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대통령 선거에 연결지어 판단하려 한다. 중앙일보 말이다. 대선이 불과 60일 안으로 다가오고 있다. 갈수록 대선 보도의 비중은 높아질 것이며 대선 후보의 식견과 정책은 국민이 알아야 할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모든 것을 대선이라는 사안에 집중적으로 녹여 해석하는 것은 도를 넘을 때가 있다. 이는 23일 1면을 장식한 '자이툰 파병 논란'과 관련한 중앙일보 보도에 적당한 지적일 듯하다.

▲ 중앙일보 10월 23일자 1면
중앙일보는 자이툰 파병 연장 논란을 23일 '이념 대결 구도 겨냥 미국 이슈 쟁점화'라는 제목으로 내보냈다. 신당이 청와대 자이툰 파병 연장 반대에 나선 이유를 해석하는 기사다. 기사의 맥락을 살펴보자.

대선이 유일한 잣대인가?

중앙일보는 우선 '2002년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반미면 어떠냐라며 미국 이슈를 쟁점화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수세에 몬 적이 있다'며 '2007년 대선에서도 미국 이슈가 쟁점화될 것인가'라고 자이툰 파병 연장 논란의 방향을 제시한다. 즉 정치쟁점화로 말이다.

이어 통합신당의 파병연장 반대는 '자이툰 부대의 철군시기를 내년 말로 연장하려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미 실용 외교적 입장과 정면 충돌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단다.

이후 내용에서 통합신당의 반대 의도를 설명하는데, 정치권에서 '이라크 파병 연장 문제를 대선 레이스의 승부처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한다.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미국 이슈는 찬반 논쟁을 가열시키고 대치 전선을 선명하게 만듦으로써 양자 대결→지지층 결집 효과를 불러 올 수 있는 소재로 여겨져 왔다. 이 때문에 정 후보 입장에선 파병연장 반대를 천명함으로써 ▶이른바 진보 세력의 지지층을 모으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평화세력 대 냉전세력'의 대립 구도를 부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선거 전략가들의 분석이다."

중앙일보는 '파병연장 반대에 깔려 있는 신당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박형준 대변인)'는 한나라당을 통해 이 같은 해석을 사실화한다. 심각한 문제는 중앙일보가 인용한 서울외교가의 한 소식통의 말에서 드러난다. 익명의 그는 "2002년 반미 정서의 확산으로 외교 실패의 기억을 갖고 있는 미 정부와 주한 미 대사관은 이번 대선에서 미국 이슈가 불거지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고 한다.

결국 중앙일보는 정치적 쟁점화를 통해 파병 연장에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당면의 적(?)을 치기 위해 또 다른 적(?)을 돕는 형국이다. 이로써 파병 반대의 모든 움직임은 국익에 도움이 안될 뿐더러 정동영 후보를 돕는 것으로 단정된다.

중앙일보는 자이툰 파병 문제를 대선 정치 쟁점으로 국한시키고 있지만 간접적으로 파병 찬성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이런 정치적 쟁점화는 전제돼야 할 국민의 가치판단을 흐리게 한다. 누가 판단할 것인가의 문제를 대선 후보로 국한시킨다는 지적과 같다. 대선 후보의 판단 이전에 국민의 마음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를 중앙일보에서 기대하기 쉽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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