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연맹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입장이겠지요. 스스로의 가치와 소중함을 지켜내고 그것을 이어갈 수 있을 때, 우리 축구가 강조하는 ‘존중’도 더해질 수 있을 터.

승강제라는 큰 틀에서 1부리그 클래식과 2부리그 챌린지는 서로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각기 소중합니다. 물론 그 격차는 존재하고, 아무래도 1부리그에 비하면 2부리그에 대한 관심은 덜하고 처지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 K리그에게는 1부리그도 여러 아쉬움이 있기에 이를 크게 아쉽다 하긴 힘듭니다만.-

중계방송이나 취재에 있어서도 특히 아쉬운 우리들의 2부리그 ‘K리그 챌린지’. 어떤 형태로든 그것을 공유하고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니냐는 접근도 그런 이유에서 생길 수 있습니다. 신생구단 ‘서울이랜드’에 대한 지난겨울의 뜨거웠던 관심이 대표적이죠. 뭔가 이슈가 있어야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것, 프로스포츠란 특성을 감안할 때, 더 많은 주목과 언급, 다양한 활용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 ​최근 ‘청춘FC’와의 맞대결이 방송되며 다시 주목받은 올해 이슈의 팀 ‘서울이랜드’
모두가 경기장에서 그 경기를 볼 수 없고, 그렇기에 프로스포츠는 방송을 통한 노출이 절실한 요소! 축구 자체의 감동과 아름다운 도전이 이어지는 축구예능, ‘청춘FC 헝그리 일레븐’과의 접점은 일단 긍정적입니다. 그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가 축구에 대한 이해를 더하고 관심을 모을 수 있기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방송노출이라는 이유에서 모든 것들이 용서되고 이해되는 건 아닙니다. 그런 결정에 모두 동의하긴 힘듭니다. 치열한 순위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승격을 향한 도전이 서로 얽혀있는 ‘K리그 챌린지’에 대한 논의가 특히 그렇습니다.

빡빡하게 이어지는 경기 일정 사이, K리그 클래식 팀들에겐 A매치 기간이라도 리그가 이어지는데요. 쉽게 다른 일정을 잡긴 힘든 기간, ‘청춘FC’와 ‘K리그 챌린지 올스타’의 맞대결 논의는 그래서 부적절합니다. 리그의 막판, 순위 싸움의 기간, 그것도 스포츠적인 요소를 담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을 위한 이벤트 경기를 갖는다는 것. 연맹에서도 이런 접근에 대해 부정적이긴커녕 가능성을 열어두는 건, 스스로 2부리그를 너무 쉽게 여기는 태도 아닐까요?

▲ ‘청춘FC’는 1부리그 상위권 성남과도 맞대결을 펼쳤습니다
‘청춘FC’, 그들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응원하는 건 축구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매우 긍정적인 기회입니다. 그런 경험들 사이에 축구를 더 사랑하는 팬들이 늘고, 리그에도 여러 효과가 함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이벤트 역시 리그 일정이나 각 팀들의 치열한 하루하루에 대한 존중이나 이해가 없어서는 결코 용납하기 힘듭니다. 축구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면, 그리고 각 팀들의 도전과 치열함을 안다면,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 어쩌면 가장 존중을 보여야 할 입장에서 나온 이벤트에 관한 긍정적 수긍은 받아들이기 힘든데요.

리그를 알리는 기회란 명분으로 자칫 소모되고 이용되며 더 서글퍼질지도 모를 입장들을 생각하길 바랍니다. 단편적인 효과들 사이, 더욱 큰 가치를 놓치는 건 아닌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리그에 상처는 아닐지 숙고해야 합니다. 또 적은 숫자로 여길지 모르지만, 그 팬들과 지지자들에겐 상처와 아픔으로 남을 결정은 아닌지 고려해야 합니다.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없는 만큼, 그 무엇보다 먼저 리그에 대한 존중의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해봅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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