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은 말려야 하지만 싸움 구경처럼 흥미로운 것도 없다. 특히 언론끼리 싸우면 볼거리가 더 많다. “동업자정신을 팽개쳤다” “지면사유화다” 같은 비판이 곧장 따라붙지만 언론은 서로 싸우면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고, 언론의 속살을 알려주는 기사를 쓴다. 2013년 1~2월 매일경제와 한국경제가 서로를 ‘자본시장 독버섯’, ‘폭주 언론’이라고 비난하며 다툴 때 시민들은 언론의 약탈적 광고영업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최근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와 보도전문채널 연합뉴스TV가 ‘머니투데이그룹’에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머투는 민영통신사인 뉴스1과 뉴시스, 자본시장 전문지 더벨, 경제방송 MTN 등을 보유한 신흥 미디어재벌이다. 머투는 연합이 매년 정부에서 수백억원의 구독료를 받는 것은 ‘뉴스통신사 경쟁 시대’에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해왔고, 연합은 그럴 때마다 공영언론으로서의 공적 역할을 강조해왔다. 머투의 덩치가 커질수록 둘 사이의 긴장감도 커졌다.

▲ 연합뉴스TV 리포트 갈무리
연합뉴스가 갑자기 폭발한 배경에는 머투의 ‘취재 제한’ 사건이 있다. 연합뉴스TV는 18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취재 차 ‘머니투데이 더벨 글로벌 콘퍼런스’를 찾았다. 이에 머투 더벨은 현장에서 “행사는 비공개로 진행한다”며 취재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연합 취재진은 로비와 호텔 밖에서 임종룡 위원장 등의 모습을 촬영했고, 머투와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경찰이 출동하고 5시간이 지나서야 사태는 끝이 났다. 사건 당일 연합뉴스TV연합뉴스는 ‘머투가 취재를 제한하고 취재진을 억류했다’고 보도했다. 머투는 ‘주최 측이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행사를 연합이 무단촬영해 피해를 입었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공방이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합뉴스는 특별취재팀 명의로 22일23일 머니투데이그룹 계열사들이 그동안 포럼·광고·협찬 수주를 위해 한국씨티은행과 대교에 악의적인 기사를 연속 게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올해 광고주협회 ‘유사언론행위 피해실태 조사’에서 더벨과 뉴스1이 각각 3위와 8위에 올랐다는 사실도 보도했다. 특히 22일 연합은 더벨을 ‘나쁜언론’, 머니투데이를 ‘유사사영통신’으로 표현한 기사를 ‘종합2보’까지 내보냈다.

연합뉴스의 ‘반격’에는 머니투데이에 대한 ‘해묵은 감정’이 드러난다. 연합뉴스의 한 기자는 “몇 개월 전 머니투데이와 관련해 기사 가치가 있는 것들을 많이 찾아냈다”며 “당시 ‘우리가 기사로 대응하면 머니투데이와 똑같은 수준이 된다’는 의견이 있어 보도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천기 미디어전략부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취재파트에서 기자들이 보도하는 것이라 특별히 설명할 것은 없다”면서도 “머투에서 그동안 우리를 쭉 공격해왔다. ‘연합뉴스는 공격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는 대응기사를 내놓지 않고 있으나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일방적인 비방을 계속하고 있다”며 기사 삭제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머투 채원배 기획부장은 23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18일 건은) 주최 측이 비공개로 결정한 것이고 연합이 무력시위를 벌인 문제”라며 “우리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사로 이전투구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필요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며 “연합이 기사를 삭제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는 기사가치가 있는 것을 몇 건 더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니투데이 또한 어떤 식으로든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자들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할 수 있지만, 보도의 뒷배경을 차치하면 이들의 싸움은 언론의 속살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공익적이다.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와 연합과 경쟁하는 종합미디어그룹 머투의 싸움이 어떻게 흐를지 주목된다. 취재제한이나 일방적 비방이 아닌 보도경쟁으로 진짜 언론의 사이비 행태가 드러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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