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기 EBS 이사회 구성을 앞두고 전권을 쥐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방통위는 EBS 이사 9명에 대한 임명권과 함께 사장 임명권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역사 전쟁’이 가열되면서 EBS를 특정 사관의 교보재로 활용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17일 공모가 끝나는 EBS 이사직에는 벌써 ‘뉴라이트 인사들이 대거 지원했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따르면, EBS 이사 9명(전부 비상임) 중 7명은 방통위가 임명하고, 나머지 2명은 각각 교육부 장관과 교원단체(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1명씩 추천해 방통위가 임명한다. 정부여당 추천 상임위원과 야당 추천 상임위원이 3대 2로 기울어진 방통위가 입김이 절대적이다. 교육부와 교원단체 추천 몫까지 고려하면 EBS 이사회는 정부여당에 절대적으로 기울어져 있다. 3년 전 구성된 6기 이사회는 정부여당이 7명, 야당 추천 상임위원이 2명을 추천하는 식으로 ‘정파 갈라먹기’로 진행됐다.

▲ (사진=미디어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기간 공약한 대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절실한 때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친일, 근대화론, 5․16 쿠데타, 유신 등을 두고 역사 해석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을뿐더러 뉴라이트 사관을 공적 교육에 관철하려는 시도가 잇따라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단체로 볼 수 있는 자유경제원은 지난 6월 <EBS, 누구를 위한 교육방송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까지 개최해 “지식채널e, 다큐프라임, 수능특강 등 전 범위 걸쳐 좌편향 시각이 드러났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EBS마저 ‘이념 전쟁’의 장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운동단체들이 주축이 돼 구성한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는 17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기회에 방송통신위원회는 과감하게 기존의 정부여당 편향 독점 구도를 깨뜨리고 비리와 자질 부족으로 점철된 EBS 이사회의 역사를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통위가 정부 입맛대로 ‘역사 전쟁’에 가세할 것이 아니라 EBS의 공적 책임을 위한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 1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있는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공추위는 “교육과 방송에 대한 철학과 전문성을 겸비하고 다양한 시청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인사들로 EBS 이사회 이사들을 선임해 교육방송의 자존심을 바로 세우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비리 논란으로 휩쌓이거나 자질 부족 시비를 불러일으켰던 인사들이 다시 이사 자리에 앉는 일이 없도록 방통위는 철저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추위는 이날 강혜란 현 EBS 이사(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여성·시청자 대표), 류한호 광주대 교수(방통위 지역방송발전위원/언론학계 대표), 박강호 디자인커서 대표(전 언론노조 부위원장/언론계 대표), 박태순 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고동대표(성균관대 초빙교수/시민사회 대표), 정운현 오마이뉴스 초대 편집국장(한국언론재단 연구이사/언론계 대표),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언론학계 대표) 등 6명을 방통위에 차기 EBS 이사로 추천했다. 공추위는 방송과 교육에 대한 철학, 전문성 등을 기준으로 후보자를 심사,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 (사진=미디어스)

김환균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방통위가 최근 ‘뉴라이트’ 인사들을 KBS 이사 후보로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에 ‘극우’ 인사들을 임명한 것을 지적하며 “EBS마저 이 집단, 저 집단이 나눠먹는 것은 안 된다. 왜곡된 역사관을 가진 인사가 EBS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통위는 엄정하게 논의해 신임 이사들을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최정기 조직부장은 “EBS 이사회는 권력이 마음만 먹으면 (뉴라이트-보수 인사들로) 싹쓸이할 수 있다”며 방통위의 독립적인 심사와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BS 이사회에서는 그 동안 관용차 사적 활용, 폭행 사건, 과도한 해외연수 등이 문제가 돼 왔다. 홍정배 EBS지부장은 “관용차를 남용하고, 서로 주먹다짐까지 하는 이사회 때문에 EBS가 망가지고 있어 EBS 구성원들이 나섰다”며 “사상 처음으로 이사회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비리와 폭행, 잦은 해외연수, 룸살롱 같은 것들이 EBS 이사회를 상징하는 단어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홍정배 지부장은 방통위에 △기존 7대 2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6대 3 이상으로 완화하고 △이사 선임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선정 기준을 명확히 밝히고 △교육부와 교원단체에도 복수의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통로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통위는 이번 주중 신원조회 대상자를 추릴 계획이다. 최성준 위원장의 해외출장 일정 때문에 EBS 이사 선임은 오는 9월 초 이루어질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중에 차기 EBS 사장을 노리는 인사가 있어, 해당 위원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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