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반대에도 용산에 화상경마장을 개장한 한국마사회(회장 현명관)가 지역주민들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찬성’ 서명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전국도박규제네크워크·화상도박장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에 따르면, 마사회는 지난 7월18일 용산 주민들에게 1톤 트럭 3대에 ‘렛츠런문화공감센터 용산’ 명의의 선물을 배포했다. 이달 25일에는 노인 백여명에게 추어탕, 삼계탕 등 식사와 함께 3만원 상당의 선물세트를 줬다. 대신 마사회는 주민들에게 화상경마장 입점 찬성 서명을 받았다. 앞서 마사회는 지난 5월 말 성심여고 215m 주변에 화장경마장을 기습 개장했으나 정치권, 시민운동단체, 지역주민들은 개장 이후에도 반대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지난 7월18일 마사회가 용산주민들에게 나눠준 각종 물품 (사진=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
▲ 지난 7월18일 마사회가 용산주민들에게 나눠준 물품을 실은 차량 (사진=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
▲ 지난 7월25일 마사회가 용산주민들에게 나눠준 선물.‘렛츠런문화공감센터 용산’이라고 적혀있다.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는 이를 3만원 상당의 선물세트라고 설명했다. (사진=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

이를 두고 용산 화상경마장 반대 단체들은 “마사회가 용산 화상경마도박장에서 준 물품이라는 것을 용산 주민들에게 노골적으로 알리고 있는 것”이라며 “마사회는 도박으로 번 돈을 용산주민들에게 물품으로 살포하고 있고, 이를 통해서 다시 도박장 유치 찬성 여론을 도모할 목적으로 살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들은 “주민들을 돈으로 매수하고, 주민들의 의사를 왜곡시키는 것은 정상적인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마사회가 주민들에게 선물을 주는 방식으로 반대 여론을 뒤집으려 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용산 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가 공개한 마사회 내부 문건을 보면, 마사회는 지난해 새마을금고 총회 행사 지원에 97만원, 자유총연맹 용산구지회의 강원도 양양 세미나에 2800만원을 지원했다. 지역 단체를 통한 여론을 관리해 온 것이다. 이밖에도 마사회는 용산 지역언론 관계자의 경조사에 참석하거나, 지역신문에 광고를 집행하고 기획기사를 게재해 우호여론을 ‘조직’하려 했던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한 바 있다.

반대단체들은 “마사회는 영등포, 도봉, 강북 등 화상경마도박장으로 인하여 슬럼화 문제가 심각한 곳에도 지금 용산에서 하는 것처럼 선심성 행사를 지속하고 있는지 의심된다”며 “마사회는 용산 화상경마도박장을 두고 여론이 악화되므로, 여론 무마용으로 일시적인 선심성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사회는 이러한 선심성 행사마저도 용산 화상경마장 내의 분쟁이 사라지게 된다면 없앨 것이다. 마사회는 용산 주민들에게 도박이라는 피가 묻은 돈을 더 이상 살포하지 말고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2013년 5월 주민대책위를 구성해 학교 주변 경마장 개장에 반대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국회 야당, 서울시, 서울시의회, 서울시교육청, 용산구청, 용산구의회, 국민권익위원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등은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지역구 의원인 새누리당 진영 의원은 지역주민들 면담요청을 거절하고, 공식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다만 그는 사적 자리에서는 반대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화상도박장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안진걸 사무국장(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서초동에 마사회가 들어갈 때 고승덕이라는 초선 의원이 막았는데, 서울시와 국회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모두 반대하는 경마장을 3선에 장관까지 한 진영 의원이 막아내지 않는 것은 ‘친박 실세’로 불리는 현명관 마사회장의 파워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조차 ‘현명관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뿐’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