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홈앤쇼핑과 현대HCN이 송출수수료를 두고 갈등을 빚는 등 홈쇼핑 수수료를 두고 사업자 간 분쟁 조짐이 나타나자 정부가 나서 플랫폼과 홈쇼핑사업자의 분쟁을 중재하기로 했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가 주도해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홈쇼핑 적정 송출수수료 산정 협의체’를 구성됐다.

미래부 손지윤 뉴미디어정책과장은 24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플랫폼과 홈쇼핑(T커머스 포함) 사업자나 협회가 참여하거나, 사업자가 추천하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9월 국정감사 이전에 협의체를 발족하겠다는 계획이다.

현황부터 보자. 현재 12개 홈쇼핑·T커머스 사업자가 유료방송 플랫폼에 입점해 있다. 정부는 상품판매를 하는 PP를 늘렸고 황금채널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뜨거워졌다. 이 결과 송출수수료는 급증했다. 올해 7월 제7홈쇼핑 ‘아임쇼핑’이 런칭했고, 앞으로 5개의 T커머스 사업자가 사업 개시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플랫폼사업자는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수수료 인상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홈쇼핑과 T커머스에서는 정부가 나서 수수료 인상을 제어해 달라는 입장이다.

홈쇼핑은 ‘버는 만큼’ 막대한 돈을 유료방송플랫폼에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6개 홈쇼핑PP와 2개 T커머스사업자가 플랫폼에 지급한 수수료는 1조412억원이다. 물론 방송매출 또한 2005년 1조3004억원에서 2014년 3조4728억원으로 급증하긴 했으나 사업자 증가로 인해 수수료율이 지금보다 더 높아지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게 홈쇼핑 업계 주장이다. 매출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18.3%에서 2014년 30.0%로 증가 추세다. 사업자 증가로 올해 이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플랫폼사업자에게 ‘홈쇼핑 송출수수료’는 포기할 수 없는 돈이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경우, 지난해 방송사업매출액 중 홈쇼핑송출수수료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저 27.1%(씨앤앰), 최고 41.3%(씨엠비)에 이른다. 의존도는 평균 32.5%다. 2005년 18.1% 이후 매년 높아지고 있다.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가 홈쇼핑에 의존하는 비중은 18.1%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2005년 이 비중이 1.2%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유료방송사업자는 결합상품에 저가경쟁을 하고 있는 터라 수수료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부가 나선 것은 ‘수수료율 인하’로 결과할 가능성이 크다. 애초 협의체는 홈쇼핑PP가 원했기 때문이다. 손지윤 과장은 “사적 계약의 영역인 만큼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와 플랫폼이 자율적인 가이드라인을 채택할 수 있도록 당사자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 추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개입하는 것에 대해 양쪽 모두 내키지 않는 것 같다”면서도 “(사업자가 미래부에) 약관신고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사업자 간 절차를 지키며 했는지 살펴보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어디까지 얘기를 할 것인지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율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안을 최초 보도한 전자신문은 “우선 송출수수료를 각 계약 건으로 살펴볼 것인지, 매년 전체 송출수수료 상승 이유와 근거를 따져볼 것인지가 관심”이라며 “특히 홈쇼핑사 전체 매출 대비 수수료를 따져볼 것인지, 아니면 비중이 감소하는 TV부문 매출을 근거로 적정성을 검증해야 하는지에도 의견 차가 예상된다. 홈쇼핑과 T커머스 송출수수료 격차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채널 번호별 수수료율 격차 검증도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협의체를 통한 해결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을 정부가 제공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무분별하게 허가를 내줘 홈쇼핑과 T커머스사업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의 정책이 홈쇼핑과 T커머스 진흥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방송의 홈쇼핑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창조경제를 명분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앞장 서서 띄운 홈쇼핑, T커머스 진흥정책이 이제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정부가 사업자 진흥에만 공을 들인 까닭에 가장 밑단의 시청자를 위한 정책은 생산되지 않았다. 홈쇼핑과 T커머스 진흥을 위한 정책에 ‘적정 시청권’을 보장할 수 있는 규제와 정책은 뒷전이 돼 버린 셈이다. 이르면 연내 홈쇼핑과 티커머스 채널만 17개가 된다. 플랫폼 사업자의 가이드 채널과 직접사용채널까지 고려하면 시청자들의 주요 지핑재핑 구간인 50번대 이내에 25~30개의 채널을 플랫폼과 홈쇼핑이 장악할 분위기이지만 규제방안은 전무하다. T커머스가 주도하는 변종 가상광고에 대한 규제책도 없다.

정부는 플랫폼사업자에게 ‘편성권’이 있어 개입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규제 공백의 피해는 애먼 가입자와 시청자만 보게 됐다. 미래부 PP정책팀(방송채널사업정책팀) 정재훈 팀장은 “(시청권 침해 우려에 대해) 공감하고 있지만 편성권 문제가 있다”며 “정해진 정책은 없고 전반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정재훈 팀장은 “과거에 (시청권 보장을 위해 정부가 유료방송에 개입한) 사례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과거와는 다르게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실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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