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가 돈이다. 특히 O2O(Online To Offline) 시대에서 온라인은 ‘수수료’ 장사를 하는 유통업체에 불과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온라인은 ‘갑’이다. 가입자가 있고, 가입자의 정보 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최근 전략은 가입자를 가두기(lock in) 위해 킬러 콘텐츠를 유치하면서 동시에 이미 가둔 가입자를 유지하기 위한 무기로 무료 콘텐츠를 줄세우는 것이다. 이 비즈니스 모델의 가장 단적인 예는 배달음식 애플리케이션인데, 운영하는 업체가 가입자 정보를 갖고 관리하는 것만으로 20% 안팎의 수수료를 챙긴다. O2O 시장의 논리다.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최근 신라호텔과 신라면세점 등을 운영하는 호텔신라가 ‘위치정보사업자’가 된 점도 같은 맥락이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지난 6일 호텔신라를 포함한 8개 법인에 대해 신규 위치정보사업자에 대한 허가를 내줬다. 심사와 허가 실무를 담당한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윤리과에 따르면, 145개 위치정보사업사업자 중 호텔이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호텔신라는 미디어스에 “서울 도곡동에 있는 회원제 피트니스센터 이용자들이 어떤 기구를 이용하는지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사업권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용자들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을 두고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일 수 있지만, 적어도 호텔신라가 이용자들의 위치정보를 매출 확대의 조건이라고 생각한 것만은 분명하다. 가입자들의 위치정보를 분석해 가입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최적인 피트니스 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미지=LG유플러스)

가입자로 돈을 버는, 한국의 대표적인 사업자는 다음카카오(공동대표 최세훈 이석우)다.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은 3천만명 이상의 가입자가 있고, 다음카카오는 이 가입자를 기반으로 뉴스 TV 택시 쇼핑 선물 게임 같은 서비스를 붙였다. 카카오에 입점하려는 언론, 방송, 쇼핑몰, 게임개발사는 줄을 선다. 플랫폼이 콘텐츠를 줄 세우는 온라인 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한 가지 특이한 대목은 전형적인 O2O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카카오택시에는 ‘수수료’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사들이 크게 호응했고, 카카오택시는 출범 몇 개월 만에 콜택시 업계를 완전히 잠식해 나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다음카카오가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업계 관행보다 적게 받을 것으로 본다. 왜냐면, 다음카카오는 수수료 10%보다 가치 있을 카카오택시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축적하기 때문이다.

▲ JTBC <썰전> 127회 방영분
▲ JTBC <썰전> 127회 방영분

긁어모은 위치정보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다양한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음카카오가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대리운전’의 경우, 카카오톡의 가입자와 카카오택시의 빅데이터가 있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사업을 기획할 수 있다. 배달 앱, 돌봄 서비스 같은 경우도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손쉽게 디자인할 수 있다. O2O 서비스를 결합하는 데도 쉽다.

자기 가입자가 있는 플랫폼 사업자들은 지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을 만들고 싶어한다. 이동통신사가 공짜 결합상품을 살포하는 이유는 가입자를 묶어두고 5G에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에 가입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신라호텔과 다음카카오가 정보를 모으는 이유도 같다.

하나의 플랫폼에 모이는 정보의 덩어리가 커지는 만큼 콘텐츠와 가입자는 플랫폼에 종속되고, 사업자의 리스크도 커진다. 종속된 가입자와 리스크가 만나는 ‘정보통제권’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 사업자는 이용자가 게을러지기를 원한다. 그리고 ‘정보’에서 가장 둔감해지길 바라고 있다. 사업자들의 이해관계와 사용자들의 이용 습성이 어떤 미래를 만들어낼지, 신라호텔을 운영하는 호텔신라가 ‘위치정보사업자’가 된 이유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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