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연구원 발주로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최형우 교수 연구팀이 <포털 모바일뉴스(네이버·다음) 메인화면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뒤 새누리당은 연일 ‘흡족’해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포털에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가 많다’는 연구팀 분석결과를 인용하며 김무성 대표부터 “포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강경 발언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야당은 ‘포털 길들이기’라며 오히려 ‘이미 장악된 포털’을 감싸는 모습이다. 그러나 논란이 될수록 새누리당에게는 이득이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은 ‘자신의 정치적 경쟁자의 기사가 포털 대문에 있고 자신의 기사는 구석에 있다면 그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포털을 규제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을 ‘떼쓰기’로만 해석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부고 기사만 빼고 다 좋아한다”는 말은 이제 맞지 않다. 포털사이트 모바일뉴스 첫 화면이 여론을 지배하는 시대다. 정부여당은 자신에 관한 긍정적인 뉴스가 포털 대문에 오르길 바라는 게 현실이다.

▲ (사진=다음카카오)

‘IT 잘 몰라요’ 대문 잘못 두드린 새누리당

문제는 새누리당이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데 있다. 다음카카오(공동대표 최세훈 이석우)의 모바일뉴스는 6월부터 기계가 편집하기 때문이다. 다음카카오는 14일 <다음뉴스,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자 합니다>라는 글을 공식 블로그에 게재하고 “다음뉴스의 편집에 대해 정부, 여당에 더 비판적인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의 내용과 신뢰도를 놓고 다양한 보도가 이어지는 등, 본의 아니게 논란이 됐다”며 “저희는 공정한 미디어 서비스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만약 오해가 있다면 풀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카카오는 <다음뉴스, 독자와 함께 더욱 혁신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또 다른 글을 통해 포털 대문을 구성하는 ‘알고리즘’을 상세히 설명했다. 다음카카오는 140여개 매체가 자신에게 보내는 일 평균 2만~3만건의 기사를 ‘이용자 반응형 콘텐츠 추천시스템’을 통해 걸러낸다. ‘루빅스’라고 불리는 알고리즘은 선정적인 이미지나 광고가 섞인 기사를 제거한 뒤 이용자 맞춤 기사를 메인에 자동배치한다. 그래서 첫화면은 사람마다 다르다. 에디터가 개입하는 부분은 ‘속보’에 한정한다.

다음카카오는 루빅스는 이용자가 이미 본 기사를 바꾸고 이용자별로 다른 기사를 배치하기 때문에 모바일뉴스 첫 화면에 소개되는 기사가 알고리즘 적용 전 하루 평균 257건에서 839건으로 226%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첫 화면에 소개되는 IT와 문화생활 기사 또한 각각 365%, 660% 증가하는 등 다양해졌다고 다음카카오는 밝혔다. 이 결과, 첫 화면 뉴스영역 클릭수는 109%, 이용자수는 42%, 기사를 읽는 시간도 65% 증가했다는 게 다음카카오 설명이다.

다음카카오, 연구팀 긍정/부정 자의적 분류 반박

다음카카오는 연구팀이 긍정/부정/중립으로 분류한 기준이 주관적이고 모호하다며 “대량의 데이터를 객관적 시스템으로 분석하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보기에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카카오는 “청와대, 정부를 제외하고 여당과 야당 콘텐츠 표현 성향만 비교하면 여야 간 차이가 없다”고도 반박했다. “여당 및 청와대/정부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는 1176건으로 전체 부정적 기사 중 10%, 전체 기사 중에는 2.3%에 불과하다”는 게 다음카카오 설명이다.

정부여당을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기사가 많은 것은 서강대 연구팀의 분석기간(1~6월) 동안 정부여당에 부정적인 이슈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음카카오는 “월별 주요 이슈 세월호(1월), 땅콩회항(2월), 세월호/리퍼트대사피습(3월), 세월호/성완종(4월), 메르스(5월), 메르스(6월) 등은 다수 매체가 반복적으로 다룬 이슈로 언론사 전체 기사의 긍정/중립/부정의 비중이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관련 기사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기사보다 많은 점 또한 뉴스 생산량(김무성 1만6369건, 문재인 2만212건)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다음카카오 설명이다.

▲ 다음카카오 기업이미지 (이미지=다음카카오)

다음의 현명한 대응, 새누리당의 선택은?

다음카카오는 해명은 해명대로 하고, 요구는 요구대로 수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다음카카오는 “사회적 관심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뉴스서비스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카카오는 기사 송고 현황, 뉴스 배치 통계뿐만 아니라 섹션별 이용자 소비패턴, 성연령별 이용자 소비분포 등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카카오는 일례로 8월의 뉴스 데이터를 모두 공개했다.

다음카카오는 “(여의도연구원-서강대 연구팀) 보고서가 뉴스펀딩에 대해 언론사 등록 등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것과 관련, 다음카카오는 이미 신문법과 언론중재법 상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며 “다음카카오의 미디어 서비스는 크라우드펀딩, 큐레이션 등 다양한 혁신에 도전하고 있으며,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으로부터 직접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사업자가 이 같은 설명, 반박글을 게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올해 국정감사의 최대 쟁점이 될 정도로 정치적으로 뜨거운 문제가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카카오의 액션은 ‘최선의 방어’라고도 볼 수 있다. 알고리즘을 설명하고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사태를 부드럽게 넘어갈 전략이다. 지배구조에 대한 개입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자존심 또한 지킨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계속 악수를 둘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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