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편집국장이 “삼성그룹 광고담당 부사장이 메트로 대표이사에게 광고협찬 증액의 조건으로 편집국장 경질을 제시했다”고 주장하며 해당 삼성 임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미디어스 취재결과, 메트로 강세준 편집국장(전무이사 겸임)은 지난 7월8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 소속 노승만 부사장(광고담당)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강세준 국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노승만 부사장이 김종학 대표에게 광고협찬 빌미로 편집국장 자르라고 한 것으로 확인이 됐다”며 “한국 최고의 기업이 광고를 집행하는 조건으로 편집국장 인사조치를 요구한 것은 언론사에게 위력을 행사해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판단해서 고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 삼성과 메트로

강세준 국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고소장 내용을 보면, 김종학 메트로 대표(편집인)는 지난 6월11일 저녁 경기도 양평의 한 별장에서 삼성그룹 임원들 및 제일기획 광고담당 간부들의 술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종학 대표는 “메트로를 도와 달라”고 요청했고, 노승만 부사장은 지원 조건으로 편집국장 경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종학 대표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강세준 국장 이야기는 모두 팩트”라고 말했다. 당시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계획을 발표했고, 메트로는 이에 대한 비판 기사를 연속 게재하고 있었다.

문제의 회동 이튿날에도 편집국장 경질을 종용했다는 게 강세준 국장과 김종학 대표 주장이다. 이들에 따르면, 6월12일 김종학 대표는 전날 술자리에서 만난 제일기획과 삼성그룹 광고담당 간부들을 서울 시내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 구체적인 광고협찬 금액과 시기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그룹 관계자는 재차 ‘편집국장을 해고하면 광고협찬을 시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김종학 대표는 삼성 측 요구에 즉답하지 않았고, 이후 삼성은 기존에 집행하던 광고를 중단했다.

강세준 국장은 고소장에서 “피고소인(노승만 부사장)은 세계적으로 선두권에 있는 대한민국 대표기업에 소속된 임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범죄행위를 저지르며 언론을 통제하고 고소인(강세준 국장 본인)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며 “(메트로의) 편집방향이 자신 또는 자신이 속한 회사의 이해관계와 충돌한다고 해 편집국장의 인사권에 이처럼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강세준 국장은 이어 “더구나 광고협찬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국내 언론의 약점을 이용해 ‘누굴 해고하면 광고를 많이 집행해주고, 거절하면 집행을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특정 언론사 편집국장을 압박하는 것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헌법상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라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세준 국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지난해 전자신문 사태(삼성 관련 비판 보도 이후 광고 집행 중단 사태) 이후 삼성은 자신이 언론사 인사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기자를 졸로 보고, 자신을 왕으로 생각하는 마인드에 대해 제동을 걸어야 한다. 유사한 판례가 있고, 이 건에 대해서 판례를 만들고 싶어 고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승만 부사장은 취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스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임을 사전에 밝히고 10일부터 사흘 간 노 부사장 개인 휴대전화와 사무실로 수백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미디어스는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 팀장 등 공식적 취재 창구에도 수차례 사실관계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노 부사장과 함께 삼성그룹 광고담당 실무자로 11일 양평 별장 술자리에 참석했고, 12일 김종학 대표를 따로 만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배 아무개 부장은 “(11일 나는 밖에서) 고기를 굽고 있었고 그날 술을 많이 먹어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모른다. 이튿날(12일)에도 커피 한 잔 마시고 들어왔다. ‘어제(11일 술자리에서) 집에 잘 들어가셨나’는 얘기 정도만 했다. 광고 얘기는 제가 할 짬밥(위치)이 안 된다. 그 모임에 열 명이 넘게 있었는데 (강세준 국장) 그 분이 왜 나를 거론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11일 당시 별장을 제공한 제일기획 서아무개 국장은 “11일 (메트로 김종학 대표와 삼성 노승만 부사장) 두 분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말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광고 관련된 말을 주고받은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두 분의 대화는 ‘잘해 달라’ ‘잘해야 잘해주지’ 같이 쳇바퀴를 돌았다. (이번 고소 건은) ‘잘 하자’는 말을 두고 두 분의 생각이 달라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제일기획 서 국장은 “김종학 사장은 12일 저와 통화하면서 먼저 ‘다른 광고주들도 (강세준 국장을) 자르라고 한다’ ‘정리하겠다’고 말하며 금액을 제시했다”며 “나는 ‘그런 이야기를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12일 만나서는 김종학 사장이 먼저 금액과 안을 제시했고, 우리(삼성그룹 배 부장과 제일기획 서 국장)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번 고소건은 무료신문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메트로가 무리하게 몸부림치다가 생긴 해프닝”이라며 “메트로는 기업에 적대적인 기사를 오버해서 썼고 우리는 김종학 사장에게 ‘메트로가 긍정적인 모습으로 바뀌면 기업들도 정책을 바꾸지 않겠느냐’고 조언했다. 국장을 교체하라는 이야기는 유효한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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