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야구 가운데 가장 부러운 건 아마도 ‘고교야구’에 대한 열정이 아닐까요? 공간으로 또, 그 문화로도 고시엔이라는 이름은 참 부럽습니다.

▲ 구장의 상징이라 할 담쟁이와 ‘갑자원’이란 이름, 조화롭죠?
실제로 지난여름의 입구에 고시엔을 앞두고 마지막 한신 경기를 치르던 고시엔을 다녀왔는데요. 깊은 역사를 담은 공간의 위대함과 그 역사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쾌적했던 환경에 두 번 놀랐죠. 고시엔이라는 공간을 방문하는 것을 넘어, 이곳에서 꼭 고교야구를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미 어제 펼쳐졌던 준결승 경기를 오전 11시대부터 오후 4시까지 중계했던 일본의 NHK! 대망의 결승전이 펼쳐지는 오늘 오후 1시에도 어김없이 중계방송이 펼쳐졌습니다.

결승까지 진출에 성공한 학교는 이번 대회 최고의 인기팀 와세다 실업고를 꺾은 센다이 이쿠에이와, 8강전에서 기적의 승부로 준결승전까지 진출했던 칸토이치에게 승리를 거둔 토카이대 사가미! 예측이 힘든 고교야구의 매력과 단판승부로 펼쳐지는 큰 영광을 향한 도전이 될 결승전의 긴장감. 아마 오늘 하루는 일본 전 지역이 고교야구라는 키워드로 뜨겁게 달궈졌을 듯합니다.

고교야구를 향한 일본인들의 깊은 애정은 이미 유명합니다. 이 대회는 본선 전 경기가 중계방송됐죠. 당장 이번 주만 하더라도 일요일 아침부터 NHK 종합채널에서 -뉴스 시간만 E채널- 중계방송이 저녁까지 이어졌습니다. 평일인 월요일도 역시 오전 8시부터 준준결승, 오후 7시까지 2개 채널을 오가며 이어졌는데요.

▲ 지난주 일본 TV시청률 통계만 봐도 이미 고시엔 중계의 인기는 한껏 느껴집니다.
주간 시청률 Top 5에 4위와 5위를 모두 고시엔 고교야구가 차지했는데요. 시청률 수치도 상당합니다. 16.8%와 17.7%를 기록한 고시엔 중계방송! 긴 방송시간을 감안하면 이 시청률은 어마어마한 기록이라 할 터, 6일부터 개막한 이 대회의 첫 주말 시청률도 16.3%로 그 주의 시청률 전체 4위에 올랐습니다. 동아시안컵 축구대회의 시청률이 14%란 점을 비교할 때, 이 기록은 정말 ‘어마어마’한 수치라 할 수 있겠죠?

당연하게 이어지는 지상파 중계, 그것도 일본의 대표방송이라 할 NHK에서 중계하는 고시엔. 고교야구를 TV로, 그것도 지상파에서 손쉽게 대회 결선라운드 전 경기를 보는 일본의 야구여건은 분명 부럽습니다.

▲ 이번 대회를 뜨겁게 달궜던 와세다실업고는 준결승에서 결국 그 도전을 멈췄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상파 중계는 2005년 이후로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이 고교야구의 현실인데요. 동대문야구장과 지역 신문사들의 대회가 사라진 주말리그의 시대부터는 스포츠 채널 중계도 많이 뜸해졌습니다.

우리나라의 NHK격인 KBS가 고교야구 최강전을 개최하고 중계했던 2010년의 흔적도 있습니다만, 최근엔 각 대회의 주관 신문사가 가진 종편 채널 위주로 전해지며 다소 열기가 덜해진 것 같습니다.

어쩌면 가장 뜨거운 콘텐츠로 사랑받는 일본의 고교야구, 그리고 중계방송과 시청률. 찾아보기조차 쉽지 않은 우리의 고교야구 현실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오는 오늘입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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