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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활적으로 매달려 ‘대통령’ 모시는 데 성공한 KBS ‘나는 대한민국’[기자수첩] ‘한 화면 잡힌’ 조대현 사장, 끝까지 웃을까
김수정 기자 | 승인 2015.08.17 14:27

   
▲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열린 KBS <국민대합창-나는 대한민국> 1부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부가 주최한 국민화합대축제 <우리 기쁜 날> 행사가 열리고 있던 15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KBS 광복 70주년 특집 프로그램 <국민대합창-나는 대한민국>(이하 <나는 대한민국>) 열리던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 나타났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 곳에 온 ‘특별 게스트’라고 소개된 박근혜 대통령은 7만 여명 앞에서 ‘애국가’와 ‘우리의 소원’을 불렀다. 노래 부르기에 앞서 한 짤막한 인사말을 통해 ‘통일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우리나라가 광복 70주년을 맞는 대한민국 축제의 날입니다. 이 뜻 깊은 날 우리 국민 모두가 하나가 돼서 광복의 기쁨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70년을 돌아보면 우리 국민들은 한 마음으로 뭉쳐서 세계가 놀란 경제 발전과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지금 우리 앞에도 수많은 도전과 난관이 놓여 있지만 우리 국민의 저력과 힘이 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제 광복의 기쁨을 완성하는 마지막 길이 되는 한반도 통일을 이루기 위해 모든 국민들의 힘과 마음을 하나로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조금 전에 1945 합창단 어르신들의 감동적인 합창을 들었는데 이 합창이 널리 퍼져서 각 계층과 세대가 하나 되게 만들어서 희망찬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앞서,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 이하 KBS노조)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새 노조) 등 양대 노조는 <나는 대한민국>에 대해 △KBS이사회 보고도 거치지 않은 채 졸속 기획·편성 △단일 프로그램에 50억원 투입 △비효율적인 예산 편성 △무리한 협찬·광고 유치 등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며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연임을 확답받기 위한 조대현 사장의 ‘무리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나는 대한민국>은 어쨌든 기획의도 그 자체이자 핵심 목표라 할 수 있었던 ‘VIP 모시기’에 성공했다. 양대 노조의 지적대로라면, 조대현 사장은 당장은 웃을 수 있게 됐다.

KBS, 자사 뉴스로 3일 연속 <나는 대한민국> 홍보 나서

그렇다면, 왜 조대현 사장은 그토록 대통령 모시기에 그렇게 애를 썼던 것일까. 이유는 간명하다. 코앞으로 다가온 KBS 사장 교체 시기, 최종 임명권을 지닌 사람이 바로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KBS 측은 공식 확인을 해 주지 않았지만, 그래서 이미 대통령의 행사 참석은 기정사실화되어 있던 것이었다.

본 공연 이틀 전인 13일, KBS 양대 노조 관계자들은 “(대통령 오는 것은) 확실하다고 내부에서 파악하고 있다”, “그것 때문에 굉장히 노심초사했는데 그제(11일)쯤 최종 결정됐다고 한다. 오는 건 확실하고, 의전이나 경호 문제 때문에 상당히 부산했다. 사장과의 개인 면담도 추진하는 듯했으나 무산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 대통령의 <나는 대한민국> 참석은 청와대 홈페이지 메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기자들까지 협찬에 동원해 가며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을 모신 KBS는 행사 전부터 <나는 대한민국>을 홍보하기 바빴다. 해방둥이 합창단, 연아 합창단, 아침 합창단 등의 연습과정이 담긴 다큐멘터리를 9주 동안 토요일 저녁 시간에 편성했고 별도 페이지를 운영하고 서울시내 버스와 지하철에 대대적인 광고를 하는가 하면, <나는 대한민국> 1, 2부를 각각 1TV와 2TV에서 생중계했다. KBS 관계자에 따르면 국가기간방송이니만큼 정부 행사 중계를 끊을 수 없어 채널까지 옮겨가며 편성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후문이다.

KBS 메인뉴스 <뉴스9>에서는 14일부터 16일까지 <나는 대한민국>을 홍보하는 내용이 방송됐다. 14일 <뉴스9>는 <내일 밤 ‘나는 대한민국’…세대·계층 뛰어넘은 ‘국민 대합창’> 리포트로 <나는 대한민국>을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어 관객 7만명과 함께 부르는 대합창의 무대”라고 소개했다. 15일 <뉴스광장> 1부, <뉴스12>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사전 예고가 보도됐다.

같은 날 <뉴스9> 역시 <국민대합창 ‘나는 대한민국’…희망·화합의 무대> 리포트에서  현장 연결을 해 실황을 전했다. <뉴스9>는 “이곳 서울 월드컵경기장은 감동과 열정이 담긴 공연들이 이어지면서 열기가 뜨겁다. 객석을 가득 메운 7만 관객과 합창단, 인기 가수들이 함께 국민대합창의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KBS가 광복 70년을 맞아 준비한 오늘 행사는 희망과 화합을 위한 국민 대축제”라고 말했다.

