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한국 인수합병 사상 최고금액인 7조2천억원에 사모펀드운용사 MBK파트너스(회장 김병주)로 매각이 결정된 홈플러스가 매각 준비 과정에서 본사 차원의 조직적 부당노동행위를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 구조조정 등을 우려하며 매각 반대에 나선 노동조합의 세를 꺾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MBK파트너스의 인수가 결정된 이후에도 부분파업 등을 벌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은 1일 홈플러스 이아무개 영업인사본부장이 매각 추진 과정에서 노동조합 조합원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본부장은 8월5일 지점장으로 있을 당시 “변호사님 작일(어제) 7월 노조 체크오프 했는데 70명 신규 가입하고 44명 탈퇴했다”며 “엄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팀장들과 ER매니저들 수고 덕분에 조합 확대 방지하고 축소한 것 같다”고 썼다. ER매니저는 노사 담당 중간관리자를 부르는 말이다. 회사 측 변호사에게 보내려던 메시지가 잘못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아무개 본부장은 메시지를 받은 조합원에게 전화해 메시지를 삭제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 이아무개 영업인사본부장이 지점장으로 있을 당시 노동조합 조합원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자료=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실)

홈플러스가 조직적 부당노동행위를 벌인 정황은 지역지점에서 본사에 보고한 문서에서도 드러난다. 은수미 의원실은 지난 7월2일 부산 아시아드지점의 김아무개 파트장이 본사에 보고한 주간동향 문건을 공개했다. 김 파트장은 “우군화 작업이 시급하다, 간단하게 소주라도 하면서 담소를 나누려면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개인돈으로 어려움이 있으니 경비를 풀어 달라”고 요청했다. 매각을 앞두고 여론전을 위한 비용을 늘려 달라고 한 것과 동시에 매각 반대 운동을 한 노동조합을 축소하려는 조직적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 부산 아시아드지점 김아무개 파트장이 본사에 보낸 이메일 내용 (자료=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실)

은수미 의원은 “홈플러스가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고용승계 등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오히려 노조의 확대를 우려해서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은 의원은 “지방청 국정감사를 통해서 고용노동부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 철저하게 조사하도록 강력하게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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