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인터넷재판매 사업을 하는 업체에 통신요금의 50% 이상 감액해주고 천개 가까운 인터넷 회선을 허위개통한 사실이 KT새노조를 통해 드러났으나 KT는 이를 ‘영업실적 욕심과 경품 착복을 위해 행해진 개인비리’라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특히 KT는 비위의 당사자가 책임을 회사에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KT새노조는 ‘윗선의 책임을 덮으려는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라고 맞받아쳤다.

앞서 KT새노조(위원장 조재길), 참여연대, 통신공공성포럼은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KT가 2014년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문제 업체의 통신요금 17억8498만원 중 9억865만원을 불법으로 감액했다고 폭로했다. 청구요금 중 감액금액의 비중은 51%에 이른다. 월 감액요금이 1억원을 넘는 달도 있다. 이 업체는 현재도 수천개의 회선을 신청하고 사용 중이다.

이에 대해 KT는 “사건을 5월 초에 인지해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개인 비리로 조사를 진행했고 현재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KT에 따르면 이 업체는 인터넷을 재판매하는 곳으로 KT에서 상품을 구입해 법인 영업을 해왔다. KT는 이 업체가 신청한 것으로 돼 있는 5400여개 회선 중 961개 회선을 특정 직원이 허위개통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3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그러나 의혹을 제기한 단체들은 3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주장을 반박했다. 이 단체들은 △1억원 이상을 감액할 경우 본부장급 이상이 결재해야 하고 △감액사유가 ‘전용회선 단체가입’이나 ‘재판매’가 아닌 ‘통신 중 절단’이라는 비정상적 내용이고 △천개에 이르는 허위개통과 억대 비위사실을 회사가 5월에 인지하고도 감액을 계속 유지한 점 등을 들며 “개인비리라는 회사 측 주장은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고 주장했다.

KT새노조 조재길 위원장은 “적게는 (월 통신요금의) 30%, 많게는 80%를 감액했는데 이것은 임원이 결재해야 하는 사안이다. 이 같은 일이 매달 벌어졌는데 회사는 일개 팀장이 실적을 위해 (사고를) 저질렀다고 한다. 꼬리자르기다”라고 말했다.

통신공공성포럼 이해관 대표는 “유령개통(허위개통)을 하려고 하더라도 회선 번호를 등록해야 하고, 모뎀 또한 설치해야 한다. 이것은 KT가 업체의 명의를 도용한 것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특정업체 감면 사례가 또 있다”며 “추가로 폭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미디어스)

KT는 “본 건의 핵심은 개인이 영업실적 욕심과 고객경품 등 금품 착복을 위해 행해진 개인비리 행위”라며 “이 같은 개인비리임에도 불구하고 비위자가 본인의 책임을 희석시키기 위해 조직의 문제로 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KT는 “비리 관련자에 대한 엄정한 조사 및 단호한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며 재발방지를 위해 내부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KT 언론홍보실 관계자는 ‘개인비리를 인지한 5월 이후에도 감액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관련 부서에 문의한 결과, 허위개통을 제외한 나머지는 법인영업을 통한 벌크개통”이라며 “이 회선들은 KT가 회사 대 회사로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감액)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미디어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