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챌린지 후반기 최고의 빅매치라는 예고를 이미 여러 차례 했던 지난밤 대구와 상주의 맞대결. 현 1·2위팀의 맞대결이자 그 두 팀이 순위를 바꿀 수 있는 상황이었던 만큼 긴장감도 컸던 경기. 프리뷰에서도 밝혔지만, 승자는 모든 걸 가질 수 있던 기회이자 패자에겐 많은 걸 잃는 위기였죠.-어제 쓴 기사 K리그 챌린지, 승자독식의 밤이 다가온다!를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린다면, 대구FC의 승리! 1위는 대구가 됐고, 상주는 골 득실차 1위에서 승점 3점차 2위가 됐습니다. 심지어 어마어마한 대승과 함께 대구FC는 골득실에서도 +17로 리그에서 가장 우위에 올라섭니다.

어느 정도의 득점력들을 자랑하는 팀들, 공격라인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 선수를 지닌 대구FC와 국가대표급 공격라인을 보유한 상주 상무였습니다만, 결과적으로 많은 골이 터졌고, 그 대부분은 대구FC의 발끝에서 상주의 골문을 향했습니다.

지독히 완곡하게 표현해서 의외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스코어 5-1! 1위에 대한 열망이 컸던 대구FC의 간절함이 부른 승리라곤 하겠습니다만, 이 같은 완승은 누구도 예상하진 못했는데요. 어제 경기 이전까지 1위였던 상주가 이렇게 무너진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고, 대구의 완벽한 경기에도 원인이 있을 터. 그 원인들을 찬찬히 한번 살펴볼까요? 상주로부터의 원인과 대구로서의 원인을 따져봅니다.

원인 1. 상주 상무의 부진? 여러 위기가 함께했던 불사조!

▲ 치열한 맞대결이 예상됐던 지난밤, 대구FC의 골폭풍의 시작은 바로 이 순간!
어제 경기는 대구FC가 잘한 경기인 만큼, 상주로서는 참 못한 경기라 할 수 있습니다. 수비라인은 5골이나 내줄 만큼 무력했고, 공격라인은 PK 상황에서-심지어 PK는 막혔습니다.- 간신히 한 골을 뽑았죠. 하지만, 찬찬히 돌아보면 또 어쩔 수 없는 요소들이 함께했던 걸 볼 수 있는데요.

세트피스에서 그리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대구FC. 하지만 초반 2골이 코너킥과 프리킥에서 나왔습니다. 상주의 수비전략에는 분명 여러 계산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며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는 거. 부상으로 수비의 핵인 강민수가 전반 중반 교체됐고, 0-2로 몰리며 공격에 집중하다보니 오히려 수비는 더 헐거워집니다. 후반 초반 몇 차례의 날카로운 공격이 5백에 가까운 대구수비에 막히며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줬죠.

또, 전반 내내 항의를 이어가던 박항서 감독이 후반 시작과 함께 퇴장당한 것도 상주에게는 위기를 키웠는데요. 박항서 감독이 얼마나 더 팀을 이끌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경기의 계속된 항의와 퇴장은 분명 좋지 못했습니다.

원인 2. 대구FC의 각성! 1위에 대한 강한 열망?

▲ 해트트릭과 함께 팀 리그 선두, 개인 득점 선두까지 모두 복귀한 대구와 조나탄
사실, 1위에 대한 열망이 없는 프로팀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지난밤의 대구FC는 뭔가 달랐습니다. 상주와의 어쩌면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승리를 잡는다면 남은 8경기에서 남들과 같은 결과라도 우승이 결정되는 상황, 그만큼 승점 3점 이상의 의미와 가치가 있었던 맞대결이었기에 진지함은 가득했고, 그 크기에서 대구가 좀 더 컸죠.

세트피스에서의 약점을 극복해내며 다양한 공격 방법들이 가능해졌고, 2대 0의 리드 이후 후반엔 수비에 집중합니다. 상주의 간절함이 허술한 수비를 불러왔고, 득점 선두를 내준 조나탄의 개인기만으로도 충분히 득점이 가능해졌습니다.

분명한 건 많이 다양해진 공격방식과 흐름에 따른 경기의 대응이라는 측면에 변화가 있었다는 점. K리그 챌린지의 활발한 공격력이 얼마나 경기 상황을 한쪽으로 급격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경기기도 했죠.-올 시즌 대구FC는 수원이나 안양과의 맞대결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내줬던 기억이 더 많았습니다만.- 팀 리그 선두 복귀와 함께 그 보여준 여러 재미들, 오랜 시간 한 팀의 축구를 오래 봐야 하는 맛을 보여준 경기였던 지난밤!

일방적으로 이긴 듯한 경기지만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들이 분명했던 경기. 후반 시작과 함께 상주의 맹공이 이어지던 중반까지 매우 치열하고 긴장감이 가득했던 1·2위 팀의 맞대결. 예상처럼 승자는 참 많은 것을, 거의 모든 것을 얻었고, 패자는 깊은 상처가 남은 9월 마지막 리그데이였습니다.

축구의 재미, 흥분, 짜릿함이 이만큼 가득한 K리그 챌린지! 남은 8경기도 두근두근합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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