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억해'의 시작은 강렬했다. 소시오패스 아들을 둔 프로파일러의 이야기로 시작되고, 그런 동생을 숨겨주고 아버지로부터 괴물로 오해를 받음에도 감내하며 갇혀 지낸다는 복잡미묘한 심정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 프로파일러가 조사하고 있던 범죄자가 자신을 죽이고, 아들까지 납치하게 된 후 오랜 시간이 흐른 후부터 성인 연기자로 바뀌고 본격적인 스토리 전개가 된다. 장나라가 연기한 차지안 역시 자신의 아버지가 그 범죄자(이준호)에게 살해를 당하자 서인국이 연기하는 이현에게 동질감과 궁금증을 느끼며 스토킹을 하게 된다.

이현은 프로파일러가, 차지안은 경찰대 출신 경감이 되고, 범죄자였던 이준호는 의사이자 민간 법의학자가 되고 동생인 정선호는 변호사가 된다. 연쇄살인이 일어날 때마다 이들을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모이게 되었지만 이제 서로의 정체를 알아버리고만 상태이다. 16부작인 '너를 기억해'는 이제 4회를 남겨두었는데, 이준호가 커밍아웃하면서 긴박한 흐름으로 진행되다가 끝나게 될 것이다.

아쉬운 점은 이 드라마에 기대했던 처음의 긴장감은 사라져 버리고, 어느새 평범한 드라마가 되어버리고 말았단 점이다. 시청률 역시 4~5%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왜 '너를 기억해'가 흔한 드라마가 되어버리고 말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1. 씬스틸러, 전광렬과 디오

초반 캐스팅은 너무나 완벽했다. 이중민 역할을 했던 전광렬은 섬뜩할 정도로 연기를 잘하기 때문에 어떤 배역이든 그의 캐스팅은 몰입도와 긴장감을 높여준다. 그런데 전광렬만큼 강렬했던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디오, 도경수였다. 이준영 역을 맡은 디오는 그 유명한 아이돌 그룹인 엑소의 멤버이기도 하다.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기도 했지만, 정말 혜성처럼 나타난 아이돌이 이렇게 연기를 잘할 줄은 몰랐다. 이준영하면 딱 디오의 모습만 떠오르게 된다. 소시오패스의 묘한 느낌을 잘 잡아내고, 곱상하게 생긴 얼굴인데 섬뜩하게 느껴지는 눈빛이나 말투 등은 이준영이라는 역할에 대한 분석을 철저하게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아역들까지 연기를 참 맛깔나게 잘했다. 그런데 성인역으로 바뀐 후 그 연기의 간극을 메워주지 못했다. 서인국이 다양한 드라마를 통해 좋은 연기를 펼쳐왔지만, '너를 기억해'에서는 이현을 완벽하게 자기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 느낌이다. 장나라와 케미가 잘 안 맞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두 주인공이 모두 몰입도를 높이거나 긴장감을 주지 못했다. 서인국과 장나라가 못했다기보다는 전광렬과 디오의 연기가 너무 인상적이었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2. 늘어진 스토리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표절 논란이 일었던 '너를 기억해'는 그로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초반에 스릴 넘치던 스토리는 여러 논란이 있자 소시오패스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에피소드 중심으로 흘러가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 러브라인까지 첨가하다보니 그저 심리수사극에 러브라인을 섞은 뻔한 드라마가 되어버리고 만 것은 아닐까 싶다. 특히 이준호와 정선호의 정체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보니 그것도 긴장감이 덜했다. 결과를 미리 알고 보는 드라마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천재 프로파일러라는 이현의 화려했던 모습을 강조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CG까지 써 가면서 기호학과 다양한 정보들을 모아 위도와 경도를 알아냈던 것처럼 그런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했다면 에피소드 중심으로 흘러갔어도 재미있었을 텐데 말이다. 정선호와 이준호를 억지로 엮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어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될 것 같은데 마지막 4회에서라도 뻔한 스토리가 아닌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타이트한 스토리가 나와 주길 기대해본다.

오늘 SBS에서는 ‘상류사회’ 후속드라마 ‘미세스캅’이 시작된다. 10%가 넘는 시청률을 보였던 ‘상류사회’의 시청률을 누가 가져갈 것인가가 관건인데, 그 결과는 오늘 밤 나오게 될 것이다. 김희애와 김민종, 손호준, 이다희가 나오는 ‘미세스 캅’에 비해서 더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역시 5%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남은 4회 동안 초심으로 돌아가서 보다 박진감과 긴장감 넘치는 '너를 기억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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