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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는 동네 반상회가 아닙니다만…[기자수첩] “검토하겠다” 한마디에 감사 접는 국회, ‘여당 내 야당’ 없는 맹탕 국감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09.14 17:46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14일 국정감사 자리에서 “검토하겠다”는 말을 가장 자주 했다. “그것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의원님 말씀 고려해서 검토하도록 하겠다.” 최 장관이 한마디 하면 질의는 끝났다. 한 번 더 캐묻고, 정부의 책임을 물고 늘어지는 의원은 극소수였다. 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의 마지막 미래부 국정감사는 덕담과 웃음으로 가득했다.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시각, 미래부 청사 1층 기자실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은 애플코리아 리차드 윤 대표를 불러 이례적으로 25분 동안 질의했으나, 몇 가지 중요한 질의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문자답했다. 감사반장을 맡은 홍문종 의원은 오후 3시 반 감사를 재개하면서 “첫 번째가 박민식 의원이네, 파이팅”이라고 말해 또 한 번 웃음을 줬다. 최종삼 SO협의회 회장은 참고인으로 출석했으나 알아서(?) 퇴장했다.

미래부를 둘러싼 쟁점은 많다. 미래부는 박근혜 정부의 최대 국정과제 ‘창조경제’를 책임지는 공룡부처다. 그러나 제대로 된 성과를 못 내고 있다. 창조경제펀드는 목표액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야당 의원 일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제2의 4대강 사업”이라느니 “대통령 의전을 위한 창조경제의전센터” 같이 비판에 집중했다. 국회의원도 중소기업도 ‘창조경제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것이 지금 창조경제 3년차 성과다.

최양희 장관은 창조경제와 관련해 자신과 모르는 숫자가 나올 때마다 “파악하고 검토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창조경제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야당의 공세를 방어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이들은 최 장관에게 “원래 야당은 그렇게 공격을 한다”,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 “창조경제 성과 있다”,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라”, “야당에게 수세적으로 답하지 말라”는 등 훈수두기에 바빴다. 창조경제 질의응답은 웃으면서 끝났다.

   
▲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사진=미디어스)

사실 기자실에서 나온 웃음은 ‘코웃음’이었다. 자체적으로 취재·분석하고, 최양희 장관을 당황하게 한 일부 의원들도 있었지만, 대다수 의원들에 대해 기자실의 반응은 ‘낙제’였다. 국감을 지켜보던 한 공무원은 “질의를 하려면 제대로 하면 좋겠다”며 실력 없는 의원들을 비웃었다. “도대체 쓸 거리가 없다”고 한탄하는 기자에게 한 국회 관계자는 “의원들 마음이 다른 곳(지역구)에 있어서 제대로 할리가 없다”고 말했다.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국정감사였다.

선거를 앞두고 굳이 정부와 다투지 말자고 마음을 먹은 걸까. 미래부의 규제공백과 규제완화로 TV가 홈쇼핑이 되고 시청권이 침해되고 있는데도 별 지적이 없었다. 감청 관련 규제에 대한 논의도 진지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단말기유통법 1년 평가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가 1년 전 국회 청문회에서 약속한 유료방송 다단계하도급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창조경제 구호를 외치는 미래부 장관은 다음카카오가 포털 대문 기사를 알고리즘을 활용해 배치하는지도 몰랐다.

국가정보원 감청 파문에 대한 감사는 더 황당했다. 국정원과 이탈리아해킹팀을 중계한 나나테크의 대표는 RCS프로그램이 불법인줄 모르고, 어떻게 작동하는 프로그램인지 “모르고” 중계했다고 위증을 했다. 야당 의원들은 여야 간사가 협의해 나나테크 대표를 위증죄로 고발하자고 제안했으나 새누리당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감청프로그램 도입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것을 국가안보와 대한민국을 위해 썼느냐, 국민 사찰을 위해 썼느냐는 것이었다”며 물타기를 했다.

이제 미래부에 대한 국정감사는 확인국감 하루만 남았다. 다룰 의제, 다툴 문제가 쌓였는데 절반이 끝났다. ‘여당 내 야당’이 없는 새누리당은 국정에 감사(感謝)하기 바빴다. 감사(監査)하려는 야당 의원들은 소수였다. 기자가 착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국정감사에서 “검토하겠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 것으로 알았다. 아무 것도 묻지 않은 새누리당, 아무 것도 답하지 않은 미래부 장관이 국정감사를 동네 반상회로 만들었다. 웃고 떠들고 물타기 하느라 고생하셨다. 기자들도 많이 웃었다.

   
▲ 14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된 과천정부청사 4동 미래창조과학부 건물 (사진=미디어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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