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가 25일 서울로얄호텔에서 열렸다. 공청회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정보통신망법이 개정됨에 따라 그 법률을 시행하는 데 필요한 시행령을 개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주민등록번호 외의 회원가입방법을 제공해야 하는 사업자의 기준을 정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발표에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회 ⓒ나난
공청회에서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내용’의 발표를 맡은 방송통신위원회 오상진 개인정보보호과 과장은 “회원 가입시 발생할 수 있는 주민등록 도용, 유·노출 문제를 예방하고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 제공 여부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지 않는 회원가입방법 제공을 의무화하는 것이 법 개정의 취지”라며 시행령을 소개했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대체수단의 종류로 아이핀, 공인인증서, 휴대전화 인증 등이 포함됐다.

또한 정보통신서비스 유형을 포털, 전자상거래, 게임, 기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로 구분하여 일평균 이용자 수에 따른 포털의 경우 5만 명 이상, 전자상거래와 게임 및 기타 서비스는 1만 명 이상을 기준으로 주민번호를 사용하지 않는 회원가입방법을 제공하는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라 포털의 경우 71%의 20개 사업자, 전자상거래의 경우 73%의 199개 사업자, 게임의 경우 85%의 60개 사업자가 포함된다.

▲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이 의무화되는 사업자 대상을 나타내는 표
이번 개정안에는 수집된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정보통신망법 제28조(개인정보의 보호조치)도 포함됐다. 관리 측면에서는 교육의 강화와 정보접근권의 최소화가 주된 내용으로 담겼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네트워크 보안 장비를 이용한 침입차단 및 침입탐지시스템의 설치 운영, 접속기록 위·변조 방지 조치, 개인정보 저장·전송시 암호화 등의 세부적인 보호조치도 마련됐다.

시행령 개정안의 발표에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서 토론자로 나선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성동진 차장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에 관련된 조치로 협회나 사업자 입장에서도 취지나 방향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대상 범위가 예상보다 넓어져 준비가 끝나지 않은 곳을 위해 최소한 6개월가량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게임산업에서 이용자 수 1만 명은 업체 대부분을 포함하는 기준”이라며 “게임서비스의 지표가 너무 넓어 게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팀장은 시행령 개정안에 핵심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정 팀장은 “법개정 취지가 이용자의 주민번호에 대한 이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인데 대체수단의 종류를 시행령에 포함시킨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세계적인 추세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핀을 대표적인 대체수단으로 이야기하는데 아이핀 역시 개인정보 노출의 우려가 여전하고 비용에 대한 부담과 또 다른 사이트에 가입해야 하는 절차가 필요해 역시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그는 미국의 사례를 들어 사업자의 주민번호 대체에 대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주민번호 대체 방법을 제공해야 하는 사업자 범위와 관련해서는 성동진 차장과 반대로 “더 많은 사업자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은 오는 12월14일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토론에서도 제기됐듯 시행안에는 사업자 규정에 대한 객관적 통계, 대체수단의 문제 등으로 적지 않은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아이핀’의 경우 이미 시민사회로부터 “주민번호를 기반으로 하는 제2의 식별번호”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아이핀을 발급받으려면 서울신용평가정보, 한국신용정보 등 5개의 서비스제공기관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또 다른 개인정보 수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옥션, 하나로텔레콤, GS칼텍스 등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건강보험공단의 개인정보 70여 만 건 유출까지 한국사회의 개인정보유출 문제는 심각한 지경에 와있다. 그런 만큼 당장의 사회현안에 따른 법 개정이 아닌 실질적으로 개인정보가 보호될 수 있도록 진지한 토론을 거쳐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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