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처음 내 출입처인 기자실을 가본 곳도, 야구 그라운드를 처음 밟은 곳도, 야구란 종목의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가장 많은 야구를 본 공간도 바로 이곳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입니다.

첫 경험처럼 기억되는 과거의 풍경들을 뒤로 하고, 이젠 이곳과 이별하는 날이 왔습니다. 언제나처럼 경기가 어김없이 펼쳐지는 오늘, 중계와 취재를 준비하며 마음이 뭔가 싸해집니다.

포스트시즌이나 개막전 정도의 피로가 밀려온 경기 전의 여러 가지 소소한 업무들. 그것들을 마치고 경기가 시작되니 문득,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저 멀리서부터 밀려듭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 대한 소중함이 함께하고 이 공간을 문득 떠나기 싫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한편으로는 오전에 다녀온 새 공간에 대한 낯섦, 알 수 없는 두려움도 함께하더군요.

▲ 새 야구장에 대한 기대로 오늘 느껴지는 아쉬움을 모두 떨쳐내기는 쉽지 않은 노릇이죠!
물론 어느덧 얼추 새 야구장의 모습을 갖춰낸 풍경에 기대감도 큽니다만, 뭔가 구성지고 익숙한 느낌을 가지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있어야겠지요?

어느 날보다 이르게, 또 많은 관중들이 함께한 오늘 경기! 그 풍경은 한국시리즈와도 같은 두근거림을 안겨줍니다만, 오늘 경기는 그런 축제 분위기만 있는 건 아닙니다. 아직까지 순위가 확정되지 못한 삼성의 처지는 특히 그렇죠. 당초엔 오늘 경기 이전까지 1위와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하고 축제처럼 치르리라 예상했는데, 쉽지 않네요.

관중들에게는 그저 의미 있고, 신나는 경험이 될 오늘의 추억이 선수단과 관계자들에겐 피를 말리는 순간인 오늘! kt와의 맞대결에서 언젠가 ‘차라리 마음 편할 처지인 kt’와 ‘2위도 서글퍼질 삼성’의 입장이란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시설의 문제를 참 많이 지적도 했던 공간,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프로야구만 놓고 보면 34년의 역사를 함께하며 여러 역사적 풍경들을 담아냈던 이곳, -개인적으론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의 한 시즌 홈런 신기록을 기다리며 만들어진 이곳 외야풍경이 최고가 아닐지!- 시설적 부족함을 지적하고 비난하는 리포트도 많이 제작했습니다만, 막상 떠나려니 그 비난들은 하찮게 다가옵니다. ​관람환경이나 선수들의 시설에선 최악이지만, 또 상대적으로 최고였던 중계석의 기억도 오래 남을 듯하네요.

▲ 이만큼 가깝고, 눈에 야구가 잘 들어오는 야구장은 앞으로 영원히 만나지 못할 듯합니다.
처음 출입했던 구장으로, 10년을 함께했던 공간과 이제 그 이별의 순간.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인사하며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 사이에 한 번씩 울컥함도 밀려드는 오늘. 이 경기의 결과를 떠나 일단은 오늘 이 순간을 함께할 수 있었음을 고맙게 여깁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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