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와 ‘삼시세끼’를 잘 보고 있던 상황에 귀를 의심케 하는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나영석이 ‘1박 2일’ 원년 멤버를 모아 '신서유기'라는 인터넷방송을 만들겠다고 한 것이다. ‘1박 2일’ 원년멤버로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이승기가 '신서유기'에 합류한다. 기존 프로그램들 나영석 PD가 멤버처럼 나오는 것을 생각하면 '신서유기'에서도 나영석 PD가 한 명의 몫을 할 것이고, 총 5명의 멤버로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나영석 PD는 왜 '신서유기'를 만들까? 현재 그의 영향력으로는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캐스팅할 수 있고, 원하는 프로그램은 대부분 만들 수 있다. 그가 하겠다고 하면 광고주는 알아서 붙을 테고,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받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신서유기'의 선택은 나영석 PD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일단 멤버들은 최악의 상황이다. 강호동은 이미 한풀 꺾인 국민MC이고, 이수근은 범법자이며, 은지원은 정치적 영향력 아래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승기는 군대 문제가 걸려 있다. PD로서는 무명보다 더 힘든 캐스팅일 것이다.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시청자들에게 외면받기 딱 좋은 캐스팅이다.
하지만 이들을 선택한 나영석 PD에게는 명분이 있다. ‘1박 2일’ 원년멤버. 지금의 나영석을 있게 만들어준 은인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들을 구제할 의도는 없다고 하지만, 그들을 선택한 것부터가 구원의 손길이나 다름없다. 또한 나영석 PD에게 이런 최악의 캐스팅은 좋게 말하면 자신의 영향력을 테스트할 수 있는 도전이라 할 수도 있고, 비꼬아보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거기에 인터넷방송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인터넷방송이라는 영역도 문제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PD로서 최악이자 최고의 도전이 아닐까 싶다.
독이 될까, 득이 될까
그래서일까. 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최소화해 놓았다. 바로 인터넷방송이라는 밑밥을 깔아둔 것이다. 인터넷방송으로 지금까지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스낵컬처로 드라마 같은 것이 인터넷에서 퍼지는 정도이지 대박이 난 프로그램은 없다는 것이 '신서유기'에게는 부담이 적을 수 있다. 독이 되려면 프로그램이 망할 경우인데, 기존 케이블 방송도 아닌 그냥 인터넷 방송이니 시청률로 산정되지 않는다. 오직 조회수로 평가받을 텐데 대부분의 인터넷방송이 대박 나는 경우는 없기에 인터넷방송에서는 못 해도 본전이 되고, 잘하면 인터넷방송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는 것이다.
멤버들 역시 독보다는 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승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이미 이미지가 최악의 상황인데, 이보다 더 나빠질 것이 없기에 득이 되면 득이 되었지 독이 될 건 없다. 이승기가 나머지 멤버들을 희석시켜 줄 것인지 아니면 같이 이미지가 나빠질지가 관건이긴 하지만, 만약 이승기가 이번 '신서유기'를 통해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된다면 그때는 군입대를 선택하면 된다.
여러모로 '신서유기'는 나영석 PD에게나 멤버들에게나 득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게임이다.
나영석은 삼장법사
그리고 방송에 계속 나오게 될 나영석은 다양한 에피소드에 등장하면서 깐족거리며 손오공의 머리에 씌워서 컨트롤하는 금고아를 씌우는 역할을 할 것이다. 기존 멤버들과의 대립구도를 그렸던 것처럼 '신서유기'에서도 대립구도를 그리며 멤버들의 반란에 금고아를 통해서 컨트롤하며 에피소드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신서유기'는 왜 중국에서 시작할까
'신서유기'는 얼핏 보면 무모한 도전 같고 객기 같아 보이지만,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더 많을 프로그램이다. 나영석의 현재 영향력으로서는 도전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절호의 찬스이기도 하고, 영리하게 여러 장치들을 통해서 유리한 상황으로 만들었다. 또한 기존에 나영석 PD가 잘하는 티저 마케팅을 진행한다면 기대감을 높여서 인터넷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SNS를 통해서 적극 마케팅을 할 것이며, 꽃할배처럼 사이트를 따로 만들어서 홍보할지도 모른다.
나영석 PD가 과연 천축국에서 불경을 구해 와서 모두를 부처로 만들 수 있을 것인지 기대해보겠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