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대표이사 회장 황창규)가 특정업체에 수억원의 통신요금을 감액한 뒤 청구해 불법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업체는 2005년부터 KT 인터넷 회선을 수천개 가입했으나, KT는 통신요금의 절반 이상을 감액해 청구했다. 특히 이 업체의 직원은 437명(2014년 말 기준)에 불과한데, 이 업체가 KT로부터 반값에 인터넷상품을 제공받아 ‘재판매’해 이득을 챙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KT는 지난 5월에 특정 임직원의 개인비리를 인지했고, 자체 조사가 마무리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KT새노조(위원장 조재길)는 25일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가 특정 법인 고객에게 지난 1년 4개월 동안 인터넷 요금을 특혜로 감면해 준 사실이 내부 공익제보를 통해 확인됐다”며 “특혜성 요금감면 규모는 원래 청구요금의 절반 이상이 넘는다”고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경기도 군포아이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 업체는 ‘기술서비스 및 일반 통신공사’를 업으로 하는 한 대기업으로 지난 2005년 설립부터 KT 인터넷 회선을 수천 개 신청해 사용 중이다.

노조는 “이 업체는 인터넷 회선 6500개를 신청해 사용하다 일부 해지했고 현재 4천여개 회선을 사용 중”이라며 “그런데 지난 2014년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발생된 인터넷 요금 17억8498만4927원 중 9억865만2367원을 감면받았다”고 전했다. 청구요금 중 감액금액의 비중은 51%에 이른다.

▲ 25일 낮 참여연대 2층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KT새노조 손일곤 사무국장이 불법 감면 실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KT의 ‘반값 청구’가 KT 자체 내규와 이용약관을 벗어난 행위인 것은 물론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상 금지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이 업체가 가입한 상품은 전용상품 등 할인폭이 큰 상품이 아니라 3년을 사용기간으로 약정하면 요금의 15%를 할인받는 ‘인터넷only’다. 현재 이 상품의 3년 약정 요금은 2만5500원이지만 KT는 문제의 업체에 반값만 청구했다. 노조가 공개한 내부 시스템 조회 자료를 보면, 요금 감면은 청구 한두 달 전에 미리 이루어졌다. 특히 이 업체는 기가인터넷 148회선을 신청하고 6개월 뒤 145회선을 해지했으나 위약금 또한 감면됐다.

조재길 KT새노조 위원장은 “전용회선 등 다량회선에 대한 감액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이 업체가 신청한 것은 ‘인터넷 only’라 이 같은 감면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해관 통신공공성포럼 대표는 “회사 내부 시스템에는 감면사유가 ‘통신 중 절단’으로 돼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KT 인터넷은 전국적으로 사용이 안 된다는 것이다.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 25일 열린 기자회견 모습. 왼쪽부터 KT새노조 손일곤 사무국장, 조재길 위원장,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이해관 통신공공성포럼 대표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문제 업체가 신청한 인터넷이 전국 각지의 상가에 설치됐다는 점 때문에 이 업체와 KT의 담당자가 KT 인터넷상품을 ‘재판매’해서 차익을 얻으려고 했거나, KT의 현장에서 성과를 조작하기 위해 ‘억대 허수경영’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낳고 있다. 이해관 통신공공성포럼 대표는 “재판매를 했다면, 요금감면에 영업 시 주는 상품권 20만원과 유지수수료 7%(매달 지급)까지 KT가 실제 받은 돈보다 더 많은 비용을 (이 업체에) 지불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KT새노조, 통신공공성포럼, 소비자유니온,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기자회견에서 “KT는 특정 법인에 대한 불법적이고 부당한 요금감면을 통한 고객 차별을 중단하라”며 진상조사와 함께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 단체들은 “A사를 포함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허수경영의 실태조사를 시민사회와 함께 공동 실시하자”고 KT에 제안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KT는 서민과 중산층에게는 제 값을 받고, 특정 법인만 요금을 깎아준 것”이라며 “제 값 내는 가입자만 피해를 보는 이런 행태를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KT는 난감해 하는 눈치다. KT 홍보실 이정호 차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이 사건을 5월 초에 인지해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개인 비리로 조사를 진행했고 현재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가 있어 없애겠다고 조사를 했는데 노조에서 기자회견을 해서 (외부에 알려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KT의 허수경영 혹은 재판매 차익을 위한 두 회사의 유착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 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노조가 공개한 자료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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