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이사의 직업화’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들린다. 정부여당에서 KBS와 MBC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전례 없는 3연임 이사를 내리꽂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현 방문진 차기환·김광동 이사는 각각 KBS와 방문진 이사에 공모에 참여했고 임명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청와대의 결정은 이미 끝났다는 얘기다. 만일, 이같은 소문이 현실화되면 이들은 공영방송 이사만 9년간 역임하게 된다. 방송사 내외로부터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일동(간사 우상호 및 문병호, 송호창, 유승희, 이개호, 장병완, 전병헌, 정호준, 최민희, 최원식, 홍의락 의원 등 11명)은 7일 성명을 내어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 의결이 3번째 연기됐다”며 “‘사상 유례 없는 3연임 반대’ 요구를 최성준 방통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추천 방통위원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논의 해 공영방송 이사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로 선임하라”고 촉구했다.

▲ 2013년 7월 새정치민주연합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우상호 간사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미방위원들은 차기환·김광동 3연임과 관련해 “공영방송 이사로서의 직분에 충실하게 아무리 일을 잘한 인물이라도 공영방송 이사를 9년 동안 한다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그런데 지금 3연임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일을 잘하기는커녕 ‘정권의 방송장악 첨병’ 노릇을 하며 MBC를 망가트린 주범들”이라고 지적했다. <방송법>에서 규정한 공영방송 이사 선임 시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라는 규정과도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3월 4일, 취임 후 첫 담화에서 “방송장악 의도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방송장악’을 기도하고 있다는 의심에서 끝없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YTN과 MBC에서 발생한 해직언론인의 복직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KBS·방문진 이사 선임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방문진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됐던 차기환 이사를 KBS이사로 전직시키고 김광동 이사 또한 연임시킨다는 것은 ‘방송장악’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새정치민주연합 미방위원들도 “박근혜 정부가 MBC는 현재 장악된 상태를 계속 유지관리하고, KBS는 MBC처럼 완벽하게 정권에 복속시키겠다는 흑심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미방위원들은 KBS 이인호 이사장의 연임설에 대해서도 “이인호 이사장의 공영방송 이사장으로서의 부적절성은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며 “극단적이고 편향적인 역사관을 적어도 KBS 이사장으로 있는 동안에는 드러내지 말아달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를 이 이사장은 한사코 거절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더니 이 이사장은 자신의 역사관과 맞지 않다고 프로그램의 제작과 편성 등에 끊임없이 개입하고 압력을 행사했다”고 비판했다. 이인호 KBS이사장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제작된 KBS <뿌리깊은 미래>의 ‘좌편향’ 논란을 불러일으켰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이승만 망명정부 보도에 대해서도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기도 했다. 이사회의 역할을 벗어났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햇다.

새정치민주연합 미방위원들은 방문진 이사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김원배 이사(연임)에 대해서도 “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이라는 그의 경력 자체만으로도 (공영방송)이사조차 부적절한데 도리어 이사장에 임명하겠다는 것은 방문진과 MBC를 ‘친박의 수중’에 계속 가둬놓겠다는 의미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원배 이사의 경우 18개월 동안 6번의 해외출장을 갔던 것으로 알려져 ‘외유’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미방위원들은 “우리는 방통위가 야당 추천 위원들과 시민사회, KBS·MBC 내부 구성원의 합당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끝내 ‘공영방송 장악용 이사 선임’을 강행하려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동안 앞선 방통위원장들과는 달리 비교적 합리적으로 방통위를 운영해 온 최성준 위원장이 이토록 무리한 인사를 강행한다면, 이는 ‘정권의 들러리’로 전락했음을 자인하는 꼴”이라면서 “누차 스스로 천명해왔듯 ‘합의제 행정기구’라는 방통위의 위상에 걸맞게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과도 합의해서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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