표방하는 더벨이 주최한 ‘머니투데이 더벨 글로벌 콘퍼런스’를 비공개로 진행했고, 컨퍼런스에 참석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취재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연합뉴스TV의 취재를 제한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 사건 이후 연합뉴스는 특별취재팀을 꾸리고 머니투데이그룹 언론의 약탈적 광고·협찬 영업 행태 등을 폭로하는 기사를 연이어 내보냈다.

이에 대해 머니투데이는 “일방적인 비방”이라며 기사 삭제와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연합뉴스가 공세 수준을 높이며 후속기사를 내보내자 지난 6일 머니투데이 홍선근 회장은 연합뉴스 사옥을 찾아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연합은 머투 관련 기사를 잠정 중단하고 머투는 연합뉴스에 대한 정부 지원을 문제 삼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연합 내부에서는 ‘야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관련기사: 미디어스 2015년 9월25일자 <연합vs머투 진흙탕이라도 좋아, 취재력을 보여줘!>
▶관련기사: 미디어스 2015년 10월2일자 <연합뉴스 “머투, 1년5개월간 우리 기사 3617건 베껴”>
▶관련기사: 미디어스 2015년 10월7일자 <연합-머투, 화해? 야합? “머투 홍선근 회장 직접 찾아와”>

문제는 두 회사 수장 사이의 ‘종전’ 합의 직후, 머니투데이에서 계열 언론에 과거 기사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점이다. 머니투데이는 정부가 연합뉴스를 지원하는 법적 근거인 뉴스통신진흥법 관련 행사를 취재하라는 지시마저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머투 계열의 한 기자는 “그 동안 써왔던 기사를 내리고 연합뉴스를 홍보하는 기사를 쓰라고 지시한 것”이라며 “뉴시스와 뉴스1 기자들은 이 같은 지시에 따르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뉴시스 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뉴시스지부), 뉴스1 공채1기 기자들은 8일 홍선근 회장에게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뉴시스지부는 “우리 기자들은 (연합뉴스가 최근 내보낸) 일방적인 표적 기사에 분노를 느끼며 연합에 기사 삭제와 사과를 요구했으나 6일 낮 머니투데이 홍선근 회장이 연합뉴스 사옥을 직접 찾아 박노황 사장에게 사과를 해 형평성 잃은 국고지원으로 언론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연합의 작태를 바꾸고자 했던 우리의 노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버렸다”며 “연합뉴스의 정부 지원을 비판한(‘정부, 연합뉴스에만 몰아주기 독점지원 계속하나’, ‘연합뉴스, 포털에 기사 판다면 정부지원 대폭 줄여야’) 기사를 내릴 것을 요구한 부당한 요구는 뉴시스를 일개 수족으로 생각하는 홍 회장의 저급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뉴시스지부는 “연합뉴스만을 위한 연간 수백억원의 국민 세금 지원은 언론사에 대한 이례적 특혜라는 점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왔고, 언론계 안팎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어왔다”며 “홍선근 회장의 굴욕적인 사과는 뉴스통신진흥법을 개정해 언론생태계를 바로 잡으려고 했던 우리들의 정당성을 훼손시키고 뉴시스 기자들의 자존심을 갉아먹었다”고 지적했다. 지부는 △홍선근 회장의 공식 해명 및 사과 △김현호 사장과 김형기 편집국장의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을 위한 전사적 차원의 노력 등을 요구했다.

뉴스1 공채1기 기자들은 “(연합뉴스의 표적보도 대해) 뉴스1 기자들은 분노를 느꼈지만, '무대응' 원칙을 내세운 회사의 방침을 따라 연합뉴스의 조롱 섞인 기사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외부에서도 연합뉴스의 과도한 보도행위에 대한 지적과 우리 측의 대응 방식에 대한 박수와 응원이 있었다”며 “하지만 홍선근 회장이 독단적인 행동으로 그간 우리 기자들이 연합뉴스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원의 부당성과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을 위한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만든 것이다. 또 우리를 '유사언론'으로 규명한 연합뉴스의 주장을 인정하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뉴스1 기자들은 “뉴스1을 포함한 머니투데이그룹은 홍선근 회장의 개인 회사가 아니다. 기자가 주인인 언론사”라며 “홍선근 회장이 작금의 사태에 대해 조속하고 명확한 맺음을 원했다면, 조직원들과 논의를 통해 해결방법을 모색했어야 한다. 홍선근 회장의 독단적인 사과는 뉴스1 기자들의 자존감에 상처를 줬다. 홍선근 회장은 우리들에게 명확한 해명과 사과를 즉각 해야 한다. 또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에 대한 노력도 계속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경영진이 편집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방지하고, 편집국장이 직접 연합뉴스에 사과 및 재발방지를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머니투데이는 기자들의 성명 발표에 8일 밤 늦게까지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일각에서는 머니투데이그룹 내 부장급 이상이 대규모 사직 의사를 밝히며 홍선근 회장의 행동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원배 기획부장은 8일 밤, 9일 낮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지금 우리 회사는 쑥대밭이 됐다. 내부적으로 추스릴 시간이 필요하다. (기자들 성명에 대해서는)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표 낸 사람은 없고, 뉴스통신진흥회 공청회 취재를 지시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머니투데이 채원배 부장은 두 회사 간 갈등에 대해 연속보도해 온 미디어스에 대해 “(미디어스가 머니투데이에)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이렇게 공격하느냐, 위에서 계속 쓰라고 하느냐, 왜 이렇게까지 우리를 때리나”라며 미디어스의 취재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비난 발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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