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권 보호, 미디어교육, 방송광고 모니터링 등을 담당하는 시청자미디어재단(이사장 이석우)이 ‘업무추진비를 과다 사용’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재단은 구체적인 해명이나 반박 자료를 내놓지 않고 언론플레이만 벌이고 있다. 또한 이사장 취임 이후 고용한 경력직원 일곱 중 다섯이 청와대, 새누리당, 정부 출신 인사라 ‘낙하산’ 논란도 일고 있으나 이석우 이사장은 “정부, 당 경력이 필요해서 채용했다”는 입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은 10일 이석우 이사장이 6~7월 두 달 동안 604만원에 달하는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며 이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의 3배,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의 2배에 이르는 돈이라고 지적했다. 최민희 의원실에 따르면, 시청자재단은 이석우 이사장이 공항 카페에서 4000원을 지출한 것을 ‘신입직원 교육 프로그램 검토 회의’로 처리했고 중식점에서 9000원짜리 저녁식사를 한 것을 ‘서울센터 정회원교육 운영 계획 논의 회의’ 때 사용한 것으로 처리했다.

특히 시청자재단은 이석우 이사장이 이기주 방통위 상임위원과 갖은 조찬회동 비용을 ‘모니터 실무자회의’에 사용한 것으로 품의했고, 지난 6월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15만6000원을 쓰고 ‘교육실적 점검회의’로 처리했다. 이석우 이사장은 마포의 한 음식점에서는 46만8000원을 지출했는데 재단은 ‘인력운영계획 논의’로 품의서를 올렸다. 이사장이 강남의 한 호프집에서 42만6000원을 쓴 것은 ‘재단비전선포식’으로 처리돼 있다.

그러나 품의서와 달리 업무추진비 사용목록에는 다른 내용이 기재돼 있다. 최민희 의원실에 따르면, 종로 음식점 사용은 ‘방송인 간담회’였다. 마포 음식점에서는 ‘학계 유관단체 간담회’가 열렸다고 돼 있다. 그리고 강남 호프집은 ‘언론인 간담회’로 적혀 있다. “품의서를 거짓으로 기재했든, 국회에 제출한 자료가 거짓이든, 둘 다 거짓이든, 어쨌든 업무추진비를 쓰고 거짓말을 한 것”이라는 게 최민희 의원실 주장이다. 최민희 의원실은 “마구잡이로 법인카드를 쓰고 목적만 ‘회의’로 거짓 기재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꼬집었다.

▲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시청자재단은 별 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재단은 특정언론과 접촉해 언론플레이를 했다. 뉴스1은 11일 “업무추진비(직책수행경비)는 연간 한도관리를 하는 것으로 월별로 초과해 사용했다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며 “재단 출범 초기 홍보 및 많은 외부활동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지출이 많았던 것일 뿐 규정에 따라 연간한도 관리를 적용받고 있다”는 시청자재단 입장을 전했다. 뉴스1은 “직책수행경비의 지출품의서와 최민희 의원실에 제출한 내용이 차이가 난 것은 담당자의 업무미숙에 따른 단순한 착오로 인한 것”이라는 재단 해명도 상세히 보도했다.

뉴스1은 “(재단은) 또 공공기관의 법인카드는 클린카드로 최민희 의원이 표현한 호프주점 등 유흥주점에서는 사용 자체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라며 “재단은 법인카드 사용에 있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곳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도록 엄격히 제한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재단 관계자는 뉴스1에 “최민희 의원실 제출시 잘못된 기록본과 정정본을 동시에 제출하면서 이런 사실을 명기했는데도 잘못 해석됐다”고 밝혔다.

재단에서 언론대응을 맡고 있는 박정호 경영지원부장은 11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업무추진비와 관련한 최민희 의원의 문제제기가 사실이냐’는 질문에 “사실이 아닌 것은 기자님도 잘 아시지 않나”라고 말했다. 박정호 부장은 ‘의원실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최민희 의원이 감사 요구를 했고, 확인감사(10월6일)때까지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해 (의혹을 해소할) 자료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정호 부장은 18,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에서 보좌관으로 활동했고, 최민희 의원실은 그를 ‘낙하산’ 5인 중 한 명으로 지목했다. 앞서 최민희 의원실은 시청자재단이 출범 이후 채용한 경력직원 7명 중 5명이 청와대·새누리당·정부 출신이라며 이석우 이사장이 재단을 ‘낙하산 집합소’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는 1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으나 이석우 이사장은 “갓 출범한 기관이다 보니 (대) 국회, 정부 업무와 공공업무를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상당히 부족했다”며 “공공기관으로서 정부, 언론, 당 경력이 있는 분이 필요하다. 이런 경력이 필요했고, (채용된 직원들이) 경력을 나름대로 잘 수행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 의원은 “해도 너무한 편파적 인사”라며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재단에서 낙하산 논란이 인 인사는 경력 직원 5명이다. 이석우 이사장은 5월 취임 이후 7명의 경력직원을 채용했는데, 여기에는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과 청와대 대변인실 행정관을 지낸 최수영씨(경영기획실장·1급), 방통위 출신 김배억 시청자권익부장(2급), 4급 경력직으로 채용된 오아무개씨는 김기춘 전 한나라당 의원(전 청와대 비서실장) 비서이자 대통령 비서실에서 일한 오아무개씨(4급), 새누리당 의원 비서 출신 이아무개씨(5급), 그리고 박정호 부장이 포함돼 있다.

이석우 이사장은 또한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많다. 그는 언론인 출신이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지냈다. 또 SBS는 좌편향, YTN 시청자는 좌편향이라는 막말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을 ‘칭송’하고 야당을 비난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이런 까닭에 방통위 일부 상임위원은 이석우 이사장 선임을 반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이석우 이사장 선임을 밀어붙였다. 결국 그는 지역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총괄하며 연봉 1억1천만원(성과급 제외)을 챙기게 됐다. 그는 최근에 자신의 동생을 이사장 차량 운전기사로 채용했다 취소하기도 했다. 재단 본부는 각 부서와 시청자미디어센터에 ‘월 1건 이상 이사장 명의의 언론기고문을 작성할 것’을 지시하기도 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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