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부회장 이상철)의 IPTV-인터넷-인터넷전화 등을 설치, 수리하는 노동자들은 지난해 노동조합 결성 이후 일 년여 동안 파업과 고공농성 등을 거쳐 지난 5월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LG의 각 센터들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특히 당시 노사합의에 따르면, 노조는 체불임금과 미적립 퇴직금 등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고 회사는 ‘면책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한 회사는 파업‧농성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노동자들에게 ‘생계지원 대출’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조합원을 표적으로 한 ‘일감 뺏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에 따르면 광주하남, 분당 등 일부 LG유플러스 서비스센터는 면책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 노조 조합원들은 5월 중 생계지원 대출을 신청했으나 대출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센터들은 “대출금액의 차이”를 이유로 들며 최대 백만원을 유(有)이자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노동조합은 원청인 LG유플러스가 하도급업체인 각 지역센터에 내려보내는 지원금이 적어 이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이와 동시에 LG 센터들은 지난해 파업 대체 인력을 정규직으로 고용, 기존 직원들의 일감을 줄이는 ‘일감 뺏기’와 대규모 전직도 진행 중이라고 노동조합은 주장했다.

희망연대노조, 참여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은 21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가 합의했던 조합원 생계지원 대출은 2개월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라며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영혼 없는 합의를 했거나, 합의해놓고도 어떻게든 뭉개보겠다는 파렴치한 태도”라고 비난했다. 이 단체들은 현장에서 일감 뺏기, 일방적 업무 전환배치, 고용불안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그 배경에는 원청 LG유플러스의 방치와 방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들은 “센터에 대한 각종 평가지표와 수수료 체계, 업무프로세스와 고객서비스정책 등을 LG유플러스가 만들어놓고도, 그것을 악용해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센터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 희망연대노동조합은 21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 LG에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이정훈 부지부장은 “원청에서 50만원, 하청에서 50만원이다. 그것도 이자를 붙였다. 이게 생계 대출인가”라며 “현장에서는 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AS기사를 개통으로 전환하고, 일감을 주지 않고 노조를 말려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윤진영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은 “5월13일 조인식 이후 LG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임단협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인데, 7~8월 업체 교체시기가 다가오자 업체들은 임단협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런 행태를 방치하는 것이) LG 정도경영의 뒷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힘들게 투쟁하고 연대해서 단협을 체결했는데 재벌의 탐욕과 불법‧부당행위가 노동자들의 생계, 건강, 가족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규찬 대표는 “백여만원 월급으로 버티면서 아이들을 보듬고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현실을 ‘착취’가 아닌 무슨 말로 불러야 하느냐”며 “지키지 않을 약속을 하는 것은 ‘사기’다. LG는 당장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박석운 공동대표는 “LG가 이런 반사회적 작태를 계속 보인다면 보다 공격적으로 직접고용 정규직화 투쟁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한편 LG유플러스 서비스센터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한국경영자총협회를 통해 ‘공동대응’을 한 SK브로드밴드 측의 행보와 비교된다. SK브로드밴드 행복센터와 노동조합은 노조가 기자회견을 ‘경제인 사면 반대-간접고용 문제 해결’ 기자회견을 예고한 날, 생계지원 대출 실무협상을 통해 합의에 성공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오는 31일까지 조합원 당 최대 400만원까지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10개월 거치 18개월 분할 상환 조건이다. 이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SK와 LG는 지난해부터 서로 눈치를 보며 문제를 끌어왔는데, 결국 LG가 뒤통수를 맞은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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