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KBS 이사회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인선을 두고 파행 중이다. 지난 7월31일과 지난 6일로 예고했던 공영방송 이사 추천(KBS), 선임(방문진)에 대한 의결은 김재홍 고삼석 상임위원의 불참과 보이콧으로 미뤄졌다. 최성준 위원장은 추가적인 협의를 진행한 뒤 7일 의결을 예고했으나 이 회의도 당일 취소됐다. 문제를 제기한 두 상임위원은 여야 몫을 나눠 추천하던 기존 관행(KBS 7대 4, MBC 6대 3)을 따를 것이 아니라 제3기 방통위만의 인사 원칙과 기준을 세워 문제적 인사를 걸러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재홍 고삼석 위원은 지난달 27일 △3연임 금지(공영방송 이사 ‘직업화’ 금지) △정파적 나눠먹기 인선 반대 △공영방송 공적책임 및 공공성·공정성 구현 적임자 선임 등을 제3기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의 원칙과 기준으로 세우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두 상임위원은 6일 기자회견에서 최성준 위원장, 허원제 부위원장, 이기주 상임위원 등 정부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기존 관행대로 여야 몫을 나누자고 했고, 자신들의 문제제기에는 일절 협의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 상임위원이 제시한 기준에 어긋나고, 언론운동단체들이 반대하는 문제인사들은 이인호(현 KBS 이사장), 차기환(현 방문진 이사), 고영주(현 방문진 감사), 김광동(현 방문진 이사), 김원배 이사(현 방문진 이사, 2013년 보궐로 합류)다. 이인호 이사장과 차기환 이사는 KBS 이사회 이사에 지원했고, 고영주 감사와 김광동 김원배 이사는 MBC 방문진 이사에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두 현직 공영방송 경영진으로 ‘연임’을 노리고 있는 셈이다. 이중 차기환 김광동 이사는 이번에도 이사로 임명되면 ‘3연임’이다.

이인호 이사장은 “프로그램, 보도에 대한 과도한 개입으로 제작자율성을 침해한 인사”라는 평가가 있다. 그는 지난 2월 ‘2015년도 기본운영계획(안)’을 의결하기 위해 소집된 임시이사회에서 대뜸 KBS의 광복 70주년 특집프로그램 <대한민국의 초상 1부: 뿌리 깊은 미래>에 대해 “북한에서 할 만한 내레이션이 나온다” “이런 프로그램을 방송할 경우 수신료 거부 운동을 하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는 발언을 했다. 이 때문에 KBS PD협회는 이인호 이사장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7월에는 KBS의 단독보도 <이승만 정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일 망명 타진>에 대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이사회도 소집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차기환 이사는 ‘극우 스피커’로 불린다. 8·9기 방문진 이사를 지냈고, KBS 이사에 지원했다. 특히 지난해 세월호 유족들을 비난하는 일간베스트 게시글을 퍼날라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그를 지난해 12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 조사위원에 앉혔다. 차기환 이사는 박원순 저격수로도 불리는데, 박 시장 아들의 주신씨의 병역 회피 의혹을 제기한 인사의 변론을 맡기도 했다. KBS 내부에서는 ‘이인호 이사장의 복심이자 파트너로 차기환이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방문진 이사에 지원한 고영주 현 방문진 감사 또한 전형적인 극우인사다. 그는 공안검사 출신으로 재직 중에 부림사건을 담당하기도 했다. 현재 ‘애국진영’ 대변자를 자처하고 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떼쓰는 사람들’에 비유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으나 세월호 특조위 비상임 조사위원이 됐다. 그는 이번에 우파언론단체인 공영방송정상화국민행동의 추천을 받아 방문진 이사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MBC 보도에 대한 평가’를 요청한 미디어오늘에 “애국진영에서 공정방송을 하는 데는 MBC밖에 없다고 한다”며 답하며 정파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원배 현 방문진 이사(목원대 전 총장) 또한 연임을 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는 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까닭에 ‘차기 이사장에 유력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사로 활동한 1년 반 동안 6번의 해외출장을 다녀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야당 추천 이사들은 1~2회). 목원대 총장 재직 시절에는 교비 1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고발된 바 있고(무혐의 처분), 최근에는 교내 수목을 헐값에 매각한 ‘특수절도’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불기소 처분).

김광동 이사는 ‘뉴라이트’로 분류된다. 그는 보수연구단체인 나라정책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데 과거 “국가보안법은 대한민국의 기적을 만든 세계사적 법”이라며 극우적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2009년 방문진 8기에 합류해 2012년 연임됐다. 이번에 임명되면 3연임이다. 이에 대해서는 보수언론도 반대하고 있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과 언론운동단체들은 방통위가 정치권에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심사를 해 이 같은 문제인사들을 걸러내자는 입장이다. 김재홍 고삼석 상임위원은 6일 회의 ‘보이콧’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우리는 이 공약을 이행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홍 상임위원은 미디어스와 만난 자리에서 “방통위는 청와대와 국회에서 내려 주는 명단을 집행하기만 하는 ‘거수기’가 아니다.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을 구현할 수 있는 인사를 엄정하게 심사해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7일 ‘관행대로 여야 몫을 나누는 것은 위원장의 소신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며 입장을 요청한 미디어스에 “공영방송 이사 추천 및 선임은 방송통신위원회가 한다고 (관련법에) 규정돼 있으므로 상임위원들이 논의하여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6일 미디어스를 만난 자리에서도 “상의를 하고 있는데 서로 좋은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며 논의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인사 문제는 우리 내부에서만 이야기해야지 밖에 나가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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