16일 <뉴스9>는 아예 ‘오늘의 헤드라인’ 코너 <나는 대한민국>에 출연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담았고, <박 대통령 “국민 대합창은 통일 예행 연습”> 리포트에서는 출연진과 박근혜 대통령의 ‘화기애애’한 무대 뒷모습을 전했다. 화면 말미에는 대통령 옆자리를 차지한 조대현 사장과 타 출연진이 ‘파이팅’을 외치는 장면도 나갔다.

   
▲ 위쪽부터 차례로 14일, 15일, 16일 KBS <뉴스9> 리포트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 70주년을 맞아서 모든 국민이 같이 기뻐하고 하나가 되고…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라며 “이북의 45명과 합쳐서 평양에서 반드시 아리랑과 고향의 봄을 부르고 싶어요. 그게 꿈입니다”라는 합창단원의 말에 “통일의 한 마당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축제 분위기 속에서. 예행연습이에요 이게”라고 화답했다.

‘박심’ 얻기 위한 노력, 보답 받을 수 있을까

<나는 대한민국>을 필두로 한 요란한 ‘대통령 모시기’를 보면 2년 전 길환영 전 사장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MB정권 말기인 2012년 11월 양대 노조의 반대를 뚫고 취임한 길환영 전 사장은 청와대와 특별한 인연이 없어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VIP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애쓴다는 소문이 안팎으로 돌았다.

   
▲ 16일자 KBS <뉴스9>

실제로 길환영 전 사장은 취임 후 첫 개편인 2013년 봄 개편 당시 현대사를 다룬 <다큐극장>을 편성해 KBS 양대 노조는 물론 각 협회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제작된 현대사 프로그램 <다큐극장>은 외주제작국이 키를 잡고 기획부터 편성까지 비밀리에 이루어진다는 점, 제작 실무진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점, 첫 방송부터 7월 중순까지 방송되는 아이템 중 절반 이상이 박정희 정권과 관련된 내용인 점 등에서 시작 전부터 ‘폐지’ 요구가 거셌다. (▷ 관련기사 : <‘박정희 시대 미화’ 우려가 현실로>)

하지만 끝내 <다큐극장>은 정규 편성됐고, △파독광부·간호사 △베트남 파병 △포니 신화 △수출 100억불 △경부고속도로 개통 등의 내용이 나갔다. 또 KBS는 라디오 개편 당시 ‘친박’으로 유명한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를 저녁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낙점했으나, 내부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고성국 씨는 2012년 대선 당시 박사모와 보수단체 등의 강연에서 박근혜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발언을 해 감사패를 받았고, YTN과 불교방송 노조는 이 같은 ‘편향성’을 문제 삼아 출연정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 관련기사 :  <‘친박 평론’ 고성국, KBS시사프로 진행자 낙점 논란>) 

대통령을 향한 ‘깍듯한 대접’은 방미, 방중 등 대통령의 해외 순방 당시 가장 빛을 발했다. KBS는 2013년 5월 18일 <특별기획 한미동맹 60년, 글로벌 파트너십의 미래>를 긴급 편성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10일 밤 <특별좌담 박근혜 대통령 방미 결산>을, 11일 밤 <심야토론>에서 ‘한미정상회담, 성과와 과제는’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나서 또 ‘방미 성과’를 치켜세우는 내용이어서 내부에서조차 “뜬금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 관련기사 : <'보도지침 논란' KBS, 박근혜 방미프로까지 긴급편성>)

   
▲ 2013년 6월 28일 <2013 한중 콘서트>가 열렸다. 사진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중 콘서트> 출연진인 소녀시대와 인사하고 있는 모습. 박근혜 대통령 옆으로 길환영 사장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청와대)

길환영 사장은 ‘특집’을 위해 조대현 사장처럼 7만여명의 시민을 초청하고 50억을 들이지는 못했지만 대통령의 방중을 축하하기 위해 <2013 한중 콘서트>를 선보였다. 당시에도 2주 만에 급조된 점, <한중가요제>가 있는데 하필 대통령 방중 일정에 맞춰 유사 프로그램을 편성한 점, 전년 62억 적자를 내 예산 삭감을 한 상황에서 뜬금없는 해외 공연을 추진한 점  등으로 논란이 됐다. (▷ 관련기사 : <KBS, 박근혜 방중 띄우기 '한중 콘서트' 급조?>)

대통령 띄우기를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프로그램을 자사 뉴스에서 홍보하는 장면이 2년 후 다시 재현되고 있다. 하지만 그토록 일관되게 ‘대통령 바라기’ 행보를 보였던 길환영 사장은 청와대 지시에 따른 보도와 인사 개입 사실이 드러나, 연임은커녕 제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했다. <나는 대한민국>을 성황리에 마쳤고 대통령과 한 화면에 잡히는 ‘행운’도 안은 조대현 사장이 ‘연임’에 성공해 끝까지 웃을 수 있을까. 마냥 낙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김수정 기자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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