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각 팀의 맞대결들이 하나둘 끝나기 시작합니다. 지난 주말 2연전을 끝으로 삼성과 LG, 또 KIA와 넥센은 올 시즌 더 이상 만날 수 없는데요.

공교롭게도 올 시즌을 끝으로 홈구장과 이별하는 두 팀 ‘삼성’과 ‘넥센’이 가장 먼저 한 팀과의 인연을 마무리했습니다. 넥센에겐 물론 KIA와의 맞대결이 원정이었기에 목동구장 KIA전은 훨씬 전에 치러졌지만 말이죠.

삼성도 롯데와 한화의 경우는 이제 원정경기만 남은 상황,-두 팀의 대구시민운동장 최종전은 이미 마무리됐죠.- 그 가운데 올 시즌 삼성의 첫 16차전 완결팀은 바로 LG였고, 지난 일요일 대단한 경기로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 박해민이 말 그대로 발로 만든 득점, 그의 질주로 일요일 밤 LG를 무너뜨렸죠.
대구시민운동장과 여러모로 인연이 깊은 원정팀 LG트윈스. 주말 2연전을 끝으로 올 시즌 가장 먼저 삼성과의 시즌 모든 맞대결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이 경기와 동시에 대구시민운동장과의 접점도 종료됐는데요.

시민운동장이라는 공간에 가장 많은 추억이야 당연히 홈팀 삼성 라이온즈겠습니다만, 긴 역사를 자랑하는 여러 상대팀들 사이에서 LG만큼 인상적인 장면의 교차점을 가진 팀도 없을 듯합니다.

물론, 좀 더 과거로 내려가면 잊고 싶은 장면이기도 한 1986년 한국시리즈 해태 구단버스 방화사건의 상대 타이거즈, 1999년 플레이오프 7차전에서 역대급 사건인 호세 선수의 방망이 투척사건을 기억할 롯데 자이언츠도 있습니다. 가까운 과거인 2011년에는 프로야구의 공간으로 정전 사태에 의해 12년 만에 서스펜디드 게임을 치른 두산도 떠오릅니다.

LG에게는 팀 창단 첫 우승 순간으로 기억될 1990년 10월, 한국시리즈 4차전의 공간이었던 대구시민운동장. 삼성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이었던 2002년 11월의 한국시리즈 6차전이 펼쳐졌던 대구시민운동장의 상대팀도 LG였죠.

▲ 삼성에게 최다 점수차 역전승(8점) 기록을 만들어주며 시민운동장 최종전을 마감한 LG!
야구 역사의 여러 장면들을 품고 있는 프로야구 원년 구단의 홈이었던 시민운동장, 그 공간과의 이별을 고하는 팀들이 하나 둘씩 이어지는 가운데 가장 화려했던 기억을 주고받은 상대 LG와 삼성의 인연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말 KIA도 대구시민운동장에서의 최종전을 치를 예정, 역시나 추억이 많은 타이거즈의 마지막 시민운동장 경기입니다.

공간의 이별과 그 공간의 추억이 교차하는 야구의 또 다른 재미, 지난 주말 LG의 경기는 그런 많은 생각이 들었던 매치업이었습니다. 경기만을 놓고 보면 삼성에겐 역사에 남을 대단한 경기로, LG에겐 수모의 한 장면으로 남겨질 듯합니다.

시민운동장의 마지막 날은 점점 다가오고 내일의 야구장도 기대됩니다만, 일단 오늘은 ‘창원 마산구장’ 경기를 눈여겨봐야겠습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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