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프로야구 우승팀의 ‘매직넘버’에 대한 기사가 하나둘 나오는 걸 보면 완연한 가을인 듯합니다. 시즌 80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둔 삼성, 15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매직넘버는 13! NC와의 승차는 3.5게임차입니다만, 남은 게임이 NC가 하나 더 많기에 아직까지 쉽게 매직넘버를 말하긴 어렵습니다.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삼성에게 너무나 익숙한 매직넘버. 남은 경기에서 모두 지더라도 4위권을 확보한 삼성으로선 슬슬 ‘가을야구’모드를 발동할 시기가 왔습니다.

▲ 익숙하더라도, 4년 연속했더라도 5년 연속 하고 싶은, 아니 늘 하고 싶은 ‘우승’!
우승을 노리는 삼성의 반대편엔 매우 인상적인 상대가 있습니다. 팀 인수 첫 해, LG라는 팀 이름을 처음 알렸던 1990년 바로 삼성을 상대로 구단 첫 우승을 기록했던 LG. 2년 연속 가을야구를 하며 신바람 야구의 시대를 부활시키는가 기대도 모았지만, 올 시즌 처절한 한 해를 보내고 있는데요.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은 13경기만을 남겨둔 LG트윈스, 남은 경기를 다 이겨도 가을야구는 어렵습니다. 현재 5위 롯데가 남은 경기 5할 승률만 해도, 언저리 팀들이 4할 승률만 해도 LG는 남은경기 전승에도 가을야구는 불가능합니다.

말 그대로, 산술적 트래직 넘버가 8 정도로 계산되는 LG의 상황,-남은 13경기에서 8패를 기록하면 무조건 가을야구는 불가능!- 4게임 차 8위도 버거워 보이는 현실이 신바람 야구를 꿈꾸던 LG의 오늘입니다. 5위라는 꿈을 꿀 수 있는 6,7,8위와 너무 다른 처지이기에 상대적인 박탈감은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 창단 최초 9위가 유력해 보이는 LG의 2015년, 지난해 가을야구는 꿈처럼 기억됩니다.
한때는 라이벌 모기업들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며 뜨거운 관심을 보이던 매치업과 서로의 자존심을 걸었던 삼성과 LG의 프로야구. 어느 순간부터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1위권을 달리는 팀과 어느덧 가을야구에도 소박한 만족을 느껴야 하는 또 다른 팀.

어느 팀이나 저마다의 계산법으로, 희망과 처절한 자기반성 그리고 가을을 준비하거나 다음 시즌을 계획할 시점. 90년대와 너무 달라진 삼성과 LG의 이야기는 비단 프로야구의 이야기만은 아닐 텐데요. 모기업의 상황과도 겹쳐지는 이 너무 다른 두 팀의 처지는 말 그대로 마법처럼 부럽고, 비극처럼 처절합니다.

매직넘버를 따지며 80승에 도전하는 삼성의 오늘, 경기 없는 LG는 -7로 다가온 팀 두 번째 시즌 80패를 막아야 할 처량한 처지입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