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 중 11명이 각 센터에 돈을 댄 대기업의 퇴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부터 삼성 등 대기업에게 투자를 유도해 센터를 만들어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소식에 참여할 정도로 직접 혁신센터를 챙겼다. 그러나 센터장 채용 현황을 보면 졸속으로 사업을 추진했고, 결국 대기업 입맛에 맞게 센터를 운영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가 새정치민주연합 홍의락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에 제출한 ‘전국 17곳 창조경제혁신센터장 현황’ 자료를 보면 전국 17명의 창조경제혁신센터장 중 11명이 지역 연계 대기업 퇴직자 출신이고, 2명은 연계 대기업의 현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를 통한 센터장 채용과정은 형식에 불과했고, 연계 대기업 퇴직자들의 ‘자리 챙기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이 투자한 대구센터 센터장은 삼성전자 퇴직자다. 경북센터 또한 삼성전자 퇴직자 출신이 센터장이다. SK가 연계된 대전센터는 SK텔레콤 퇴직자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광주센터는 연계기업인 현대자동차의 퇴직자가 총괄하고 있고, LG가 투자한 충북센터는 LG유플러스 퇴직자가 센터장 자리를 차지했다. 이밖에도 부산은 롯데월드 출신, 경기는 KT 출신, 경남은 두산중공업, 충남은 한화케미칼, 전남은 GS칼텍스 출신, 세종은 SK플래닛 출신 퇴직자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모두 센터 연계 대기업 출신이다.

네이버가 투자한 강원센터는 네이버 현직자가 휴직계를 내고 센터를 챙기고 있다. 다음카카오가 투자한 제주센터도 사정은 같다. 다음카카오는 센터에 파견을 보냈다. 현대중공업이 투자한 울산센터는 울산대 교수, 효성이 관여한 전북센터는 전북대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서울센터는 CJ가 투자했으나 LG 출신 퇴직자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인천센터는 한진그룹이 투자하고 삼성카드 출신이 센터장을 맡았다.

미래부는 “센터장을 찾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설명하지만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창조경제 성과를 쌓기 위한 목적으로 졸속으로 추진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홍의락 의원은 “센터장들의 과거 벤처 창업 및 중소기업 연관성이 없다”며 “전문성과 역량이 의심된다. 사업 본연의 목적보다 ‘돈을 낸’ 대기업의 실리와 입맛에 치중 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대통령의 지시로 다급하게 추진됐고, 졸속운영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며 “전반적인 점검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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