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1면 머리기사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를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법)에 대한 철 지난 비판을 하면서, 방통위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를 산하기관처럼 다루면서 연합회를 통해 이동통신사들의 영업비밀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려는 의도를 갖고 움직이고 있다고 봤다. 방통위는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동아일보 기사를 반박했다. 방통위 내부는 ‘동아일보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분위기다.

동아일보는 22일자 1면에 <‘빅 브러더’ 되겠다는 방통위>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동아일보는 이동통신업계를 인용, KTOA(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방통위의 산하조직처럼 움직이며 이동통신사의 신규가입 및 기기변경 고객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KTOA가 방통위의 의도에 따라 그 동안 수집하지 않던 신규 및 기변 고객 정보를 모니터링 시스템에 추가했다고 봤다.

▲ 동아일보 2015년 7월22일자 1면 머리기사

방통위가 단말기유통법에 대한 비판 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이통사를 압박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게 동아일보의 해석이다. 동아일보는 5면 <방통위, 이통사 영업현황 실시간 감시시스템 구축/ 기업들의 핵심 영업비밀까지 감시…단통법 비판여론 잠재우려 ‘역주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막강한 규제 권한을 가진 방통위의 위력 앞에 이동통신사들이 자신들을 감시하는 도구를 자신들의 돈으로 만들게 된 셈”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방통위 입장은 정반대다. 방통위는 해명자료를 내고 동아일보가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한 고객정보는 사업자가 정부에 제출하도록 돼 있는 것으로 영업비밀이 아닐뿐더러 이전부터 사업자로부터 제공받아 통계를 관리해왔다고 밝혔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KTOA가 이미 구축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려는 것”이고 “기존에 수작업으로 해 오던 신규가입 및 기기변경 가입자 통계를 단순히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는 게 방통위 설명이다.

방통위는 “KTOA 시스템에 연동하거나 실시간으로 접근하여 파악할 의도가 전혀 없다”며 “지금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해온 바도 없을 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실시간으로 파악·활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관련 사업자와 협회의 협의를 거쳐 가입자 수 통계업무의 효율화 차원으로 기존 전산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개인정보를 식별할 수 없도록 전화번호 뒷자리를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까닭에 방통위 내부에서는 ‘도무지 의도를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고, 법에 의해서 제출받아온 자료인데 동아일보가 갑자기 이런 기사를 쓰는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규제와 관련해 불만이 있어 쓴 것 같지 않고, 업계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문제도 아니다. 아무리 쓸 거리가 없다지만 1면에 올릴 기사도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방통위 관계자는 “조선, 중앙과 달리 유독 동아일보만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1면에 국가정보원 해킹 사건,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드라이브 같은 굵직한 사건이나 발언, 또는 ‘진짜 빅브라더’인 이동통신사를 다루지 않고 방통위 몰아세우기에 나선 의도는 뭘까. 최근 방통위의 행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최근 MBN미디어렙을 시작으로 종합편성채널 방송광고판매대행자(미디어렙)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또 방송광고 규제완화를 추진하면서 지상파에 대한 비대칭규제를 완화하면서 보수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특히 지난 9일 방통위는 재승인 조건 위반을 이유로 조중동 종편 3사에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고삼석 상임위원은 “‘사회적 공기가 되어야 할 종편이 사회적 흉기로 변해 가고 있다’ 심지어 이런 비판까지 받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발언했고, 이튿날 동아일보는 고삼석 위원의 자질 문제까지 거론했다. 채널A는 방통위에 시정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정책위원장은 “광고총량제부터 고삼석 상임위원 비판까지, 보수언론의 방통위 비판보도는 모두 자사의 이익과 연결돼 있는 부도덕한 보도”라며 “방통위의 역할 자체에 대한 비판은 규제기관을 무력화하려는 것이고, 상임위원 개인에 대한 표적 보도는 합의제 기구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동아일보 2015년 7월22일자 5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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