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의 새로운 기업이미지 (이미지=카카오)

다음카카오가 카카오로 사명을 바꿨다. 지난해 10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통합한 지 1년여 만이다. 23일 카카오는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바꾸고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이사를 카카오의 대표로 선임했다. 임 대표는 2003년 이후 액센추어, NHN 기획실, 보스턴컨설팅그룹, 소프트뱅크벤처스를 거쳐 2012년 케이큐브벤처스를 창업한 만 35세의 젊은 창업전문가다. 그는 대표이사로 선임된 직후 “모바일과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속도’를 높여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지훈 대표 체제의 카카오는 철저히 사업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이미 포털 다음의 기능을 흡수했을 뿐더러 카카오택시 같은 O2O 서비스, 카카오페이와 뱅크월렛카카오 등 핀테크 서비스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어린이집 스마트 알림장 서비스 기업인 키즈노트,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김기사를 운영하는 록앤올, 인도네시아 SNS서비스 패스(path)를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벤처기업 투자전문 회사인 케이벤처그룹을 설립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합병을 발표할 당시부터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다음을 사들였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실제 다음카카오는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샵(#) 검색, 미디어 서비스 ‘채널’, 모바일TV인 ‘카카오TV’를 서비스하면서 포털의 기능을 흡수해왔다. 사명에서 ‘다음’을 뺀 것은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중심으로 서비스를 재편하겠다는 상징적 조치다.

다음은 네이버와는 차별적인 플랫폼의 상징어다. 2007년 대선 당시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이 “네이버는 평정됐고 다음은 손을 봐야한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진 뒤 ‘결집’ 효과가 발생했다. 지금까지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다음이 네이버에 비해 공정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다음카카오가 지난해 ‘카카오톡 사찰 파문’ 당시 수사기관의 감청영장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사업자로서는 이례적인 결단이었다. 이 때문에 국세청이 3개월째 카카오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는 것도 ‘보복성’ 조치라는 분석이 많다.

카카오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비즈니스적인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여의도연구원이 포털 뉴스 보고서를 내고, 새누리당이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포털을 압박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포털은 여느 때보다 더한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다. 카카오는 합병 이후 포털뉴스 제휴사를 선정하고 통제할 권한을 주류언론에 내줬고, 정부와 기업에 최상위 댓글을 게재할 권리를 보장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카카오가 다음의 조직문화와 정체성을 삭제하는 것은 미디어가 아닌 사업자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공론장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다음은 ‘많은 목소리’라는 뜻이다. 카카오는 아고라와 미디어다음 같이 공론장 역할을 하는 서비스를 포털에서만 유지하고 있고, 카카오톡 플랫폼에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1995년 2월 설립된 이후, 네이버와 경쟁해왔다. 검색점유율에서는 1대 3 정도로 네이버에 밀렸으나 아고라, 미디어다음, 이메일, 온라인카페, TV팟, 뉴스펀딩 등을 통해 입지를 굳혀왔다. 사명은 바뀌었지만 포털사이트 다음은 고유 브랜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다음’이라는 이름은 포털에만 남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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