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공영방송 이사 추천‧임명을 두고 파행을 겪고 있다. 방통위는 KBS 이사 11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9명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특정인물에 대한 추천 여부를 두고 갈라섰고, 애초 7월 말로 예정된 의결마저 미뤘다.

▲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연임한 차기환 변호사가 이번에는 KBS 이사로 내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인사는 차기환 방문진 이사다. 그는 8·9기 이사를 지냈고, 이번에 KBS 이사 공모에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세월호 유족들을 수차례 비난하며 12월 새누리당 몫으로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 조사위원이 됐다. 차기환 이사는 박원순 시장 아들의 주신씨의 병역 회피 의혹을 제기한 인사의 변론을 맡는 등 ‘박원순 저격수’로도 알려졌다. 공영방송 이사를 3연임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다. KBS 내부에서는 ‘차기환씨가 이사가 된다면 이인호 이사장의 파트너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성준 위원장 등 정부여당 추천 상임위원은 ‘법적 하자가 없다’며 차기환 이사에 대한 추천을 강행하려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김재홍 고삼석 상임위원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각계각층의 대표성을 반영하되 특정 후보자의 ‘3연임’을 금지하고 △정파적 나눠먹기 인선을 반대하고 △공영방송의 공적책임 및 공공성·공정성 구현 적임자를 선임하자는 원칙을 제시했다.

지난달 상임위원들은 KBS 이사 후보로 67명, 방문진 이사 후보로 45명을 추렸다. 상임위원들은 개별 심사로 후보자를 한 차례 더 걸러냈고, 명단을 취합해 한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이때 차기환 이사 추천을 두고 격론이 있었고, 두 상임위원은 기자회견을 열며 ‘차기환 배제’ 요구를 공식화했다. 이후 몇 차례 협의가 있었으나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성준 위원장은 ‘차기환 이사의 3연임에 대한 의견’을 묻자 “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사안으로 현재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말했다.

미디어스 취재 결과, 정부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공영방송 이사 추천‧임명은 기존 관행대로 ‘여야 몫’을 나눠 각각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 동안 공영방송 이사 인선은 청와대와 국회 여야가 리스트를 건네면 이를 방통위가 집행하는 방식이었다. KBS이사회는 7대 4, MBC방문진은 6대 3, EBS이사회는 7대 2로 여야 몫이 나눠져 있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 대해 잘 아는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김재홍 고삼석 위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특정 인사가 걸린다”면서도 “그 동안 관행으로 여야 몫을 추천해왔다고는 하지만 이런 기준은 상임위원으로서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두 상임위원이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가 아니라 인선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에 두 위원의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을 낮게 봤다.

방통위 우도식 공보팀장은 “이번 목요일(6일)이나 금요일에는 의결일정을 잡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헌 행정법무담당관은 “방문진 이사 임기는 8월8일까지, KBS 이사는 8월31일까지 이지만 임기가 끝날 때까지 새로 임명이 되지 않으면 계속 업무를 수행한다고 (법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업무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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