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에 LG유플러스 IPTV와 인터넷을 설치, 수리하는 업체가 노동조합 조합원의 일감을 줄이고 부당전보 등을 통해 노동조합 탈퇴를 회유, 압박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의 업체는 서울 5개 지역(강북‧성북‧도봉‧성동‧광진)을 사업권역으로 갖고 있는 누리온정보통신으로 이 업체에서 노동조합에 가입한 노동자는 지난해 35명에서 최근 5명으로 급감했다. 이 업체 대표 박종수씨는 LG그룹 계열사 임원 출신으로 알려졌고, 현재 LG유플러스 협력사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다.

희망연대노동조합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에 따르면, 누리온은 지난해 3월 노동조합 결성 이후 성동광진서비스센터 소속인 조합원 셋을 해고했다. 지부에 따르면, 그해 8월 누리온은 파업에 대비해 대체인력을 투입해 조합원 일감을 줄였다. 10월 초 노동조합이 닷새 경고파업 이후 업무에 복귀했을 때도 대체인력을 활용한 ‘업무상 불이익’은 계속됐고, 누리온은 올해 5월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타결 이후에도 대체인력을 활용 중이라고 지부는 전했다. 누리온은 토요일 격주 업무에서 조합원만 배제하고, 개통기사를 AS기사로 직무를 바꾸면서 지역도 전환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5개 지역 2개 서비스센터의 노동조합은 와해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박종수 대표가 과거 LG파워콤 임원을 지낸 이후 유플러스 협력업체를 차렸고, 협력사협의회 대표를 맡아 교섭을 주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는 원청인 LG유플러스와 LG그룹이 박씨와 현장의 노조탄압을 방치하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성북‧강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23일 서울 여의도 LG그룹 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 측에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그룹 트윈타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씁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박 대표가)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처럼 온갖 불법과 비위행위를 저지르며 LG그룹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는데도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는가”라며 “누리온의 행태가 시정되지 않고 계속된다면 우리의 다음 행동은 원청이자 실질사용자로서 배후에서 부조리한 행태를 조장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LG유플러스와 LG그룹 전체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단체들은 “누리온 산하 강북센터는 2013년 서울시 일자리플러스센터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불법수급을 자행했다”며 “서울시 사업을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불법으로 수급한 행태는 용서할 수 없는 비위행위다. 주민감사청구 등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들에 따르면, 누리온은 2013년 4월, 7월, 9월 이미 정규직 노동자를 채용하고도 인턴 채용 계획이 있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3600만원으로 추정되는 지원금을 받고 문제가 되자 지원금 전액을 반환했다.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이정훈 부지부장은 “(박 대표는) 협력사협의회 대표로 교섭에 나와 ‘노사상생을 위해 진정성 있게 노력하자’고 했는데 상생할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다”며 “교섭 타결 이후 전국 모든 센터에서는 조합원을 압박하고 노조를 탄압하고 있고, 비조합원을 개인사업자로 전환하고 있다. 단협으로 약속한 생계지원 대출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답게 살고 싶어 노조를 만들어 단체협약을 맺었는데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LG유플러스는 센터별 경쟁을 통해 센터 수를 줄이는 추세다. 강북아동청소년희망네트워크 김일웅 집행위원장은 “인터넷과 IPTV를 이용하는 소비자, 지역 주민으로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강북센터 대표의 전횡과 노조 탄압을 묵과할 수 없다”며 “원청인 LG유플러스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즐거운교육상상 안영신 공동대표는 “노동자를 배제하고 누구와 상생하겠다는 것이냐”며 서비스센터와 LG유플러스를 비판했다.

한편 박종수 대표는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해 달라’는 미디어스 요청에 “달리 할 말이 없다” “회의 중이니 나중에 전화를 달라”며 전화를 끊었다. 미디어스는 박 대표에게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주장을 전하며 십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박 대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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