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권재홍 앵커(현 부사장)의 허리우드 액션 보도에 대해 대법원이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를 두고 언론계 안팎에서 “MBC 관련 수많은 재판 중 이 사건이 질 줄은 예상도 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심은 재판부는 “(MBC보도는)‘노조원들이 피고 권재홍의 허리 등 신체 일부에 물리적 충격을 가하였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며 정정보도 및 2000만원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판결했다. 2심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확고한 판결이었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뒤집힐 것이라고는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관련기사 : 대법, MBC 권재홍 ‘허리우드 액션’ 보도 “허위로 보기 어렵다”)

MBC <뉴스데스크> 권재홍 앵커 허리우드 보도, 다시 뜯어보면?

권재홍 앵커 상황에 대한 2012년 5월 17일 MBC 보도는 그만큼 고의성이 짙은 보도였다. MBC <뉴스데스크>는 당일 원래 뉴스를 진행하던 권재홍 앵커(당시 보도본부장)가 아닌 정연국 앵커가 진행했는데, 권재홍 앵커가 부상을 당해 뉴스 진행을 할 수 없게 됐다는 얘기로 시작했다.

▲ 2012년 5월 17일 MBC '뉴스데스크'는 권재홍 보도본부장이 노조원과의 충돌로 허리 등 신체 일부에 충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어젯밤 권재홍 앵커가 뉴스데스크 진행을 마치고 퇴근하는 도중 노조원들의 퇴근 저지를 받는 과정에서 신체 일부에 충격을 입어 당분간 방송 진행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_정연국

“권재홍 보도본부장은 어젯밤 10시 20분쯤 본사 현관을 통해 퇴근하려는 순간 파업 중인 노조원 수십 명으로부터 저지를 받았습니다. 권재홍 보도본부장은 차량 탑승 도중 노조원들의 저지 과정에서 허리 등 신체 일부에 충격을 받았고, 그 뒤 20여 분간 노조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어야 했습니다”_배현진

코멘트와 함께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몸싸움을 하는 영상도 포함됐다. 앵커 코멘트와 영상을 연결해보면 노조원들과 물리적 충돌이 있었고 그로 인해 ‘허리 등 신체 일부에 충격을 받은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전달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권재홍 앵커는 청원들에게 둘러 싸여 있었기 때문에 접근도 하지 못했는데 해당 보도로 인해 ‘폭력집단’으로 매도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된 까닭이기도 하다. 당시의 상황을 부연설명을 하면, 2012년 MBC본부는 170일의 파업을 진행했다. 파업 100일이 지났을 무렵 MBC 사측이 시용(試用) 기자 채용 입장을 밝히며 갈등이 격화됐다. 기자들은 당시 보도본부장을 맡고 있던 권재홍 앵커에 해명을 요구하기 위해 그를 만나고자 했다.

대법원이 인정한 팩트만 보더라도 판결은 납득할 수 없다

▲ MBC 뉴스데스크 보도 캡처(위)와 권재홍 앵커가 탑승하는 장면을 찍은 MBC본부가 제공한 영상(아래)

결국, 대법원은 MBC 사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쉽게 수긍이 안 가는 부분이 많다. 당시, 권재홍 앵커는 MBC보도와는 다르게 ‘정신적 충격’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권재홍 앵커는 승용차 탑승까지 청원경찰의 호위를 받아 노조 조합원들과의 신체적 접촉은 없었다. MBC 뉴스에 포함된 영상은 권재홍이 승용차에 탑승한 후 조합원들과 청원경찰이 대치하는 장면이었다. 권재홍 앵커와 노조원 간에 신체적 충돌이 없었다는 건 대법원도 인정한 팩트이다. MBC 보도는 ‘허리’를 적시해 신체적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집단적 물리력?…‘보도 편성권’을 쥐고 흔든 위협적 방식의 의사표현이 아닌가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언어의 의미는 고정되어 있지 아니하고, 문장에 쓰인 단어 사이의 관계, 전후의 문장, 말이 이루어진 상황,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관계 등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면서 MBC본부의 손을 들어줬었다. 단순히 ‘언어’만의 문제는 아니라, 당시 MBC 노동자들의 파업의 상황들을 고려해본다면 권재홍 앵커 관련 보도는 다분히 악의적이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특히, 권재홍 앵커의 탑승 과정을 담은 영상이 신체적 접촉을 시사하는 것처럼 비춘 것은 악의적이기까지 하다.

MBC는 대법원이 원심 파기환송을 결정하자 보도자료를 내며 “집단적 물리력을 통해 위협적 방식으로 의사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고 큰 소리를 쳤다. 그렇지만 역으로 MBC는 “방송은 당해 사업자가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하여서는 아니된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 4항을 지켜야 한다. 편향적이란 비판을 듣는 방통심의위가 6대3으로 '문제없음'으로 결정한 조항이다. 권재홍 앵커의 허리우드 액션 보도는 ‘보도 편성권’을 쥐고 흔든 위협적 방식의 의사표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보도의 자율성이라는 사측의 입장 관철을 위해 존재하는게 아니란 걸 각별히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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