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제 도입은 어쩌면 매우 타의적으로 급물살을 탔다 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도입하려던 실업축구연맹과의 승강제 논의는 프로축구연맹의 착오에 가까웠죠. 미뤄진 승강제 논의는 AFC 챔피언스리그 참여 티켓수에 대한 불이익 정책으로 빠르게 추진됩니다.

지난 2009년 언급됐던 당시 AFC 함만 회장의 이 승강제를 향한 압박에 K리그도 2013년 도입에 성공했죠. 하지만 정작 승강제에 따른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에 대한 정책은 실행되지도 않았습니다.

▲ 광주부터 그 상대였던 대구까지 대부분 시민구단과 군팀인 상주만 경험한 강등.
강등이란 결과를 받아 든 팀들은 어마어마한 후폭풍에 시달리곤 했습니다. 오늘 맞대결을 펼칠 경남과 대구도 마찬가지, 두 팀 모두 강등 이후 상당수의 프런트와 선수가 구단을 떠났습니다. 성적을 올리기 위한 여러 방면의 노력을 쏟아야 다시 승격을 꿈꿀 수 있지만, 강등팀의 현실은 냉혹합니다.

시민구단이라는 한계 탓에 지자체의 지원은 줄어들고 혹독한 감사와 비판에 시달리죠. 차라리 군팀으로 강등된 상주의 사례는 평화롭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말 그대로 구단 존폐가 위협받을 만큼 여러 위기를 경험했고, 아직도 겪는 팀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현실에 대한 비난과 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거칠었고, 축구에 대한 애정이 부족하단 비난도 함께했는데요. 강등된다 하더라도 축구의 가치와 구단을 향한 지지자들의 배려는 잊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 연맹도 분명 같은 입장이었을 터, 하지만 지금 강등된 팀들과 함께한 챌린지에 대한 태도를 보면 의문이 앞섭니다.

시도민구단의 운영을 맡은 지자체들의 무책임한 태도와 여러 후폭풍을 걱정하고 비난했던 강등제도의 설계자들, 지금 그들이 취하는 2부리그에 대한 태도를 보면 누구라도 강등을 두려워하고 그 후폭풍이 당연하다 여겨지는데요.

▲ 한 팀을 꾸준히 취재하고 중계하다가 경험한 강등 후폭풍은 방송에서도 어마어마했죠.
중계와 제작에 대한 일부의 부정적 입장에도 ‘2부리그’의 의미와 가치를 이야기하며 중계하고 취재했던 지난 2년. 하지만 예능으로 다뤄질 축구 프로그램에서, 그나마도 악역의 자리가 될 2부리그의 선발선수들이 누릴 효과는 과연 뭘까요?

2부리그라는 존재 자체를 알리기 위해 소비될 수 있고, 심지어 ‘좋은 기회’가 아니냐는 의견을 듣는 건 충격적입니다. 설사 그 기획 자체가 취소된다 할지라도, 정말 ‘2부리그’란 처지는 경험하고 싶지 않기에 강등은 두렵게 남겨졌습니다.

1·2부리그의 조화로운 교류와 상생의 길을 고민해야 할 입장에서, 그 총괄기구가 추진하는 지금의 이상한 경기. 받아들이기 힘든 건, 아마 강등 이후 2부리그에 내려앉은 많은 팀들이 겪었던 그 후폭풍을 봤기에 그럴 텐데요.

지금 느껴지는 불편함이나 치욕은, 강등된 상황과 그 크기나 질감이 다르지 않습니다. 시민구단을 직접 만들고, 도민구단을 스스로 운영하던 지자체의 냉혹한 후폭풍보다 어쩌면 더 잔인할 연맹의 이벤트! 다가오는 이상한(?) ‘올스타전’을 보는 마음은 그래서 편치 않고, 아직도 설마 진짜 이뤄질까라는 생각만 듭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