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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은 제기 말라’ 박근혜 정부 입막음열전참여연대가 꼽은 대표적 입막음소송 22건… “공직자 감시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 필요”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09.08 16:07

권력이 언로를 막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영방송 이사회를 통해 언론을 장악하는 일은 예전부터 있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특이한 점이 있다면 청와대와 권력이 개입한 사건에 대한 의혹제기조차 불가능하다는 거다. 언로가 막힌 상황에서 시민들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의혹을 공유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이 또한 최대한 빨리 처리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지금 박근혜 정부는 ‘국가를 의심하지 말고 대통령을 모독하지 말라’고 명령한다. 지금 한국사회는 권력에 대해 한줌의 의혹이라도 제기하거나, 대통령의 진심을 의심하는 글을 담벼락과 인터넷에 적기만 해도 졸지에 종북이 돼 재판을 받고 벌금을 내야 하는 우스꽝스러운 곳이 됐다. 단적인 예로 박근혜 정부 전반기(2013.2~2015.8) 동안 박 대통령 포함 권력기관과 정부부처가 언론과 시민의 입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만 수십 건이다.

국가가 언론과 시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목적은 ‘위축효과’를 일으키기 위해서다. 참여연대는 7일 발간한 이슈리포트 <박근혜 정부의 국민입막음 사례 22선>에서 “종국적으로 무혐의, 무죄, 배상책임 불인정이라는 결론에 따라 시민들과 언론의 비판, 풍자, 의혹제기가 부당한 것이 아니라고 판명되고 고소 및 소송을 제기한 정부나 공직자에게는 아무런 법적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정부와 공직자로부터 소송 등을 당한 이들은 그 과정에서 위축, 발언자제, 심적 부담, 대인관계의 단절, 재정적 부담 등을 경험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 이미지를 누르면 참여연대 이슈리포트가 있는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참여연대가 국민입막음 소송으로 소개한 사례를 보자. 8월 기준, 형사사건은 18건이고 민사사건은 4건이다. 형사사건 중 7건은 기소사건인데,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1건이다. 1건은 무죄 판결이 났고 5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특히 형사사건 중 4건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인데, 제3자 고발이나 수사기관의 직권수사로 기소된 사례다. 민사의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3건이고 각하된 것이 1건이다.

입막음소송에는 국가정보원이 여러 번 등장한다. 국정원은 2013년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 조작 의혹을 제기한 민변 변호사에 6억원대의 명예훼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국정원은 뉴스타파 최승호PD에게도 같은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공무원 간첩 조작 의혹은 사실로 밝혀졌고 법원은 손배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의혹을 제기한 시민에 대한 소송도 여러 건 있었다. 해경이 홍가혜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이 대표적인데, 홍씨는 올해 1월 1심에서 무죄를 받았고 현재 2심 진행 중이다. 같은 해 국정원은 “국정원이 성남시장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사찰한 증거를 포착했다”고 주장한 이재명 성남시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나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관련됐거나 청와대와 검찰이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경우도 많다. 보수단체는 박 대통령 비선라인으로 ‘만만회’를 언급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고 검찰은 이를 기소했다.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7시간과 관련해 의혹을 제기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기소하기도 했다. 역시 1심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지난해 5월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세월호 참사 안산합동분향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조문이 연출됐다는 의혹을 보도한 CBS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2심이 진행 중이다. 김 실장은 참사 직후 박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홀로 구조된 5세 여아를 위로한 장면이 연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한겨레에도 소송을 걸었다. 이 건은 ‘손해배상 책임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올해 들어서도 박근혜 대통령을 엄호하는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한 시민들을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기소했다. 검찰은 7월 인권운동가 박래군씨를 구속하고, 8월에 기소했다. 세월호 관련 집회와 대통령의 7시간을 언급했다는 이유다.

국회의원들 또한 합리적인 의혹제기를 막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딸의 수원대 교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하고 국정감사에서 수원대가 제외된 것은 김 대표의 ‘수뢰 후 부정처사’라며 자신을 고발한 참여연대와 배제흠 전 수원대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간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지역구인 의정부지역 시민단체들이 해명을 요구하는 유인물을 배포하자 5월 시민단체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참여연대는 “문제된 사례들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의혹 사건, 세월호 사건, 대통령을 둘러싼 비선실세 논란 등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었던 사안들, 특히 국정원이나 청와대, 대통령 등 핵심권력의 정당성 및 적절한 처신에 대한 비판과 의혹제기로 이어졌던 사안들에 대해서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는 국가기관과 공직자의 공적 활동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감시와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 이러한 소송들이 제기되었음을 추론할 수 있게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법원은 원칙적으로 ‘국가는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국가기관의 업무처리, 공직자의 도덕성·청렴성이나 그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며 “법원의 입장이 확고함에도 계속 ‘승산 없는’ 입막음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국가기관,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비판, 감시를 위축시키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참여연대는 최근 보수단체가 고발을 하거나 수사기관이 직접 나서는 경우가 잦아진 점을 들며 “(소송으로 인한) 부담을 공직자 개인이 지지 않기 때문에 국민입막음소송은 이전보다 더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위험성이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고,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또한 그 대상에서 공직자를 제외하며, 모욕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박근혜정부 전반기(2013년 2월~2015년 8월) 제기된 국민입막음소송 22건 (자료=참여연대.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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