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신임 이사진이 결정됐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9일 EBS 이사 9명 중 교육부장관과 교육 관련 단체에서 추천하는 2명을 제외한 7명을 선임하기로 의결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방통위는 ‘비공개 여야 갈라먹기’로 EBS 이사회를 구성했다. 이런 탓에 EBS를 좌편향으로 보는 문제적 인사도 이사진에 합류했다.

방통위가 선임하기로 한 인사는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현 세명대 석좌교수) △김동률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전 경향신문 기자) △오재석 전 연합뉴스 상무 △이재환 변호사(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조형곤 21C미래교육연합공동대표(미디어펜 논설위원) △박강호 디자인커서 대표(전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위원장) △손동우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등 7명이다. 방통위 정부여당 상임위원들과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각각 5명, 2명을 추천했다.

그러나 ‘여야 갈라먹기’로 EBS 이사를 선임한 점은 문제다. 최성준 위원장 체제의 3기 방통위 또한 지난 방통위와 같이 KBS 이사회와 MBC 방송문화진흥회 등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 선임을 ‘비공개’ 회의에서 결정했다. 상임위원 5명이 청와대와 국회에서 명단을 받아 이를 관철하는 방식이 이번에도 재연된 것이다. 더구나 방통위는 결격사유 이상의 ‘선임 기준’을 밝히지 않았다. 언론운동진영과 학계가 구성한 ‘공영언론 이사 추천위원회’의 추천 후보 중에서는 단 한 명만이 이사진에 합류했다.

이런 탓에 이번 EBS 신임 이사에도 문제인사가 포함돼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홍정배 지부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조형곤 21C미래교육연합공동대표에 대해 퇴진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형곤 대표는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인사로, 최근 EBS <지식채널e>와 <다큐프라임> 같은 프로그램이 좌편향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EBS가 좌파방송? 이사 후보에 문제인사 ‘수두룩’>

홍정배 지부장은 “KBS와 달리 EBS에는 집행이사가 없기 때문에 이사의 권한이 막강하다. KBS에서 역사·이념 논쟁이 일어나 방송을 흔들고 있는데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는 인사가 EBS 이사가 된다면 프로그램과 교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방통위 의결을 납득할 수 없다”며 “퇴진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9일 의결한 EBS 신임 이사 명단 (자료=방통위.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편 교육부장관과 교육 관련 단체 추천 2명에 대해서는 의결이 미뤄졌다. 방통위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이사 임기 만료 전에 다시 위원회를 개최해 의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의결이 연기된 까닭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추천을 받은 안양옥 후보자(현 교총 회장)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안양옥 회장은 애초 EBS 이사였으나, 지난해 1월 동료 이사를 폭행하고 사임한 바 있다. 안 회장은 ‘명예회복’ 차원에서 재차 이사직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정배 지부장은 “교원단체에 추천권이 있지만 임명은 방통위가 하는 것이다. 방통위는 안양옥 회장을 임명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데도 의결을 보류한 것은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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