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MBN의 방송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MBN미디어렙이 협찬영업을 위해 방송 기획과 편성 등에 개입한 사실이 방송통신위원회 조사결과로 드러났다. 특히 MBN미디어렙은 방송과 홈쇼핑 판매를 연결하려는 협찬주(광고주) 요구에 맞춰 방송을 기획하고 편성하는 데 관여했다. 앞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2월 유출된 MBN미디어렙에서 미디어렙법 위반 의혹이 드러나자, 3월 방통위에 MBN미디어렙의 미디어레법 위반행위를 신고한 바 있다.

▲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16일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MBN미디어렙이 정당한 사유 없이 MBN의 방송프로그램 편성에 영향을 미치는 등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미디어렙법) 상 금지행위를 위반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2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미디어렙법 제15조는 ‘미디어렙이 정당한 사유 없이 방송사업자의 방송프로그램 기획, 제작, 편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두고 있다. 방통위는 최근까지 사실조사를 벌여왔다.

방통위 조사결과, MBN미디어렙은 협찬주의 상품이 홈쇼핑 방송에 나가는 시간대에 MBN 프로그램이 편성되도록 개입했다. 지난해 12월8일 내츄얼엔도텍과 4000만원의 협찬계약을 맺고 MBN은 같은 달 21일 <다큐M> ‘백수오’ 편을 내보냈는데, MBN미디어렙은 롯데홈쇼핑과 홈앤쇼핑에 백수오가 방영된 21일 해당 프로그램을 재방하기로 MBN 편성부와 협의했다. 지난해 12월 방영된 <천기누설> ‘아로니아’ 편은 한국인삼공사와의 3000만원 협찬계약으로 편성됐다. 같은 프로그램 ‘마늘과 생강’ 편은 동부팜가야와 MBN미디어렙의 2500만원짜리 협찬계약으로 편성됐다. 이밖에도 MBN미디어렙은 올해 1월 보문트레이딩과 5000만원에 협찬계약을 맺고 <천기누설> ‘아로니아’ 편을 편성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미디어렙법 위반으로 드러났다.

특히 MBN미디어렙이 MBN 제작회의에 정기적으로 참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방통위는 “MBN미디어렙의 실무책임자가 MBN이 주관하는 제작회의에 정기적으로 참여해 광고·협찬 관련 수요 제기·진행상황 논의, 신규 광고·협찬주를 유치하기 위한 제안 요청 및 광고·협찬 영업 추진 전략 등을 언급하고 논의하는 등의 정황”을 포착하고 이 같은 행위가 미디어렙법상 미디어렙의 역할과 업무범위를 이탈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 다큐M ‘백수오’ 편 방송 체계도 (자료=방송통신위원회.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방통위는 “MBN미디어렙 직원의 영업 관련 메모에는 MBN 편성부와 방송편성일정을 논의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등장하는데, 기재된 영업 관련 메모내용 등을 통해서 볼 때, 이번 시정조치를 받은 대다수의 MBN 프로그램을 재방송으로 편성함에 있어 MBN미디어렙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재방송물을 사용한 본건 협찬 프로그램에 대해 MBN미디어렙이 재방송 요청을 해 MBN이 편성을 하게 되는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방통위는 “특히, 이번 시정조치를 받은 MBN 방송프로그램의 대다수가 이미 제작된 방송물을 재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추가적인 제작비용이 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MBN을 통해 재방송물을 방송하는 대가로 새로운 협찬 계약을 체결하고 협찬금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사무처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방통위가 적발한 4건 중 3건이 홈쇼핑 판매를 전제로 한 방송이었다”며 “이는 MBN미디어렙과 MBN이 방송을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고, 결국 광고방송을 했다는 것이다. 방통위 조사결과 이 같은 사실이 인정됐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다만 “방통위가 (유출된 영업일지에 드러난) 기간에 한해서만 조사를 벌였고, 영업일지에 드러난 30여건 중 4건만 위법사실로 확인한 것은 조사의 한계라고 지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MBN은 그 동안 사실을 부정해왔지만, 방통위 조사로 드러난 만큼 시청자에게 사과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방통위는 MBN미디어렙에 대해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시정명령 이행 후 이행결과를 방통위에 보고토록 하며 △시정명령 받은 내용을 홈페이지에 5일(영업일 기준) 이상 게시하도록 명령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금번 MBN미디어렙에 대한 과징금, 시정명령 등의 금지행위 위반 관련 시정조치는 미디어렙법 제정 이후 최초의 사례로서 향후 유사한 법 위반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 감시를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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