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한국 인수합병 사상 최고금액인 7조2천억원에 사모펀드운용사 MBK파트너스(회장 김병주)로 매각이 결정된 홈플러스가 매각 준비 과정에서 본사 차원의 조직적 부당노동행위를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 구조조정 등을 우려하며 매각 반대에 나선 노동조합의 세를 꺾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MBK파트너스의 인수가 결정된 이후에도 부분파업 등을 벌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은 1일 홈플러스 이아무개 영업인사본부장이 매각 추진 과정에서 노동조합 조합원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본부장은 8월5일 지점장으로 있을 당시 “변호사님 작일(어제) 7월 노조 체크오프 했는데 70명 신규 가입하고 44명 탈퇴했다”며 “엄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팀장들과 ER매니저들 수고 덕분에 조합 확대 방지하고 축소한 것 같다”고 썼다. ER매니저는 노사 담당 중간관리자를 부르는 말이다. 회사 측 변호사에게 보내려던 메시지가 잘못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아무개 본부장은 메시지를 받은 조합원에게 전화해 메시지를 삭제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가 조직적 부당노동행위를 벌인 정황은 지역지점에서 본사에 보고한 문서에서도 드러난다. 은수미 의원실은 지난 7월2일 부산 아시아드지점의 김아무개 파트장이 본사에 보고한 주간동향 문건을 공개했다. 김 파트장은 “우군화 작업이 시급하다, 간단하게 소주라도 하면서 담소를 나누려면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개인돈으로 어려움이 있으니 경비를 풀어 달라”고 요청했다. 매각을 앞두고 여론전을 위한 비용을 늘려 달라고 한 것과 동시에 매각 반대 운동을 한 노동조합을 축소하려는 조직적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은수미 의원은 “홈플러스가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고용승계 등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오히려 노조의 확대를 우려해서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은 의원은 “지방청 국정감사를 통해서 고용노동부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 철저하게 조사하도록 강력하게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